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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초대석 <27> 일본 커피 장인 타구치 마모루 씨

커피 맛·향기, 우리 인생과 닮아 그 속에 사람의 맛 녹아 들어야

장애인 특유 감각 살리면 승산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3-07-18 19:46:51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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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치 마모루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 회장이 지난 11일 부산 부산진구 양정2동 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 홀씨나라에서 "인간미 넘치는 커피를 만들면 장애인 커피숍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일본에선 직접 생두 볶는
- 소규모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 고객 취향 맞춘 커피 대접
- 프랜차이즈에 밀리지 않아

- 세계 커피시장 핸드드립 이동
- 많은 돈 투자보다 정성·노력 중요
- 고객에 고급제품 공급하면
- 눈높이 높아져 서로 발전

338.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한 명이 2011년 평균적으로 마신 커피 잔수다(관세청 자료). 아메리카노 한 잔을 3000원으로 계산하면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적지 않은 젊은 여성은 밥값보다 커피 값이 더 많이 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기존 커피믹스 '맥심' 같은 인스턴트커피나 '다방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이 동네마다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시장전문조사기관 AC닐슨의 조사를 보면 국내 커피시장은 2007년 1조5580억 원에서 지난해 4조1300억 원으로 5년 새 2.5배 커졌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 하지만 '된장녀' 등으로 대표되는 과시욕의 충족 수단이나 구별 짓기를 위해 커피의 맛이 아닌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현상도 나타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때마침 일본의 커피 장인으로 존경받은 타구치 마모루(75)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 회장이 지난 9일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 영도장애인복지관에 있는 카페 '에뜨와'와 부산진구 양정2동 (사)양지장애인기능협회가 운영하는 카페 '홀씨나라'를 컨설팅하고 카페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위해서다. 에뜨와와 홀씨나라는 예비사회적기업.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타구치 회장은 일본 도쿄 뒷골목의 일용직 노동자 거리에서 카페 '바흐'를 4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10일 에뜨와, 11일 홀씨나라에서 타구치 회장을 만나 커피 이야기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소자본 창업 비법을 들었다. 통역은 김현숙 청강문화산업대 푸드스쿨 조리전공 교수가 맡았다.

-커피를 하루에 몇 잔 정도 마시나요.

   
▶하루에 최소 5잔, 평균 10잔 정도 마셔요. 45년 가까이 매일 꾸준히 마셨으니 엄청난 양이죠.

-선생님께서는 커피가 진짜 맛있나요.

▶솔직히 써요. 달콤하지만은 않지만 다양한 맛과 향기를 내는 게 고통의 연속인 우리 인생과 닮았죠. 그게 커피의 매력인 것 같아요. 커피를 즐기는 건 바쁜 삶 속에 여유를 찾는 과정입니다.

-최근 한국에는 자고 일어나면 커피숍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실직자, 명퇴자들이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커피숍을 선호하지만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습니다.

▶창업이 지속해서 일어난다는 건 시장이 새롭게 형성된다는 뜻이에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인스턴트 커피에서 생두를 볶아 만드는 원두커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커피시장 전체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요.

-소자본 커피전문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까.

   
지난 11일 타구치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카페 홀씨나라 현판식. 김성효 기자
▶일본에서는 자가배전(自家焙前·직접 생두를 볶아 커피를 만드는 일)하는 소규모 스페셜티 커피전문점이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절대로 밀리지 않아요. 커피숍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닙니다. 커피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만남의 장 같은 사회적 기능을 합니다. 지역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심이라는 의미죠. 소규모 자가배전 커피전문점은 오너가 직접 찾아오는 손님의 취향과 요구를 파악해 거기에 맞는 커피를 대접합니다. 아르바이트생이 고객의 취향과 상관없이 매뉴얼에 따라 획일적인 커피를 공급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서비스와 품질 측면에서 소규모 커피전문점을 따라올 수 없어요. 손님이 기억하는 감동은 절대로 시스템화할 수 없으니까요. 스타벅스 커피는 주로 에스프레소용으로 맛이 찐한 편이죠. 그래서 풍미가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 같은 수요를 창출하는 자극제가 됩니다.

