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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4-10> 동천의 기억- 락희화학과 동천

오늘의 LG그룹 만든 동동구리무·럭키치약, 동천변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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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락희화학 부산 연지동 공장에서 여공들이 럭키치약을 생산하는 모습.
- 서대신·연지동에 락희화학 설립
- 화장품 럭키크림 생산, 빅히트

- 국내 최초로 치약 개발에도 성공
- 사업 다각화 꾀해 금성사 설립
- 라디오·TV 생산하며 승승장구

- 고객가치 최우선 경영 방침으로
- 연매출 100조 글로벌 그룹 성장
- "기업들 동천 살리기 동참 필요"

"보래이, 가령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개를 팔더라도 좋은 물건을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

해방 직후 부산에 락희화학을 세운 연암(蓮庵)이 직원들에게 자주 했다는 말이다. 연암은 가끔씩 여공들 틈에 끼여 직접 불량품 선별 작업도 했다. 연암의 이런 꼼꼼함은 LG그룹의 '고객가치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암은 LG 창업주 구인회(1907∼1969) 회장의 호다. 1947년 부산 서대신동에 화장품 공장을 지은 연암은 1954년 연지동에 락희화학공업사라는 근대식 공장을 세워 본격 사업에 나선다. 이것이 오늘날 연매출 100조 원을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LG의 모태다.

■락희 & 럭키 

   
연지동에 자리했던 금성사 공장 정문. LG화학 제공
부산에서 사업 기틀을 잡은 연암은 젊은 시절부터 도전정신과 모험심이 남달랐다. 화장품이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 그는 고객경영을 앞세워 판촉 활동을 펼쳤다. 회사명인 '락희(樂喜)'는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준다는 의미. 영어로는 LUCKY다. 국내 화장품의 지평을 연 '럭키표' 크림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연암은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하자마자 럭키크림을 생산했다. 다른 회사 제품이 1타스에 500원이었을 때 럭키크림은 1000원을 받았는데도 불티나게 팔렸다. 기술 우위 뿐만 아니라, 물자가 귀한 시대에 원료를 제대로 사용한 것이 주효했다.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크림통 뚜껑이 파손돼 반환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파손되지 않는 뚜껑을 만들 수 없을까'. 이런 고민 끝에 일본의 책을 참고해 생산한 것이 플라스틱 제품이었다. 부산 범일동에 플라스틱 공장을 설립한 연암은 미국에 사출기를 주문하여 1952년 9월부터 플라스틱 빗을 생산했다. 빗 역시 내놓기 무섭게 잘 팔렸다. 그해 11월에는 공장을 부전동으로 옮겨 5대의 사출기로 칫솔, 세숫대야, 식기 등을 생산했다. 사업이 날로 번창했다.

1954년 6월에는 부산 연지동에 공장을 세워 비닐원단 및 플라스틱 제품 제조시설을 대폭 확장했고, 같은 해 국내 최초로 치약 개발에 성공해 럭키표 치약도 생산했다. 럭키치약은 한동안 국내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치약제조와 판매의 성공으로 LG그룹의 기반은 한층 더 굳게 다져졌다.

■농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

사업을 키워가던 연암은 1958년 연지동 락희화학공업사 맞은편에 금성사를 설립한다. 금성사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LG전자의 전신이다. 설립 이듬해부터 국산 라디오 생산을 시작했으나, 소비자들의 외국제 선호 경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5·16 군사혁명 이후 밀수품 단속이 강화되면서 금성사는 되살아난다. 1960년대 들어 국산품 애용 바람이 불면서 이를 홍보할 매체로 라디오가 선택되자 금성사는 급성장한다. 그 당시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도 금성사를 키운 사회적 환경이었다. 게다가 동남아·중남미로의 수출이 늘어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자제품은 금성'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1961년 12월 KBS 텔레비전이 개국하자 TV수상기 제작에도 나섰다. 1966년 8월 금성사는 국내 최초로 흑백TV(19인치)를 생산하면서 전자 제조업체로서 확고한 위상을 굳힌다.

이같은 사업들이 대부분 동천(부전천) 자락인 부산 연지동, 범일동 일대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동동구리무 

1960~70년 대를 지나온 사람들은 락희화학의 '위력'을 어느 정도씩 기억한다. 그 위력은 청각과 시각, 촉각 등 공감각적으로 다가온다. 당시 락희화학이 만든 럭키크림은 빅히트 생활 화장품으로 세간에서는 '동동구리무'로 통했다.

