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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질기행-지질명소를 교육·관광 명소로 <1> 태종대-호수에서 태어나 바다로

호수에서 치솟은 퇴적암 절경… 시루떡 쌓아 놓은 듯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3-08-29 19:25:09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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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를 대표하는 지형인 신선바위 일대의 파식 대지. 백악기 말 호수에서 쌓인 퇴적층이 파도에 침식돼 만들어졌다. 뒤에 우뚝하게 선 것이 신선바위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바다와 산, 강이 어우러진 부산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다. 태종대와 송도반도, 이기대, 금정산, 낙동강 하구 등 부산의 주요한 지질 명소는 관광뿐만 아니라 교육 자원으로도 가치가 높다. 부산 지질명소의 국가지질공원 인증 신청에 맞춰 이들 지질명소의 지질학적 유래와 관광·교육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독일 세계지질공원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 7000만년 전 백악기엔 호수지역
- 층층이 쌓여 퇴적화된 암석 융기
- 지각 움직임 따라 바닷가로 이동
- 수천만 년 걸쳐 풍화작용 거치며
- 깎아지른 듯한 빼어난 풍광 빚어

- 규산성분 함유 퇴적암 처트 자갈
- 일본 분포 백악기 퇴적층과 비슷
- 과거 두 지역 붙어 있었다는 증거

- 돌개구멍·마그마가 만든 암맥 등
- 지진·화산활동 흔적도 곳곳 뚜렷
- 그야말로 자연사 문화재의 보고

조금 과장하면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풍광을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 끝자락의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곳. 인간의 시간 기준으로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오랜 시간 파도의 힘에 깎여나간 절벽과 울창한 수림이 조화를 이룬 곳으로 2005년 국가 지정 문화재 명승 제17호로 지정된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바로 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태종대다.

빼어난 경관으로 명승에 지정된 태종대는 1억 년 전을 오르내리는 기간에 형성된 호수 퇴적층에 장산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다시 퇴적된 곳으로 부산 지역 일대의 지질학적인 변화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 백악기 태종대 일대는 호수

   
태종대에서는 동해의 푸른 물결과 힘찬 파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7000만 년 전부터 1억4000만 년 전에 걸친 백악기에 태종대를 비롯한 부산 일대는 바닷물이 넘실대는 대신 호수가 있는 평원이었다. 우리 조상이 대략 2000년 전부터 '동해'로 불러온 바다가 제 모습을 갖춘 것은 지구의 역사에 비춰볼 때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대략 9000만 년 전에서 7000만 년 전에 걸친 시기에 태종대 일대는 호수였다. 이 호수로 흘러들던 강은 2000만 년에 걸쳐 진흙과 모래, 자갈, 백악기 동물들의 사체를 실어왔을 터이고 이것이 차곡차곡 쌓여 태종대에서 볼 수 있듯 층층이 쌓인 퇴적층이 만들어졌다. 당시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이어져 하나의 대륙을 이루고 있었다. 당연히 지금 동해로 부르는 곳은 바다가 아닌 대륙의 일부였다. 그러던 것이 대략 2400만 년 전 지각의 움직임으로 한반도 동쪽의 일본 열도가 분리되고 그 틈으로 바닷물이 치고 들어왔다.

일본 열도가 계속 움직이면서 틈이 점차 벌어져 바다가 영역을 넓혔다. 현재의 동해와 같은 모양은 대략 1500만 년 전에 갖춰졌다. 한반도, 이 가운데 부산 일대가 일본 열도와 붙어 있었다는 증거는 하부 다대포층으로 불리는 백악기 말인 7000만~8000만 년 전 퇴적층에 남아 있다. 이곳 역암에 포함된 규산 성분의 퇴적암인 처트 자갈들은 일본 열도에 분포하는 백악기 역암 내 자갈과 같다. 이 처트 자갈은 한반도에서는 오로지 부산 해안 절벽의 퇴적층에서만 발견된다.

