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정전 60주년을 맞아 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이 세계평화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참전국 전사자들이 안장된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전경.

- 전세계 유일의 UN 지정 묘지
- 11개국 2300여명 전사자 안치

- 朴대통령 "국제사회에 기여해
- 참전용사들 희생에 보답할 것"

- 해마다 10월 평화대축전 개최
- ODA등 지역사회 참여도 늘어

세계에서 유일한 국제연합(유엔)의 땅이 있는 부산이 세계평화의 중심지로 세계인의 가슴에 각인되고 있다. 전 세계가 민주와 공산진영으로 나뉘어 충돌한 6·25전쟁은 1953년 7월 27일, 3년 1개월 2일만에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남북 모두 약 150만 명의 사망자와 360만 명의 부상자를 내는 인명피해와 함께 국토가 파괴되는 처참한 결과를 초래했다. 11개 참전국 2300여 명의 전사자가 안장된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은 평화의 소중함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부산, 세계평화의 상징도시로

유엔기념공원을 둘러보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 국제신문DB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은 재반격의 기지에서, 산업화로 가는 통로를 거쳐, 평화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참전국에 대한 '보훈외교'를 가속화하면서, 유엔기념공원이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공간이 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은 유엔총회가 지정한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이다.

6·25 정전 60주년(7월 27일)을 5일 앞둔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기념공원에서 거행된 '유엔 참전용사 추모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추모사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다 숨진 유엔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앞으로 국제사회의 발전과 공존공영에 적극 기여해 참전용사들의 값진 희생에 보답해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추모식에 참석한 것과 관련, "유엔기념공원을 단순한 전사자의 무덤이 아니라, 참전에 대한 보은과 세계평화의 공간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 곳을 방문한 것은 박정희(1966년)·이명박(2010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부산이 세계인으로부터 평화의 도시로 주목받기까지는 유엔기념공원이 지역구에 있는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과 부산시, (사)국제평화기념사업회를 비롯한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다. 시와 기념사업회는 2011년부터 해마다 10월에 유엔기념공원 일원에서 유엔평화대축전을 열고 있다.

김정훈 위원장은 "유엔기념공원이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평화문화특구로 지정될 때까지 시민들의 성원이 컸다"면서 "이 곳에 유엔평화박물관, 평화기념관, 평화센터 등이 건립 중이며, 전 인류가 평화를 염원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보훈외교 중심지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2일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유엔 참전용사 추모식에 참석, 미국 리차드 위트컴의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국제신문DB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 참전용사 추모식에서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유엔군은 곳곳에 고아원과 학교, 병원을 세워 우리 국민을 도왔고, 오늘날까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원조로 일어섰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여러나라에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했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해외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이 '참전국의 희생→한국의 발전→세계평화에 대한 한국의 기여'로 이어지는 상징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제4회 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 "구호물을 실은 배가 들어오던 부산항이 이제는 원조선이 떠나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원조 수혜국이었던 한국이 당당한 공여국의 지위에 올랐음을 선언하기도 했다.

부산시와 지역대학들의 참전국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부산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올해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부산의 수산발전 경험을 필리핀 등 참전국에 전수하는 공적원조개발(ODA)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성대 고신대 부경대 부산외대 영산대 경남정보대 등도 필리핀과 태국에 의료·교육·주택건설 등의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부산시 김기환 국제협력과장은 "참전국들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보훈외교'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참전국을 상대로 한 보훈외교는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을 맞은 올해 절정을 맞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역구에 유엔기념공원이 있는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을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국전 참전·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에 특사로 파견했다. 이 행사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참석한다.

같은 날 한국에서 열리는 정전 60주년 기념식에는 미국을 비롯해 21개 유엔 참전국과 중립국 감시위원단 소속 5개 국가 주요인사가 참석한다.

주한 미국대사관 등 미국 대표단과 뉴질랜드 영국 캐나다 호주 필리핀 에티오피아 노르웨이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대표단은 28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는다.


※UN기념공원

6·25전쟁이 일어난 이듬해인 1951년 4월 유엔군 사령부가 전사자 매장을 위해 부산 남구 대연1동 779 일원에 14만5450㎡ 규모로 조성했다. 11개 참전국 2300여 명의 전사자 유해가 개성 인천 대전 대구 밀양 마산 등지에 가매장돼 있다가 이 곳으로 옮겨져 안장됐다.

1955년 11월 국회는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이 곳을 유엔에 영구히 기증하기로 결의했다. 1955년 12월 15일 유엔총회는 이 묘지를 영구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의 결의문 제 977(X)호를 채택했다.

1959년 11월 '유엔 기념묘지 설치 및 관리 유지를 위한 대한민국과 유엔 간의 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기념공원이 됐다. 2010년 5월 19일에는 부산 남구 출신인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의 제안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받아들여 유엔기념공원 일대 57만㎡가 '유엔평화문화특구'로 지정됐다.


#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 필리핀·에티오피아·콜롬비아 등 '보훈외교' 2억 1470만 달러 지원

6·25전쟁 때 16개국은 참전, 5개국은 의료지원단 파견, 42개국은 물자를 지원하는 등 모두 63개국이 한국을 도왔다.

정부는 무상원조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6·25전쟁 당시 전투부대를 파견한 16개 참전국 가운데 선진국을 제외한 필리핀,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태국,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벌였다.

특히 이들 국가 가운데 중점협력국으로 지정된 개발도상국인 필리핀,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등 3개국에는 1991년부터 총 2억1470만 달러의 원조를 공여했다. 정부는 6·25 참전국에 대해 이른바 '혈맹외교'를 통해 우의를 다져왔으며, 우리나라가 10대 경제대국에 오른 만큼 도움이 필요한 참전국에 대해 '보훈외교'로 전환했다.

필리핀은 참전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많은 7420명을 파병, 112명이 전사하고 229명이 다쳤다. 정부는 마닐라에 인적자원개발센터를 건립, IT교사를 양성하는 등 필리핀에서 지난 20여 년간 1억3967만 달러를 들여 22건의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2년에는 카비테 지역에 한-필 친선병원을, 2005년에는 한-필 다바오 직업훈련원을 각각 설치했다.

3518명을 파병해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한 에티오피아에 대해 KOICA는 지난해까지 5089만 달러를 들여 20건의 원조프로젝트를 벌였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후손을 한국에 초청해 8개월간 전기전자, 자동차, 배관 등 3개 과목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육 후 국내기업으로의 취업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 시내 참전용사촌에는 2005년 초등학교를 건립하고 지속적으로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방문 당시 수행기자단과 함께 오지마을을 찾아 집짓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콜롬비아는 한국전쟁 기간에 보병 1개 대대, 프리깃함 1척 등 5100명을 파병, 163명이 목숨을 잃고 448명이 부상하는 피해를 입었다. KOICA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콜롬비아에 2414만 달러를 지원했다. 7건의 프로젝트를 펼치며 콜롬비아 공무원 등 430명을 국내로 초청해 연수 기회를 제공했고 19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