- 1세 대비 지원정책 전무 지적

한국인 원폭 피해자 자녀들이 선천성 기형이나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경남도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경남도는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분의 1가량이 자녀들에 신체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도의 의뢰를 받아 경남발전연구원이 3월 26일부터 6월 30일까지 수행한 이 조사는 국내외 원폭 피해자 뿐 아니라, 2세와 3세까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발연은 설문지를 통한 방문조사와 전화, 우편조사를 병행했다. 경남에 주소를 둔 원폭 피해자 1세 666명과 2세 339명, 3세 120명 등 1125명이 응답했다.

이 조사에서 전체 799명의 부분응답자 가운데 20.2%인 161명이 '자녀에게 선천성 기형이나 유전성 질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출산 등과 관련해 유전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걱정되는 점이라고 꼽았다. 특히 신체적인 질병보다는 불안장애, 빈혈, 우울증, 알콜 중독 등을 호소하는 응답자가 많아 원폭 피해자와 2, 3세들은 정신적 후유증을 더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10년의 경우, 전국의 평균 장애인 등록률이 5.0%인데 비해 경남의 원폭 피해자 조사 참가자는 이보다 배에 이르는 10%가 장애인 등록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원폭 피해자의 장애 발현율이 일반인보다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것으로 해석된다.

장애인 등록증이 있는 환우의 장애유형은 지체장애가 48.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청각장애 16.0%, 시각장애 13.9%, 정신장애 9.7%, 뇌병변장애 7.6% 순이었다.

우리 정부와 일본으로부터 의료지원과 건강관리수당을 받고 있는 원폭 피해자 1세에 비해, 2세와 3세는 기초적인 의료지원을 포함한 지원 정책 자체가 전무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1세와 2세들은 가장 시급한 복지서비스로 건강검진과 의료비 지원 확대를 거론했다.

합천평화의집 운영위원장 석혜진 스님은 "지자체 차원이지만 원폭 2, 3세 환우들의 실태를 처음으로 공식 조사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고통받고 소외되어 있는 환우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의회는 지난 2011년 12월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원폭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해 환우들의 지원책 마련 근거를 만들었다. 국회 차원에서는 현재 원폭 피해자와 후손의 실태조사와 지원을 위한 4개의 특별법안이 제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