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미국 뉴욕가정상담소 윤정숙(가운데 여성) 소장과 직원들이 '2013 이민개혁 촉구 워싱턴DC 이민자 대집회'에 참가해 이민법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가정상담소 제공 |
- 유아 혼자 집에 있게 하면 중범죄
- 아동에 위해 가하지 않아도 보호
- 부모 모습 보고 자란 이민 2세대
- 보수적 가정관 쉽게 바뀌지 않아
- 예산 지원 부족도 원인 중 하나
- 커뮤니티 통해 법 이해 넓혀야
- 주류사회에 적극 참여 목소리도
지난해 1월 말 미국 애틀랜타 북부 한인 밀집지인 알파레타에서 부목사로 일하는 김모(37) 씨와 그의 아내가 두 살배기 아이를 집에 두고 새벽 예배에 참석했다가 아동 학대로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 목사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집으로 돌아갔지만 문이 열려 있었고 아이는 사라진 상태였다. 당시 아이는 잠에서 깨 현관문을 열고 나가 울면서 마을을 배회했고, 이를 발견한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김 목사 부부를 긴급 체포했다. 곧바로 구치소로 넘겨진 이 부부는 흉악범으로 기소될 뻔했으나 미국 문화에 대한 무지로 실수를 저질렀다는 정상이 참작돼 중범죄 혐의는 벗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부모가 12세 미만의 아동을 집에 혼자 있게 하는 것은 아동 학대로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민·유학 등으로 미국에 삶의 거처를 마련한 한인들에게 이 같은 미국의 아동학대 관련 제도는 한국 사회와 달라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데다 너무 엄격해 곤란을 겪는다. 이와 관련, 2010년 진행된 인구총조사를 보면 미국 내 한인은 142만여 명이며, 뉴욕에는 10만 명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뉴욕 한인이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로스앤젤레스(LA)에 이어 한인이 많은 지역에 속한다. 뉴욕가정상담소의 자문을 통해 미국 특히 뉴욕의 한인 사회의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이유와 해법 등을 살펴봤다.
■한인사회, 美 관련법에 무지
미국 한인 사회에서 아동 학대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이유는 미국의 아동복지법에 대한 무지. 우리나라에서는 훈육이라고 여겨지는 부분까지 미국에서는 아동학대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법은 학대와 방임뿐 아니라 부모나 보호자가 의도적으로 아동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18세 미만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뉴욕시 아동서비스행정국(ACS)은 사전 경고 없이도 가정생활에 관여할 수 있으며 학대·방임 가능성이 있으면 언제라도 중앙등록국(SCR)에 신고된 아동학대 행위를 조사해야 한다. 또한 이웃이나 친구뿐 아니라 병원 학교 복지 관련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가 의심되면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민 시기도 관련이 있다. 한국 사회가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했던 1970,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이민 1세대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보수적인 행동이 강요됐고, 그들의 자식인 2세도 주로 보고 자란 것이 부모의 모습이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예산 지원 부족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뉴욕에는 아시아계 이민자가 14%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 지원기관에 지원되는 예산은 1%에 불과하다. 뉴욕가정상담소 윤정숙 소장은 "뉴욕 한인 사회가 한국 사회보다 보수적일 수도 있다"며 "이민자들은 한인이기 이전에 미국 영주권자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다양한 지원을 통해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형성으로 시너지 효과 내야
아동 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면서 소수자인 한인 사회의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국민으로 구성된 커뮤니티가 활발해지면 다양한 정보 제공으로 아동복지법에 관한 빠른 이해가 가능하며, 언어 장벽으로 인한 피해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한때 뉴욕에 자리를 잡았던 일본계와 필리핀계 이민자들이 커뮤니티 형성에 실패하면서 사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한인과 중국계가 확산하는 것도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시민으로서 주류사회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인 사회에서의 지원은 물론 미국 영주권자로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인지해 미국 사회로부터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 출신의 뉴욕주 하원의원이 배출되는 등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은 고무적이다.