지금의 태종대를 비롯한 송도반도, 몰운대 등 경상분지 퇴적층은 약 2000만 년 동안 퇴적돼 암석화된 뒤 점차 융기해 지금의 높이에 이르렀다. 최근의 간빙기 동안 해수면이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태종대 일대 지각의 상승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차례로 퇴적이 이루어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태종대 절벽을 보면 층층이 쌓인 퇴적층 상부에 백악기 말기 화산활동으로 인해 쌓인 화산재 퇴적층을 알아볼 수 있다.

■ 신선이 놀던 바위는 파도의 솜씨

   
부산대 손문 교수가 태종대 퇴적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호수에서 퇴적돼 탄생한 태종대는 이후 지각이 갈라지고 이동해 바다에 접하게 됐고 이후 수천만 년에 걸쳐 파도의 힘에 맞서왔다. 이와 함께 지각이 움직이면서 만들어진 단층의 흔적도 뚜렷하게 남아 있다. 이처럼 태종대 일대에는 호수에서 바다가 된 지질학적 변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태종대 일주도로를 걷다가 등대 유람선 타는 곳으로 내려가면서 태종대 지질 여행이 시작된다.

신선바위 쪽으로 가다 보면 등대를 지나 휴게소 옆 난간 아래 지름 10㎝ 정도인 얕게 파인 동심원 형태의 독특한 무늬 2개가 보인다. 이는 퇴적암이 형성된 후 과거에 해수면 위치에서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한 것으로 돌개구멍 또는 포트홀(pothole)로 부른다. 오랜 시간에 걸쳐 바위의 빈틈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파도에 의해 회전하고 소용돌이치면서 서서히 바위를 깎아내 만들어졌다.

다시 신선바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암벽이 파도에 깎여나간 '낭식흔(浪息痕)'을 볼 수 있다. 절벽 아래 깊이 파인 홈을 말하는데, 이곳 또한 과거 해수면 높이에 있던 절벽이 파도의 침식작용을 받아 만들어졌다. 그런 뒤 땅이 솟아올라 지금의 높이에 이른 것이다. 신선바위로 가는 벼랑 옆 길이 과거 바닷물이 들이닥치던 곳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몇 걸음만 더 가면 태종대를 대표하는 신선바위가 평평한 바위 면 위에 우뚝 서 있다. 이곳은 파도의 침식으로 평평하게 깎인 뒤 지각이 솟아올라 만들어진 파식 대지다. 신선바위는 옛날 선녀들이 놀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신선이 찾을 만한 경치라고 이전에는 태종대를 신선대라 부르기도 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파식 대지에 당당하게 서 있는 바위는 파도의 침식으로 파식 대지가 만들어질 때 상대적으로 주변 암석보다 단단한 부분이 '바위섬'처럼 남아 만들어진 것이다. 또 파식 대지 뒤쪽을 잘 살펴보면 녹색과 붉은빛의 암석에 흰 물감으로 그린 듯한 무늬들이 보인다. 크기도 다양한 이 무늬는 자연이 그린 추상화다. 부산대 손문(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 무늬는 대략 7000만 년 전 고화되지 않은 퇴적층이 지진에 의해 깨지고, 이후 뜨거운 마그마의 관입으로 인해 특정 성분의 이온이 분리돼 깨진 지층 가장자리에 축적돼 만들어져 '천연벽화'로 불린다"고 말했다.

■ 바닷가에 누운 화산활동의 증거

태종대 일대에는 호수 지형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퇴적물이 쌓이는 정적인 과정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7000만 년 전께 일어난 역동적인 화산활동의 흔적도 뚜렷하다. 신선바위에서 자연사전시관으로 되돌아와 유람선 선착장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자갈 해변이 나온다. 100m 정도 길이의 해변 끝 부분에 주변의 바위와는 도드라지는 모양과 색깔의 바위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파도가 부딪치는 해변에 세로로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는 녹색과 밝은 황토색으로 나뉜 바위는 태종대 일대에 형성된 태종대층 퇴적암층을 뚫고 올라온 마그마가 식어서 굳은 것이다. 바위의 색이 두 가지인 것은 1차로 녹색의 마그마가 퇴적암의 틈을 뚫고 올라와 굳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가운데를 황토색의 마그마가 2차로 뚫고 올라와 굳었기 때문이다. 녹색의 바위는 철 성분이 많아 어두운색이고 가운데 황토색 바위는 규산 성분이 상대적으로 많아 밝은색을 띠게 됐다.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마그마가 인접해 뚫고 올라와 만들어진 암맥을 복합암맥이라고 한다. 이 복합암맥은 다대포층의 퇴적층이 형성되던 당시의 호수 일대가 평온하기만 했던 건 아니란 걸 보여주는 확연한 증거다. 손 교수는 "태종대층이 형성되던 9000만 년 전에서 7000만 년 전에 걸친 시기에 태종대 일대는 지진과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역동적인 공간이었다. 당시의 부산은 쉽게 말하면 '불구덩이'였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부산의 지질공원 후보지 12곳

