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공사 재개 사흘째인 4일 반핵·환경단체 회원 등이 반대투쟁에 속속 가세하는 가운데 지역 원로들과 시의회가 외부단체의 개입 중단과 이번 사태의 시민 자체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찰이 반대투쟁에 가세한 외지인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실행에 옮기고 있어 공사 반대 시위 참가자들의 사법 처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밀양지역 원로 30여명은 4일 밀양시청 앞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밀양은 외부단체의 이념 장소도 투쟁 현장도 아니다"며 외부 단체의 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원로들은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는 지역 주민의 의사와 판단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면서 "외부 단체는 어떠한 운동도 행위도 삼가라"고 요구했다.

밀양시의회도 4일 정례 간담회를 열고 "송전탑 갈등 사태는 지역 시민의 힘으로지혜를 모아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확실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을 대립과 갈등, 반목과 불신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중앙정치권과 외부세력의 개입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제 시민의 힘으로 8년여에 걸친 갈등을 원만하게 매듭짓도록 지혜를 모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원로 등이 '외부세력 개입 반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반핵·환경단체 회원 등이 희망버스로 밀양에 속속 집결하면서 송전탑 공사 갈등이 자칫 이념투쟁의 장으로 변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상당수 외지인들이 공사반대 시위와 움막철거 저지에 나선 가운데 5일 새벽에는 희망버스 2대가 추가로 밀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버스에 탈 인원은 80여명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들은 반대 주민과 합세해 송전탑 공사 저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환경단체 회원 등 30여 명이 3일 새벽 희망버스로 밀양에 도착, 야적장 인근 움막의 철거를 막는 시위 대열에 참여했다.

한전은 이날도 자체 직원과 시공사 직원 등을 동원해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과 동화전마을, 상동면 도곡리, 부북면 위양리 등 송전탑 현장 5곳에서 공사를 사흘째 계속했다.

송전탑 현장에는 헬기 3대가 바쁘게 자재를 실어 날랐고, 시공사 직원 70여 명이 10~20명씩 나눠 굴착과 부지 정지 등 작업을 했다.

현장의 울타리 안에는 한전 직원이 35명씩 배치돼 반대 주민 등 외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시공사 직원은 2교대, 방호 인력인 한전 직원은 3교대로 투입되고 있다.

경찰은 송전탑 현장 주변에 10여 개 중대 1천여 명을 배치, 반대 주민과 외부 단체 회원 등의 공사장 접근을 막고 있다.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투쟁의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밀양시 단장면 송전탑 자재 야적장과 움막 현장에는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 등 50~100명과 경찰 300여 명이 사흘째 대치하고 있다.

양측은 이날도 반대 주민이 머무는 움막 철거를 둘러싸고 수차례 충돌을 빚었다.

경찰의 대응도 강경하다.

경남 밀양경찰서는 송전탑 공사자재 야적장 외벽을 부수고 진입한 환경단체와 반핵단체 회원 등 11명 가운데 주동자 등 가담 정도가 무거운 4명에 대해 4일 오후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머지 사람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3일 오전 10시께 밀양시 단장면 송전탑 공사 자재 야적장 외벽을 부수고 진입해 시위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거나 같은 날 오후 2시 40분께 야적장 인근 움막 앞에서 경찰의 현장 증거 수집 활동을 막는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영장 신청 방침이 알려지자 765㎸ 송전탑 공사 중단 및 백지화를 위한 경남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회원들은 경남경찰청을 방문해 '연행자 전원 석방 및 경찰력 철수를 요구하는 항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경찰이 송전탑 현장 주변의 진출입 도로를 여러 겹으로 봉쇄해 음식물마저 반입이 안돼 생존권에 위협을 느낄 정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신청했다.

한편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126번 송전탑 현장 인근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 김영자(57·여), 성은희(52·여), 신난숙(50·여)씨 등 3명은 건강이 나빠져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