타구치 회장은 '카페를 100년간 이어가기 위해'에서 카페 바흐를 운영하면서 얻은 진리는 돈이나 명성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풍요로운 관계'라고 강조한다. "당신의 카페에서 많은 사람과 각별한 관계를 만드십시오. 카페를 중심으로 커다란 인연의 원을 그려나가십시오. 그렇게 하면 카페는 세찬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나무로 자라 오래도록 깊은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7쪽)

-이번에 양지장애인기능협회의 초청을 받고 흔쾌히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으로 구성된 이 협회는 과거 시계 수리, 도장, 금은세공업에 종사하다가 금값 폭등으로 돌 반지가 사라지는 등 세태의 변화에 따라 생계를 위해 2011년으로 커피로 업종을 전환했습니다. 장애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복안을 알려주세요.

▶세계 커피시장의 흐름은 에스프레소에서 핸드드립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기계를 쓰고 돈을 많이 투자하는 것보다 정성과 커피에 관한 지식,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죠. 즉 사람의 맛, 오너의 인간미가 커피에 녹아 들어가야 해요.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입니다. 장애인 특유의 감각을 살려 핸드드립 커피로 승부를 걸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소비자가 커피에 질리지 않도록 다양한 맛을 확보해야 해요.

-커피 교육을 특별히 강조하시던데 이유가 있나요.

▶오늘의 카페 바흐를 있게 한 것은 전적으로 고객 덕택이죠. 1970년대 초 자가배전 커피를 판매할 때부터 100g에 1만5000엔(16만8300원) 하는 고급 커피 한 잔을 몇천 원에 싸게 판매했어요. 고급 커피 맛에 눈을 뜬 고객은 더 좋은 커피를 찾고, 우리 커피숍은 그 눈높이에 맞춰 계속 좋은 커피를 공급하다 보니 서로 발전한 거죠. 커피 지식은 소비자와 나눌수록 커지는 나눔과 순환, 상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한국 음식 중 간장게장을 좋아하는데, 한국 음식을 먹어보면 문화 민족임을 알 수 있어요. 커피 교육을 제대로 한다면 좋은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확신합니다. 카페 바흐에서 커피콩이 매장 커피보다 10배가량 많이 팔리는 것도 소비자 교육의 효과죠.

-커피숍을 소자본 창업하려는 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요.

▶취미로 창업하면 99% 실패합니다. 창업을 하려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몇 년간 기술을 제대로 배워야 해요. 눈 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고객 서비스가 중요하죠.


# 한국 커피사

- 1890년 전후 국내 들어와 '가배차' '양탕국' 불리어
- 커피믹스는 대중화 혁명
- 프랜차이즈가 시장 재편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시가는 1890년 전후로 추정된다. 1988년 인천에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인 대불호텔과 슈트워드호텔이 생겼고 여기에 커피를 파는 다방이 들어섰다. 개화기 근대화의 바람을 타고 들어온 커피의 전파 경로에 대해 러시아 일본 미국에서 왔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영국 외교사절을 통해 커피는 왕실에 보급돼 고종을 비롯한 왕족과 대신들의 기호품이 됐다. 이름도 영어 발음을 따서 '가배차' '가비차'로 불렸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 민간에서도 외국인 선교사나 상인을 거쳐 '양탕(洋湯)국'으로 전파됐다. 서양 문물의 상징인 커피는 독특한 한국형 다방문화를 낳았다.

1976년 12월 동서식품이 처음 개발한 커피믹스는 커피 대중화의 혁명으로 평가받는다. 커피와 크림, 설탕을 적절히 배합해 포장한 커피믹스는 일회용 인스턴트 커피로, 휴대하기 간편하고 보관하기 쉬워 언제 어디서든지 더운물만 있으면 손쉽게 마실 수 있는 게 장점. 1978년 말 처음 등장한 커피 자판기는 빌딩, 공원은 물론 심지어 초등학교 매점에까지 설치될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1999년 스타벅스가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 100석 규모의 한국 첫 매장을 개설하면서 커피믹스가 주종을 이루던 국내 시장은 커피전문점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됐다. 커피 시장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촉발한 셈이다. 스타벅스을 비롯한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할리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테이크 아웃 활성화, 셀프서비스, 무선인터넷 서비스 등으로 새로운 커피 문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 프로필

▷1938년 7월 29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출생 ▷1968년 도쿄 외곽마을 카페 바흐의 전신인 시모후사야 개업 ▷1972년 생두를 로스팅 하는 자가배전 커피 도입 ▷1978년 이후 유럽 미국 파나마 등 40여 커피 소비국 및 생산국 취재 ▷카페 바흐 졸업생들이 일본 전국 각지 90여 곳에서 카페 운영 중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 회장 ▷저서 '카페를 100년간 이어가기 위해' '타구치 마모루의 커피대전' '스페셜티커피대전' 국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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