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형 개발사업 바람에
- 김해평야 100년 생활사
-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
- 더 늦기전에 기록·보존해야
부산의 젖줄, 1300리를 흘러온 강이 문명을 일으킨 곳. 낙동강 삼각주(델타) 김해평야의 100년 역사와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에코델타시티가 들어서면 강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조차 모두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초대형 개발사업에 앞서 삼각주라는 삶의 터전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취지에서 에코델타시티 내 박물관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1일 부산 강서구 주민과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낙동강 삼각주에서 교통과 문화 교류의 역할을 했던 나루터는 70여 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흔적을 확인할 수 없다. 그나마 예전 모습을 볼 수 있는 신노전 나루터도 이번 에코델타시티 사업지에 포함됐다. 이곳은 평강천과 샛강으로 갈라진 명지·강동·대저2동을 삼각형 으로 이어줬던 대표적 나루다.
이뿐 아니다. 부산의 대표 특산물인 60년 전통 대저(짭짤이)토마토도 치명상을 입는다. 전체 재배 면적 250㏊ 중 46%가량인 115㏊가 에코델타시티에 수용된다.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된 대저토마토는 이 지역이 아니면 생산할 수 없다.
삼각주에 터 잡았던 서민의 삶도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 명지동에 대규모 염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 이 자리엔 명지국제신도시가 세워졌다. 김해평야의 상징이었던 갈대집도 찾아보기 어렵다.
낙동강엔 나룻배 외에 소금을 100섬이나 실을 수 있는 범선도 다녔다. 돛대에 고딧줄(삼줄로 엮어 만든 굵은 줄)을 매달아 범선을 끌며 힘겹게 강을 거슬러 오를 때 부르던 '고딧줄 소리'도 이젠 영원히 들을 수 없다. 소리를 지닌 마지막 생존자가 최근 고인이 됐다. 채록본도 없다.
이처럼 열악한 현실은 낙동강 삼각주 역사·문화에 대한 정밀조사와 박물관 건립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코델타시티의 진정한 그랜드 디자인은 과거를 기록하고 보존·재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경업 부산민학회장은 "에코델타시티 내 한 부분을 원형대로 보존해 그 안에 삼각주만의 독특한 생활사를 담은 박물관을 지어야 한다"며 "삼각주의 역사를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해 역사는 꼭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도 이 같은 의견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며 관련 용역에 착수했다. 김영철 국제산업물류도시개발단장은 "에코델타시티 실시설계 용역에 박물관이 포함돼 있다"며 "삼각주와 김해평야를 아우르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수형 수변도시를 목표로 하는 에코델타시티는 강서구 명지·강동·대저2동 11.88㎢에 2만9000가구와 첨단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5조4000억 원대다. 대부분 몇 대를 이어 살아온 1000여 가구가 강제 수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