능력 있는 한인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능력 있는 한인들은 미국 주류사회로 진출하는 데만 관심을 두면서 한인 사회의 어려움에는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뉴욕가정상담소 헬렌 김 홍보교육부장은 "한인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려면 능력 있는 한인들의 참여가 절실한데 이들은 한인 지원기관을 단순 자원봉사자 모임이라고 생각하는 등 한인 커뮤니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윤정숙 뉴욕가정상담소 소장
- "한인-주류사회 교류 강화가 제 역할"
- 대외활동 충실… 5년 새 직원수 배로
- "다양한 한인 2세들과 협력이 목표"
"저의 역할은 정부 예산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고, 미국 주류사회와의 교류를 활성화해 한인 이주민들이 미국 내 굳건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 5년간 뉴욕가정상담소를 이끌고 있는 윤정숙(여·33·사진) 소장은 상담소에서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문상담사가 아니라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사회복지 분야는 전문가들에게 맡겨 놓고 대외 활동으로 자신의 역할을 정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상담소의 예산은 5년 전보다 60%가량 상승했고, 직원 수도 25명으로 당시(12명)보다 배가량 늘었다.
그는 사실 한인 사회를 위해 10년가량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2003년도에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회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으며 1년 뒤인 2004년부터 시카고의 24시간 여성 핫라인(한인 여성 대상)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한인사회복지회에서 2년 반 동안 모금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9년부터 뉴욕가정상담소와 인연을 맺었다.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사회복지 전문가가 아닌데다 나이도 젊어 '네가 뭘 아느냐'는 분위기에 눈치를 보게 된 것. 그는 "제가 잘할 수 있는 펀드레이징(모금)과 주류사회와의 교류에 앞장섰다"며 "미국 주류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소수민족이므로 정치력 등 한인 사회의 힘을 기르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에게는 갈 길이 멀다. 직원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 널리 인재를 모으기가 힘들 뿐 아니라 아직도 소위 잘 나가는 한인들에게는 한인 커뮤니티가 단지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소장은 "부모들이 자식들 공부시켜 놨는데 왜 그런 데서 일하느냐며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커뮤니티의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능력을 갖춘 한인 2세들이 상담소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뉴욕가정상담소는
- 가정·성폭력뿐 아니라 아동상담 등 서비스 확대
- 24시간 핫라인 운영도
미국 뉴욕 퀸즈에 위치한 뉴욕가정상담소(Korean American Family Service Center)는 '가정폭력과 차별이 없이 인간 존엄성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 아래 1989년 창설됐다. 현재는 뉴욕·뉴저지 지역 한인 여성들뿐 아니라 가정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도록 돕고, 건강한 가정을 도모하는 전문 비영리 사회봉사단체로 성장했다.
상담소에서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뿐 아니라 모든 가정 문제와 아동·청소년 상담, 이민 및 취업교육 등으로 그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상담소 내에는 임시 보호소가 마련돼 있으며, 이민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이 아동학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 장기주택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상담소에서는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2500여 건을 처리했다.
아동·청소년 서비스로는 ▷호돌이 방과후 프로그램 ▷놀이치료 ▷언니·형 멘토링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개인 및 그룹 상담 ▷부모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 교육 서비스로는 ▷자원봉사자 훈련 및 교육 ▷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침묵행진 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뉴욕
취재지원: 아이에스 동서
◇ 미국의 아동 학대 신고 주요 징후 |
종합 건강 |
피로, 영양 부족 |
불결한 위생 |
씻지 않은 머리와 몸, 치아 관리 엉망, 냄새 |
옷 |
날씨에 맞지 않는 복장, 옷이 더럽거나 찢어짐 |
상해 |
멍, 화상, 흉터, 부모가 설명을 꺼려하는 찰과상 |
가정 불화 |
알코올 중독, 약물 남용, 폭력 |
의학적 치료 |
치료를 미룸 |
부모의 행동 |
아동의 상해를 최대한 축소, 어린 아동이나 아기에 대해서 스스로 입은 상처라고 주장, 상해에 대한 진술이 앞뒤가 안 맞음 |
교육 |
아동을 6세까지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음, 상습적인 무단 결석, 의무 불이행 |
아동의 행동 |
부모나 어른을 두려워함, 극단적으로 접촉을 두려워함, 비정상적인 성적 행동이나 지식 |
※ 자료 : 뉴욕가정상담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