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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4-12> 동천의 기억- 홍수에 쓸려간 추억들

만조와 겹치면 온 동네가 물바다 … 돼지·오리 몰고 고지로 대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30 19:23:50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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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 동천 지류인 당감천 중류. 복개되기 전 풍경이다. 당시엔 자갈천이라 불릴 만큼 자갈이 많았다. 부산진구 제공
- 확성기 지게에 짊어지고 대피방송
- 청년들 수해 때마다 이웃 도와
- 일부 밀려오는 모래 채취 횡재
- 광무교 옆 교회 수해없어 눈길

- 순박한 주민들 평생 경작하던 땅
- 법적 절차 소홀로 일시에 잃어
- 당감천 신석기시대 패총 유적
- 체계적 발굴로 농경사 규명을

동천의 물이 '맑았다'고 하면 믿기 어렵겠지만, 그건 사실이다. 동천의 물 맑음은 근거가 있다. 동천의 형태를 이루는 지류인 가야천이나 당감천, 부전천, 전포천 등의 발원지가 여느 하천과 달리 비교적 근거리였기 때문에 폐수나 오염물질들이 자연 환경적으로 극복될 수 있는 조건을 안고 있었다.

동천 오염의 원인으로 일부에서 산업화의 기초가 된 대기업들의 공장 폐수를 거론하지만,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면교차로 일대의 편리한 교통 때문에 군소 공장들이 동천을 중심으로 대거 밀집되었고, 동천 지류인 가야천과 당감천 일대의 돼지나 오리 등 가축 사육으로 인한 분뇨와 폐수 등도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홍수 때 족보, 사진첩 쓸려가

   
1953년께 동천 변의 수차. 광무교 아래에 제일제당이 들어서기 전의 동천 모습이다.
가끔씩 동천이 긴 장마나 홍수로 큰 물이 들 때면 동천과 인접한 집 앞까지는 물바다였고 근거리의 집들은 방에까지 물이 차올랐다. 홍수가 날 조짐이 보이면, 동회에서는 확성기를 지게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대피방송을 했다. 마을의 구장(지금의 반장)들은 각 호구마다 방문하여 피난과 소개를 독려했으며, 우리들은 마을 인근의 높은 지대로 취사도구나 귀중품들을 급히 챙겨 긴 행렬을 이루어 구장을 따라 갔었다.

특히 바다의 만조 시각과 홍수가 겹칠 때면 삽시간에 온 동네가 물바다가 되어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이 때는 급속히 하천의 물이 불어 역류하기 때문에 미리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다. 사람들이야 물이 줄어들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만, 동천 굴다리 주변과 가야천 일대의 축사에 산재한 돼지와 오리를 비롯한 가축과 짐승들이 문제였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해가 날 때면 집안 식구들로는 일손이 부족하여 그 바쁜 와중에서도 마을 청년들과 구장들을 중심으로 돼지 뒷다리를 밧줄로 묶고 회초리로 때려가면서 마을 높은 곳으로 소개 시켰는데, 이놈들은 자기네들을 살려주려는 것도 모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니 마을사람들 보기가 참으로 민망하였다.

이후 간신히 전봇대 같은데 묶어 두었는데 밤새 '꽥꽥' 거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당시는 정붙이 이웃이 있고 인심이 후덕하여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가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힘들어 하는 반면 몇몇 이웃 집은 큰물이나 홍수가 나면 화색이 만면했다. 그것은 모래를 채취해서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수해가 나면 엄청나게 밀려오는 모래와 자갈 자체가 횡재였던 것이다.

어쨌든 그때 홍수로 우리 집이 담는 바람에 소중한 족보는 물론 동천 관련 사진들도 몽땅 떠내려 가 버렸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광무교 서쪽 50m 지점인 지금의 교차로 부근 바로 동천 앞에 그리 크지 않은 목조 건물의 단층짜리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매번 그렇게 큰 물난리에도 전혀 피해나 손상을 입지 않아 동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동네에서는 가재도구가 떠내려가고 일부 벽이 무너지고 대문이 떨어져 나가는 큰 수해를 입는 상황에서도 교회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티자 '하나님께서 보호해 그런가' 하는 입소문까지 돌았다.

■광무교 근처 익사사고 잦아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천 교회 옆의 밭과 철로변 아래의 일부 전답들은 국유지로 주민들이 불하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점이다. 우리 집을 비롯한 이웃 여러 집들이 그곳을 경작하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학원 재벌의 차지가 되고 이내 공룡 같은 학교가 군데군데 들어선 것이다. 수십 년을 경작했다는 사실 원인 증명을 발급받아 관계 관청에 민원을 넣었더라면 경작인들 앞으로 불하가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순박하고 선량한 주민들은 법적인 절차를 소홀히 한 나머지 평생 경작하던 땅을 일시에 잃어버리고 말았다.

