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강점기 때 '파리장서(長書)'에 서명했던 경남 하동군 금남면 출신 정규영(1860~ 1921) 선생(사진)의 독립운동 공적을 뒤늦게 인정했다. 정 선생은 오는 15일 제68주년 광복절 때 건국포장을 추서받는다.

파리장서 운동(1차 유림단 의거)은 1919년 3월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등의 유림들이 조국 독립을 국제여론에 호소하기 위해 파리평화회의로 독립청원서를 보내려다 발각돼 실패한 사건이다. 파리장서에 서명한 137명 가운데 85번째로 이름을 올린 선생은 이로 인해 다른 유림들과 함께 일경에 체포돼 갖은 고초를 겪었다.

전문이 2674자에 달하는 이 독립 청원서는 임시정부에서 영문으로 번역, 한문 원본과 같이 3000부를 파리평화회의는 물론 중국과 국내 각지에 배포했다. 선생은 아들 정재완을 통해 자금 총책인 김창숙 선생에게 거사자금 500원을 전달했다.

선생은 이에 앞서 조국의 장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는 판단 아래 경술국치 한해 전인 1909년 4월 하동군 금남면 대치리에 자신이 운영해오던 서당 육영재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일족인 정해영, 정회협 등과 함께 출자해 4년제 사립 현산학교(현 김양초등학교 전신)를 설립했다. 또 1919년 하동 진주 기미년 거사를 위해 많은 재물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선생의 공로가 밝혀진 것은 정재상 경남독립운동연구소장(하동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장)의 힘이 컸다. 정 소장은 2년간에 걸쳐 자료 수집 등에 나서 선생이 육영·계몽사업 등을 통해 민족혼 고취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전 재산을 털어 광복을 위한 거친 삶을 산 선각자였다는 점을 규명했다.

선생의 고손자인 정철상 한진중공업 상무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전 재산과 온몸을 바치신 할아버님의 숭고한 애국정신이 이번에 제대로 평가를 받게 돼 후손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