"'동동' 북치는 소리가 나면 동네 여성들이 다 모여들었어요. 하도 귀한 거라 한통을 다 팔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뚜껑을 열어 조금씩 퍼서 팔았던 거죠."

부산 범일동에서 태어나 자란 박현고(58·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계장) 씨는 '동동구리무' 즉, 럭키크림이 잘 팔리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아직도 그의 귓전엔 '동동구리무요, 동동구리무!'라는 외침 소리가 아련히 남아 있다.

럭키크림이 동동구리무로 불리게 된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당시 럭키크림 외판원들은 장터나 마을을 순회할 때 항상 '장사가 왔다'는 표시로 작은 북을 '둥둥' 쳐댔다. 그러니까 '둥둥'이 '동동'이 되고, 크림의 일본어인 '구리무'가 붙어 장난기 섞인 '동동구리무'가 됐다는 것이다.

럭키크림은 해외 여배우를 끌어들여 마케팅에 활용했다. 당시로선 파격이었다. 크림 용기에 당시 헐리우드의 탑스타인 디아나 더빈(Deanna Durbin)의 얼굴을 새겨 넣은 것. 럭키크림은 다른 화장품보다 값이 2배나 비쌌는데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였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LG그룹 창립 65주년을 기념해 65년 전의 '동동구리무'를 재해석한 보습 영양크림을 출시했다. '럭키크림 더 클래식'이다. 과거 '동동구리무'를 기억하시는 사람들에겐 추억과 향수를, 젊은 소비자에겐 과거와의 만남을 선사하는 생각있는 마케팅이었다.

기업들의 제품은 이처럼 세월따라 유행따라 변신을 시도하지만, 그 생산 터전인 동천은 복개가 된 채 아직 깨어나질 못하고 있다. 박원호 우인엔지니어링 대표(시인)는 "오늘날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동천 모태 기업들이 동천 살리기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 연지동 LG사이언스홀

- LG 그룹, 옛 락희화학 자리에 청소년 무료 과학체험관 설립
- 기업 태동·성장 부산에 '보은'

   
부산 연지동의 'LG사이언스홀'.
LG그룹은 모태를 기억하는 기업이다. 그 모태는 동천변에서 태동해 성장 발전했던 락희화학공업사. LG 사람들은 지난 1998년 부산 연지동 락희화학공업사 자리에 청소년들의 과학교육 및 체험을 위해 'LG사이언스홀'을 세웠다. 그룹의 태동지를 챙기면서 지역 보은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이 과학관을 세운 사람은 구자경 명예회장. 구 명예회장은 "나라가 번창하려면 과학과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청소년들은 체험을 통한 과학 학습이 중요하다"는 점을 늘 일깨우곤 했다. 그의 뜻에 따라 과학관 관람료는 일절 받지 않는다.

부산 LG사이언스홀은 전체 6층 건물에 총건평이 960여 평이다. 지하층과 1~3층은 과학관으로 쓰고 나머지는 계열사 지사가 입주해 있다. 관람객은 한해 약 7만 명. 개관 이후 지금까지 약 15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상근자는 19명이며 연간 운영비만 40억 원에 이른다.

부산 LG사이언스홀 박정한 관장은 "락희화학이 출발한 곳에 과학관이 지어져 뜻이 깊다"면서 "동천 살리기 운동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고 전했다. 

과학관 내에는 선대 회장이 남긴 어록들이 곳곳에 붙어 있어 발길을 붙잡는다. 몇 구절을 발췌해본다.

"한번 믿으면 모든 일을 맡겨라. 책임을 지면 사람은 최선을 다하도록 되어 있다. 최선을 다한다는 열의만 있으면 키우라. 능력은 키우기 나름이다.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사람을 키우는 것이 곧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이 기쁘게 만나기는 쉽다. 그러나 기쁘게 헤어지기는 어렵다. 만나면 되도록 헤어지지 말아야 하고, 할 수 없이 헤어지게 되더라도 따뜻하게 손을 잡고 웃으면서 헤어지도록 하라. 헤어진 뒤 등을 돌리고 사는 것은 졸장부의 짓이다."

"남을 해치지 않는 기업의 선택, 그것이 곧 국가이익에 이바지하는 길이며, 어떠한 기업 이윤도 결국은 그것을 얻게 한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 "

후원: (주)협성종합건업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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