동천은 가야천과 당감천이 합류하는 지금의 온종합병원 조금 밑에서 곡선으로 지류가 흐르는 굴다리 부근이 수심이 가장 깊은 관계로 간간이 익사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 다음 깊은 곳은 동천과 부전천이 합류하는 지금의 광무교 부근이었는데, 큰 물 뒤 곳곳에 깊은 웅덩이가 형성되어 어린이들이 더러 희생이 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어린이 놀이터라고는 전무한 실정이라 동천변 아이들은 사철 동천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물에 빠져 죽으면 그곳에는 어김없이 무당들, 즉 무속인들이 굿을 하며 그들의 영령을 위로 했다. 그것이 어린 우리들에게는 큰 볼거리였으므로 진을 치고 앉아 구경을 하며 나중 차례로 나누어주는 제물인 과일이나 떡, 과자 등을 얻어먹으며 좋아라 했던 기억이 난다.

■당감천 상류엔 패총 유적도 

동천 주변에는 논밭이 많았는데 거의가 일본인들이 지주였다. 일본인들은 우리나라 소작인들을 모집하여 더러는 식솔들을 거느리게 한 채 한 집안에서 생활하며 소작형태로 부려 먹고 있었다. 당시 우리들은 그들을 머슴이라고 일컬었다. 일본이 패망하고 본국으로 쫓기듯이 돌아가자, 그 집의 소작인들이 불하를 받아 일시에 집과 전답을 차지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벼락부자가 된 셈이다. 더러는 여러 소작인을 고용한 경우 서로 논밭과 집을 차지하려고 줄 소송이 이어져 시비가 한동안 끊이질 않았다.

동천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강이다. 동천의 주요 지류인 당감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도 그곳에 신석기시대의 유물인 패총이 발굴되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패총이 발견된 곳은 영도의 동삼동과 당감동이 유일하다. 우리 선조들은 옛날부터 강을 따라 발전한 씨족사회와 부족들로서, 강을 매개로 하여 농사를 짓고 집단을 이루며 살았다. 관계 당국이 관심을 갖고 과학적, 체계적으로 당감천 일대를 발굴한다면 농경사회에서 큰 역할을 한 수로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동천의 지류인 부전천과 전포천 사이에 위치한 지금의 태화쥬디스 옆엔 전차 차고가 있었고 부근에는 논밭 천지였다. 여름이면 더위 먹은 어린 아이들을 먹여 낫게 한다며, 나락(벼)의 이슬을 바가지로 훑으며 거두어가는 어른들로 붐볐고, 가을이면 우리 동천 아이들의 메뚜기 잡는 터전이 되기도 했다. 또한 작은 연못과 늪지대가 곳곳에 산재해 있었고, 물풀을 비롯한 창포 무리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간혹 외지의 사람들은 위장병과 속병을 낫게 한다고 민간요법인 도룡이 알을 한 주먹씩 건져 그 자리에서 날것으로 먹기도 했다.

■추억과 사연이 새록새록 

6·25 동란이 발발하자 내가 다니던 동천 옆 부산진국민학교(초등학교)는 군에 징집되어 군병원이 들어섰다. 그 바람에 우리들은 졸지에 교실을 잃고 선생님을 따라 근처의 산에서 혹은 학교 옆 동천의 모래사장에서 막대기로 대강 철판을 걸어놓고 공부를 했다. 어린 나이라 쉬는 시간에는 씨름과 수건놀이를 하며 잠시 전쟁의 참화를 잊고 즐기기도 했으니 참으로 철이 없던 시절이었다. 

6·25 동란 전만해도 동천은 워낙 물이 맑고 풍치가 좋아 무속인들이 정기와 영험을 얻는다고 기도하는 장소로 자주 이용되었다. 지금의 철도 굴다리와 철도차량정비창 있는 곳까지 산재해 있는 샘이 그들의 기도 장소였다.

가끔은 도를 닦는 사람들도 즐겨 찾았다. 한번은 백발 수염의 기골이 장대한 노인 한분이 며칠 마을에서 유숙을 하며 하루 세끼의 음식 대신, 하천의 맑은 물로 작은 모래알들을 먹고는 하천변 자갈밭에 몇 시간이고 누워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을에서는 '큰 도사'라고 입방아를 찧기도 했다.

   
저녁 어스름 때면 동천 변에 앉아 분위기나 풍경을 즐기거나 여름 무더위를 식히던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가 있었다. 그것이 동천에서 지금의 부산진시장까지 이르는 길이다. 동천 건너편의 인쇄골목을 지나 겨우 몇 사람이 지나 다닐 수 있는 2km  정도의 좁은 골목길이었다. 영화  '친구'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옛 삼일극장, 삼성극장 뒤편 작은 골목이 그곳인데, 빵과 단팥죽 집을 비롯한 분식점이 많았던 관계로 데이트 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쉼터 역할을 해 주었다.

생각하면 동천 주변의 추억과 사연들이 새록새록 끝이 없다.

최창도 시인·경일문화원 원장

후원: (주)협성종합건업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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