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기 땐 같은수법 돌려막기

중고 자동차를 담보로 불법 대출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땡처리 아파트에 이어 중고차마저 불법 대출의 담보가 된 것으로, 제2금융권의 '묻지마 대출'이 이런 범죄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산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대장 심재훈)는 22일 운행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파손된 사고 차량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거액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사기 등)로 중고차 판매상 지모(40) 씨를 구속하고, 김모(25) 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 씨 등은 2010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교통사고로 차량 전체나 절반 이상이 파손된 외제 차량을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H캐피탈 등 제2금융권 6곳으로부터 16회에 걸쳐 3억4190만 원을 불법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우선 폐차 직전인 외제 중형승용차를 대당 300만~500만 원을 주고 고철업자와 경매시장 등에서 샀다. 그 뒤 이들은 명의 대여자를 모집해 300만 원을 지급한 뒤 차량 매매서류와 대출서류를 만들어 S종합할부사 등 4곳을 통해 H캐피탈 등 6개 대출회사로 건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차량등록증 등 서류만 있으면 자동차의 명의를 이전할 수 있고, 대출기관이 차량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서류로 대출 심사를 하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그 뒤 대출금 상환 만기가 되면 같은 수법으로 대출한 뒤 이를 갚는 '돌려막기' 식으로 범행을 벌여왔다. 경찰 조사에서 지 씨는 "대출하는 방법은 잘못됐지만 대출금만 정상적으로 갚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명의대여자 6명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 씨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중고차 딜러 강모(38) 씨 등 112명이 중고차를 매입하려는 사람에게 차량 할부 자금 대출을 알선하고 할부금융사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의 2~8%를 받아 챙긴 혐의(대부업법 위반)를 포착해 입건했다. 경찰은 개인이 직접 할부금융사 등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으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중고차 딜러들은 이러한 설명 없이 할부자금 대출을 알선해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