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최대현 걷고싶은부산 대외협력국장, 강영조 동아대 교수, 최부림 부산관광공사 차장(왼쪽으로부터 반시계방향)이 본사 회의실에서 갈맷길 콘텐츠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 강영조
- 길 관련 단체 예산 인력 일원화
- 통합 관리 컨트롤타워 구축을
- 도심에도 갈맷길 센터 만들고
- 참가자 유료화도 시도해볼 만
# 최대현
- 수요자 중심 접근성 등 고려
- 기존 코스 일부 수정 바람직
- 길 만든 市, 운영 책임져야
- 해설사 내실·활성화 노력을
# 최부림
- 700리 모두 명소 만들 수 없어
- 대표 코스 선정해 집중 육성
- 먹거리 즐길거리 쇼핑거리 등
- 콘텐츠 확대해가는 것도 중요
부산의 갈맷길이 지난 5년간 하드웨어를 갖추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콘텐츠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야기가 담긴 코스를 개발하고, 이를 상설 프로그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갈맷길 운영에 대한 평가와 전망, 콘텐츠 활성화 방안 등을 주제로 (사)걷고싶은부산 최대현 대외협력국장, 부산관광공사 최부림 마케팅팀 차장, 동아대 조경학과 강영조 교수가 토론을 벌였다.
■갈맷길 '손질' 필요
| |  |
| 강영조 |
강영조(이하 강)=갈맷길은 애초 만들어질 때부터 '부산 관광'을 목적에 둔 게 아니었다. 원래 모델은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이었다. 올레길과 둘레길처럼 해안 길이나 산길 코스를 부산에 적용하다 보니 지금처럼 가장자리를 돌며 바닷가나 산 능선을 찾아가는 갈맷길이 대부분이다. 도시의 걷는 길은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 도시를 걷는 즐거움은 강이나 바다를 도는 재미가 아니라 마을에 들어가 사람 사는 모습을 볼 때 얻을 수 있다. 제주와 지리산은 올레길과 둘레길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성취감이 있겠지만, 부산은 갈맷길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게 큰 의미가 없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발전된 갈맷길 수정, 변형이 필요하다.
최대현(이하 최)=이미 만들어진 갈맷길 위에 이야기를 곁들이면 좋은, 새로운 갈맷길을 개발해야 한다. 시범적으로 5개 정도 새로운 갈맷길 코스를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 정교하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갈맷길도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 길을 잇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점 및 종점을 수요자 입장에서 설정하지 않았다. 그러니 접근성이 떨어진다. 해운대 갈맷길도 해파랑길이나 문탠로드, 삼포길, 기차소리길 등 이름이 여러 가지여서 여행객을 헷갈리게 만든다. 명칭 정비도 시급하다.
강=지금의 갈맷길은 만들 때부터 걷기 좋은 코스를 만들려 의식한 게 아니라 그냥 4~5시간 정도 다닐 수 있는 선에서 기·종점을 정하고 선으로 연결한 수준이다.
최부림(이하 최부)='갈맷길 700리' 모두를 관광명소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제주 올레길을 봐도 7코스나 9코스가 인기가 있듯 갈맷길도 '대표 선수'를 키워야 한다. 콘텐츠도 확보해야 한다. 이기대 갈맷길 코스의 풍광은 굉장히 멋지다. 그러나 길을 걷다 보면 맛집이 없고 기념품을 살만한 곳도 없다. 갈맷길 전체는 어렵겠고, 대표 갈맷길을 만들어 콘텐츠를 확보한 뒤 차츰 확대하는 게 좋다. 이기대를 예를 들어보자. 임진왜란 당시 기생 2명이 왜장을 안고 투신한 장소라 이기대라 칭해지고 있다. 줄거리는 진주 논개와 똑같다. 그런데도 논개는 사당까지 만들어 장군 이상으로 추앙받지만 이기대는 그에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만들기 시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길에 콘텐츠를 '입히는' 작업이 시급하다.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는 갈맷길의 경쟁력은 없다.
최=길에 대한 안내는 다른 해설과는 다르다. 전체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 부산 '갈맷길 안내자'(해설사) 20명이 위촉돼 있는데 갈맷길 한 개 코스당(총 20개 코스) 한 명이 담당하는 형식이다. 지난해 이 같은 해설사 제도를 처음 만들었다. 바로 활성화될 줄 알았으나 여러 난관이 있었다. 더욱이 갈맷길 해설을 통해 부산시는 수익을 창출하라는 데 이는 사실상 힘들다. 프로그램 개발은커녕 관리 인력도 2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길 해설사를 상근직으로 한 두 명 정도는 둬야 한다. 외부에서 해설을 원하는 수요가 자주 발생하는데, 생업이 있다 보니 시간이 잘 맞지 않아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다.
