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간부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들이 구속됐다. 특히 이들이 조직적으로 원전 부품 납품 등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현대중공업 최고위층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12일 자택 등에서 6억여 원의 현금 다발이 발견된 한수원 송모(48) 부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로 현대중공업 김모(56) 전 영업담당 전무와 김모(49) 영업담당 상무, 손모(49) 영업부장을 구속했다. 김 전 전무 등은 송 부장이 원전 부품 납품과 설비 공급 등의 입찰 조건을 유리하게 해준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원전 부품 납품이나 설비 공급과 관련해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 원자력 발전설비 사업 재진출을 본격 추진했다. 현대중공업은 1999년 정부의 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두산중공업(당시 한국중공업)에 발전설비 사업을 넘겼다. 하지만 2009년 11월 두산중공업의 원전 주기기 독점 납품권 종료 시점을 시작으로 원전 사업을 재추진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이 과정에서 "원전 부품 납품을 위해서는 한수원에 로비해야 한다"는 관행에 따라 송 부장에게 거액을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원전 수출 사업 등에 참여하기 위한 실적 쌓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한수원 송 부장이 2010년 초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지원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원전EPC사업처'에 파견돼 보조기기 구매 업무를 담당한 시기부터 최근까지 국내 원전에 펌프, 변압기, 비상발전기 등 3000억 원가량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무·상무 선에서 임의로 수억 원의 뒷돈을 한수원 간부에게 건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결국 최고위층의 지시나 동의 아래 금품로비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나 현대중공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지역 정치인까지 금품로비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최소한 회사 최고위층 이상이 연결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일 현대중공업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체포된 김모(52) 전 상무와 김모(51) 전 영업부장은 가담 정도가 경미해 귀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