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수출 이끌던 王차관
- 원전비리로 다시 불려와
- 불법사찰로 2심 징역 2년
- 수뢰 입증 땐 7년 이상 중형
MB(이명박) 정권 최고의 실세로 통했던 '왕차관' 박영준(53)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또다시 검찰에 불려왔다. 여당 고위당직자 출신이자 측근인 이윤영(51) 씨로부터 6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다. 이 돈은 2009년 2월께 '영포라인' 원전 브로커 오희택(55) 씨가 박 전 차관 로비 명목으로 한국정수공업에서 받아 이 씨에게 건네준 3억여 원 중 일부다.
■부메랑이 돼 돌아온 원전 수출
박 전 차관은 27일 오후 1시30분께 35인승 호송버스를 타고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도착했다. 박 전 차관은 청사로 들어서기 전 "수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흔들었다. 푸른색 수의 차림을 한 그의 몸엔 호승줄이, 수갑을 찬 양손엔 수건이 감겨 있었다. 비교적 건강해 보였지만 머리카락은 백발로 변해 있었다.
박 전 차관은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하는 등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유력 인사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때 통상적으로 하는 검찰 간부와의 티타임을 생략하고 곧바로 건물 3층 나의엽 검사실로 이동했다. 박 전 차관은 이날 밤 11시께까지 변호인과 함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6000만 원 외에도 한국정수공업이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에 965억 원 상당의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한국정책금융공사로부터 신성장동력 육성 펀드 1호(1600억 원)의 40%인 642억 원을 지원받는데도 영향력을 행사해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다른 원전 업체 등으로부터 추가로 금품을 받았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전 차관이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77) 전 국회 부의장의 보좌관으로 11년간 일해왔고, 이 전 부의장과 MB 정권의 자원외교를 진두지휘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이 박 전 차관에게 제기된 의혹을 밝혀내면 그 윗선으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혐의 입증되면 중형 불가피
박 전 차관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캠프인 '선진국민연대'를 총괄하며 최고 실세로 떠올랐다. 이윤영 씨도 이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은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지경부 차관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았던 박 전 차관은 지난해 5월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6478만 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로 발목이 잡혀 구속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에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차관이 이번에도 뇌물수수 또는 알선수재 혐의가 입증될 경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뢰 규모가 5000만 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수사를 진행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그동안 박 전 차관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 이 씨의 진술을 비롯해 여러 증거를 확보하려 최선을 다했다"며 사법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