최부=갈맷길 해설사가 있는지 몰랐다. 부산관광공사 역시 지난해 9~12월 일부 갈맷길에 한해 길 해설사 제도인 '이야기 할매·할매'(스토리텔러)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30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생업에 지장이 없으면서도 여행객 수요가 몰리는 주말에만 배치했다. 4개월간 참여한 여행객이 500명에 달하고 반응이 좋아 올해도 가동하고 있다. 처음 스토리텔러를 모집할 때 힘들었다. 길 해설사 모집에서부터 교육 등 관리의 어려움은 걷고싶은부산도 겪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길 해설사를 양성하고 이들을 재교육해 자격을 부여하며 사후 관리하는 일을 갈맷길 연관 기관이나 단체가 공동으로 할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한다.
■길 관리 창구 통일해야
| |  |
| 최대현 |
강=부산관광공사도 스토리텔러 제도를 운용하고, 갈맷길 운영단체인 걷고싶은부산도 길 해설사를 두고 있다. 각 구청도 문화해설사를 걷기 코스에 투입하고 있다. 길은 하나인데 해설사 제도 운용은 중구난방이다. 갈맷길 관리를 하나로 아우르는 창구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갈맷길을 총괄할 수 있는 조직과 장소, 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관리도 더 잘되고 운영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전체를 관리하는 조직 아래에서 협업 시스템으로 움직여야만 관광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가능하다. 길 관련 시와 구 예산을 통합해 하나의 창구에 몰아주면 된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의 창구는 하나로 통일돼 있다. 그리고 서면이나 광복동 등 도심에 갈맷길 센터를 둬 시민들이 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 나가사키 '사루쿠'(걷기 프로그램)의 경우 시내 재래시장 내 료마역사관이 걷기 프로그램의 센터 역할을 한다.
최=지금 도심(영도 남항대교 인근)에 갈맷길 안내소가 있긴 하지만 공익요원 한 명이 배치돼 있을 뿐이다. 갈맷길에 대한 설명이 될 수가 없다. 시는 길을 만들었으면 운영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관리 주체도 확실히 지정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부=이야기 할매·할배 프로그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비가 하반기에만 내려오다 보니 9~12월에만 운영된다. 1~8월은 가동되지 않는 것이다. 가이드 재교육도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한계가 많다.
강=여행객이 돈을 쓸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지리산 둘레길의 경우 초기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여행객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등 피해를 주자 주민들이 통행을 제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주민들이 나서 여행객을 반기기 시작했다. 지역 농산물을 여행자가 사가면서 지역 경제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가령 부산도 걷기 코스에 기장 미역이나 멸치, 시내 부산 어묵 집, 동래파전 등을 집어넣는다면 주민들도 환영하고 여행객들도 좋아할 것이다. 점심으로 지역 유명 맛집의 도시락을 싼 가격에 옵션으로 판매한다면 여행객도 지역 명물 요리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좋고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하게 된다.
■프로그램 개발·유료화 과제
| |  |
| 최부림 |
강=일본 나가사키의 걷기 프로그램인 사루쿠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외국인 거류지나 원자폭탄 등 다크투어리즘이 나가사키 관광의 주요 주제였는데 최근에는 이야기를 활용한 걷기 코스를 개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대표적인 것이 막부를 없애고 천황 중심주의의 기초를 마련한 사카모토 료마의 일대기를 재구성, 걷기 코스로 완성한 것이다. 나가사키처럼 부산이 자랑할만한 스토리를 발굴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길 해설사도 제대로 양성해야 한다. 나가사키의 경우 사루쿠 초기 가이드 멤버가 나가사키 시장이 될 정도다. 가이드의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지역사회 오피니언리더, 가령 부산시장을 명예 스토리텔러로 임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걷기 프로그램 유료화도 고민해볼 만 하다. 일단 돈을 받으면 참여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최=동의한다. 프로그램당 참여 인원을 통제가 가능한 10여 명 내외로 제한하고, 해설을 들으며 걷기를 원하면 일정정도 돈을 내는 방식이다. 길을 걷는 사람도 길에 대한 자기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갈맷길 자체는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못살려내고 있는 게 문제다. 부산의 길 관련 기관 및 단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집결하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부=길은 단순히 걷는 것 가지고만은 안된다. 먹거리 즐길거리 쇼핑거리 등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하나하나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한다.
강=길 관광은 제대로 만들면 오페라하우스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전에는 역사가 왕 중심의 이야기였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생활사, 미시사가 더욱 관심을 끈다. 솔직히 미시사가 더 재미있다. 우리의 생활 자체가 관광자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정리=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