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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모 대학 여학생 기숙사. 취재진이 비상계단을 이용해 여학생 기숙사로 들어갔으나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 층별로 다른 승강기 써도
- 비상계단은 전층 다 통해
- 외부인 출입통제도 없는 등
- 기숙사 총체적 치안부실
"대학 기숙사 관리실태가 이 정도일 줄은…."
여대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부산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부산지역 대학교 기숙사의 관리 실태도 매우 부실했다. 허술한 치안과 안일한 대처로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을 낳은 부산대 사태가 재발될 여지가 많았다. 각 대학의 적절한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경성대 동서대 부경대 동아대 등 4곳 대학의 여학생 기숙사 치안 상태를 긴급 점검했다. 그 결과 기숙사의 출입문 통제가 느슨한 등 관리 실태가 허술했다. 사생에게 발급한 출입카드로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할 뿐 비상계단 등의 통제는 사실상 무방비였다.
경성대 기숙사(누리생활관)의 경우 8층부터 15층까지 여학생이 거주했다. 남학생은 일반승강기를, 여학생은 비상용승강기를 쓰도록 분리돼 있다. 일반승강기는 7층까지만 운행했다. 하지만 비상용승강기로는 모든 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외부인인데도 여학생들이 거주하는 8층을 들어가는 데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방문이 활짝 열려 있어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비상계단에 대한 관리시스템도 허술했다. 7층에서 8층까지 제지 없이 드나들 수 있었다. 계단 벽에 붙은 '이성층 출입자 통제 철저' '야간 출입 통제 강화'라는 문구가 공허해 보였다.
19층인 동서대 기숙사(학생생활아파트)는 여학생(8~14층) 층과 남학생(15~19층) 층으로 분리됐다. 여학생과 남학생이 사용하는 승강기가 달랐고, 출입카드가 없으면 승강기를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비상계단은 활짝 열려 있었다. 현관(7층)에서 한 층만 올라가면 여학생 층이었지만, 어떤 통제조치도 없었다.
부경대 기숙사도 출입카드와 비밀번호로 출입을 제한했다. 하지만 남녀 사생이 다 함께 쓰는 3층 식당에서 여대생 기숙사로 들어가는 입구는 열려 있었다. 실제 식당에서 여대생 기숙사로 들어갔으나 막는 사람은 없었다. 동아대 승학캠퍼스는 남녀 기숙사가 통로로 연결돼 있는데도 '출입금지'라는 문구만 덜렁 부착돼 있을 뿐 이성 간 통행을 막는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였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은 "대형 사건이 터져야만 부랴부랴 치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뒷북조치가 아쉽다"며 "경비실과 경찰, 사생 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치안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