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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천왕봉 전경. 국제신문 DB |
- 세계 전문가 현지 파견 조사
- 인류 발전 공헌도 여부 증명
- 신청 후 결정까지 최대 3년
- 한국, 유산발굴 걸음마 단계
- 학술연구 활발 中·日과 대조
- 세계유산 위원 진출 설득력
문화재청과 학계가 지리산의 세계복합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유산'은 유네스코가 1972년 11월, 제17차 정기총회에서 채택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에 따라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일람표에 등록한 것을 말한다. 세계유산 중 첫 번째는 문화유산이다. 여기에는 유적, 건축물, 장소(역사적, 심미적, 민족학적, 인류학적 관점에서 세계적인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고고학적 공간)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는 자연유산이다. 생물학적 생성물, 동식물의 서식지, 자연지역 등을 일컫는다. 마지막으로 복합유산은 문화와 자연 두 영역에서 동시에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을 칭한다.
■까다로운 등재 기준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리려면 까다로운 기준 통과가 필요하다.
우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복합유산 모두 얼마나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는가가 증명되어야 한다.
문화유산은 ▷인간의 창조적 능력에 의한 대표적 걸작 ▷시대적·문화적 특성을 대표하는 건축 예술 ▷현존하거나 소멸된 문명·문화적 전통의 한 단면을 입증할 수 있는 톡특함 ▷중요한 역사단계를 밝히는 양식의 건물이나 건축군 ▷하나 이상의 문화를 대표하며,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충격으로 손실을 볼 우려가 있는 곳 ▷특정한 사건이나 전통, 사상, 신앙, 예술작품과 관련이 있을 것 등의 기준 가운데 적어도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자연유산의 조건도 만만찮다. ▷지구의 주요한 진화단계를 대표하는 현저한 사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지질학적 과정이나 생물학적 진화,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독특하고 희귀한 자연 현상, 지형, 보기 힘든 자연경관이 있는 지역 ▷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 가운데 역시 한 가지 항목 이상 통과가 요구된다.
이런 이유로 복합유산에 선정되는 것은 더 어렵다. 양 분야에 걸쳐 최소한두 개 이상 합격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 깐깐한 등재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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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쌍계사에 세워진 국보47호 진감선사 대공탑비. 국제신문 DB |
유네스코가 제시한 기준을 뛰어 넘었다고 해서 즉각 세계유산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등재를 위해서는 조건만큼이나 엄격한 국내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 절차는 해당 유산을 누가 관리하느냐에 따라 주체가 다르다. 시·도가 관리한다면 해당 지자체 및 관련기관이 신청을 하면 된다. 국가기관이 책임을 지고 있다면 문화재청이 직접 등록을 하게 된다.
국내에서 등록 추진이 확정됐다면 이제는 세계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세계유산위원회사무국에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하게 되면 유네스코의 자문기구인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전문가를 해당국가에 파견, 현지 조사를 한다. 이후 평가서 작성→전문가 평가결과 종합→신청문화재 전문가 평가결과 공개→최종 등재 결정의 순서를 밟는다. 통산 평가결과 공개는 매년 5월 이뤄지며, 최종 결정은 6월에 실시된다. 신청 때부터 결정까지는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워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된다.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모름지기 모든 일에는 준비가 완벽해야 결과가 좋은 법이다. 아무리 좋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여건을 갖췄더라도 이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
세계유산 등재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세계유산에 대한 각국들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앞다퉈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의 체계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국내에 있는 세계유산 후보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도 제대로 없다.
우리나라의 이런 행보는 세계유산이 갖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간파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대학원 전공과정과 세계유산학이라는 신학문을 개설한 이웃나라 일본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중국만해도 현재 세계유산연구센터가 구성돼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그나마 지리산의 경우 몇몇 학자들을 중심으로 단체가 구성돼 지리산의 세계유산적 가치에 대해 학술적인 연구가 시도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최근에는 지리산 세계복합문화유산 등재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최구식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집행위원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한국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90여 개국에서 뽑힌 21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세계유산의 등재는 물론이고 보존, 관리 등 일체의 사항에 대해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2003년, 2005~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위원국을 맡은 바 있다. 올 11월 파리에서 열릴 제 19차 세계유산총회에서 한국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 "지역 경제 활성화 시너지 효과 기대"
■ 최원석 경상대 교수
- 지리산, 자연생태 가치 우수
- 세계유산 자긍심 고취 촉구
"지리산은 생물종 다양성 및 자연생태 가치가 뛰어난 데다 국보, 보물 등 많은 문화재를 갖추고 있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세계복합유산으로 본격적인 등재가 추진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경상대 최원석(인문 한국·사진) 교수는 "지리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어떤 세계유산보다 월등한 경제적, 문화적 가치가 더해져 지역경제 활성화의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 확실한데도 미루고 있다며 해당 자치단체의 인식부족을 질타했다.
최 교수는 앞서 순천대와 함께 문화재청의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용역을 수행한 바 있다. 그는 지역에 세계유산이 있고, 또 세계유산에서 살고 있다는 자긍심이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또 이웃나라 사례와도 비교했다. 한국의 명산은 아직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은 반면 중국은 이미 황산 등 8개의 산이 세계유산에 올라 있다.
일본의 후지산도 올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된 상태다.
학생을 가르치는 본업 외에 지리산의 세계유산 등재에도 적지 않는 관심을 쏟고 있는 최 교수는 생각보다 더딘 일의 진행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지리산의 경우 잠정목록 신청서의 용역만 작성된 상태인 데다 아직도 지방자치단체의 서명은커녕 적극적인 검토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준비하더라도 최소 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관련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 지리학과와 고려대 대학원(지리학 전공·문학박사)을 거쳐 경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문화재청 지리산 세계유산 등재 연구용역 책임연구원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리산 신청서 작성용역 책임연구원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