- 희귀암석·화석·지형 등 산재
- 제주도·독도 못지않은 가치

   
태종대 자갈 해변 끝 부분에 있는 복합암맥. 퇴적암층을 뚫고 올라온 두 종류의 마그마가 굳어 형성된 것이다. 김성효 기자
지난해 12월 제주도와 울릉도·독도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국가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지질 명소를 보존하고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21곳이 지정돼 운영 중인 국립공원이 생물 다양성 보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국가지질공원은 지질 다양성과 생태·역사·문화적 가치를 중시하고 이를 교육과 관광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질공원은 보호지역을 새로 지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국립공원과 같은 개발 제한 등의 규제가 적다. 그 때문에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지질공원 인증을 통해 관광객 증대,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노릴 수 있다.

산과 강, 바다가 어우러진 부산은 제주와 울릉도·독도에 못지않게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다양한 지질 명소를 지니고 있다. 제주도는 한라산, 성산 일출봉 등 10개소, 울릉도·독도는 코끼리바위, 봉래폭포 등 23곳의 지질 명소가 국가지질공원에 포함됐다. 최근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한 부산시가 지역의 지질학 전공 교수 등 전문가 용역을 통해 확정한 12곳의 '부산 국가지질공원' 후보지는 9000만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독특한 지질 명소들이 망라됐다.

부산의 지질 명소 12곳 가운데 낙동강 하구는 지질학적 현상이 현재 진행형인 곳으로 강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진 삼각주의 여러 특징을 볼 수 있다.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주, 사구, 석호 등이 낙동강 하구만의 독특한 지형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철새 도래지로 이름난 습지의 다양한 동식물 상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몰운대와 두송반도, 송도반도, 두도, 태종대, 오륙도, 이기대 등은 8000만 년 전을 전후한 시기에 호수 지형에서 만들어진 퇴적층과, 동시에 일어난 화산·지진 활동의 증거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두송반도와 송도반도, 두도에는 공룡의 전성기였던 백악기의 다양한 공룡 골격과 둥지 화석이 발견된다. 금정산과 장산, 백양산, 황령산은 현재 부산의 기반을 이루는 화산 활동의 결과물을 잘 보여준다. 특히 황령산 구상반려암은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발견된 희귀한 암석이다. 12곳 가운데 낙동강 하구와 송도반도, 태종대, 이기대·오륙도, 금정산 등 5곳은 공개 해설 장소로 운영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 부산 지질공원 후보지

후보지

특징

낙동강 하구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진 현생 삼각주.

몰운대 

백악기 말 이후 지각변형 담은 '지질학의 교과서'.

두송반도 

과거 지진 기록 담긴 지층. 퇴적층에는 공룡 화석.

송도반도 

해안을 따라 퇴적암, 화쇄류암, 현무암 등 다양한 암석.

두도 

공룡 알 둥지 화석, 단층 등 지질현상 독특.

태종대 

백악기 말 호수 퇴적층이 해수면 상승으로 침식.

오륙도 

가파른 해안절벽과 파도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지형.

이기대 

화산암과 퇴적암 형성 후 파도에 의해 침식.

장산 

7000만 년 전 격렬하게 폭발했던 원형의 화산체.

금정산 

화강암이 융기해 이뤄진 부산 땅의 뿌리.

황령산
구상반려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발견되는 희귀한 암석.

백양산 

부산의 지질 변천사를 요약해 보여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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