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동학대-Ⅱ 해외 사례로 본 해법 <2> 미국과 한국의 제도 차이점

미국은 공공·민간기관 명확한 역할 분담…한국은 민간이 도맡아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13-06-26 20:00:18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미국 뉴저지주 아동가족부 산하 아동복지훈련센터에서 시설관리 총책임자가 카시트를 장착하는 상황에서의 아동학대 예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생명 위협 느끼는 한국 상담사

- 경찰 협조 어려워 동행 1.6% 불과
- 신고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 맡아
- 지자체가 행정처분, 강제성 없어

# 전문성 향상에 힘쓰는 미국

- 낮엔 CPS, 한밤엔 경찰 신고 접수
- 공공기관 재정지원·조사 등 담당
- 민간기관은 치료 서비스 등 제공
- 가정법원이 보호처분 법적 결정

2011년 11월 말 우리나라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관리 중인 아동 학대자가 술에 취해 기관을 찾아가 방화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사무실 절반이 불에 타면서 아동 학대자가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다가 숨졌으며, 상담원 한 명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다. 나머지 상담원 11명은 이 사건으로 외래진료를 받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의 보호조치 승인권한(행정처분)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지만 아동 학대자 대부분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을 격리한 것으로 생각해 상담원을 협박하려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국가적 노력을 쏟은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운영상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공권력이 없는 민간기관의 상담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뒤 아동 학대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학대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한 상담사가 그 부모를 교육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지난 30여 년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노력해온 미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이 같은 우리나라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동행 비율 한국은 고작 1.6%

   
이곳에는 가정에서 총을 보유한 미국 현실에 맞게 서랍 안에 모형 총(위)을 갖추는 등 각 상황에 맞춘 방 10여 개가 있다. 유정환 기자
미국에서는 SCR(State Central Registry)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이 사례는 피해 아동의 주소지에 있는 아동학대 관련 공공기관인 CPS(Child Protective Service)로 이관된다. CPS에서는 자정까지 신고전화를 받으며,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경찰이 신고전화를 받는다. 현장에 위험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함께 현장조사에 나선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아동학대 신고는 전국 어디서나 1577-1391로 통일돼 있으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접수한다. 전국 44개 아동보호전문기관 중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기관이다. 전문기관의 요청이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는 경찰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워 전문기관 상담원만 출동하는 경우가 많다. 2010년 이루어진 현장조사 1만1520회 중 경찰이 동행한 횟수는 195회로, 전체 1.6%에 불과하다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밝혔다.

■공공·민간기관, 제 역할 찾아야

미국 아동학대예방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역할이 명확히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은 재정 지원과 서비스 중복·누락을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주로 담당하면서 아동학대 사례가 발생하면 신고접수 현장조사 보호조치 등을 맡는다. 반면 민간기관은 차별화된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 개발로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의 전문성 향상과 유지에 힘쓴다. 민관이 각자 잘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동학대의 신고접수, 조사, 상담, 사례종결까지 전 과정을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아동 학대자를 강제한 상담사가 오래지 않아 아동 학대자인 부모를 상담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2년 전 미국 아동학대 제도를 시찰한 적이 있는 경북안동아동보호전문기관 임윤영 팀장은 "최근 우리나라도 통합사례관리에 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공공기관과 다양한 민간기관이 함께 협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제도화를 통해 각 영역의 명확한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 처분은 법원에 맡겨야

아동학대 보호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피해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가정법원이 강제퇴거명령 접근금지명령 치료명령 강제입원명령 같은 학대피해 아동의 보호와 아동 학대자의 보호처분에 관한 법적 결정을 내린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처분으로 처리한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장이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학대 행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자기 아이를 격리했다고 판단해 앙심을 품기도 한다. 또한 학대 행위자 보호처분 제도가 없어 학대 행위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치료나 상담서비스를 강제할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학대 행위자에 관대한 상담과 치료는 법원의 명령에 따른 강제 보호처분으로 개선돼야 하고, 미이행 시 처벌규정도 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뉴저지주 아동복지훈련센터

- 실제와 유사한 환경 만들어…학대예방 교육 美 최고수준
- 상담사 1명당 아동 12~15명 할당
- 부모 임신·출산 땐 간호사 지원

미국 내 아동학대예방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뉴저지주다. 총괄 부서인 아동가족부는 연간 15억 달러(1조7300억 원)의 예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약 6600명의 직원이 주민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구는 양질의 훈련 프로그램으로 아동학대예방 담당자를 숙련시키는 아동복지훈련센터(Child Welfare Training Academy)로 미국 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뉴저지주가 아동학대 예방에 적극 나선 것은 아동 관련 프로그램에 관한 집단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받은 손해배상금을 아동 복지 프로그램 운영에 투자한 2006년부터다. 아동가족부도 이때 만들어졌다. 해마다 예산이 늘면서 연간 상담사 1명에게 할당되는 아이들이 50~60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12~15명으로 줄어 아이 개개인 관리도 한결 쉬워졌다. 그 결과 2006년만 해도 아동학대예방 분야에서 뒤처진 도시 중 하나였으나 8년 만에 남부럽지 않은 도시가 됐다.

뉴저지주의 아동학대 분야 주요 정책은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모가 임신하거나 출산할 때 각 가정에 간호사를 보내 지원하는가 하면 21개 카운티에 가족성공센터(Family Success Center)를 만들어 부모의 자립을 돕고 있다.

뉴저지주의 가장 큰 자랑은 아동복지 전문가와 상담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운영되고 있는 아동복지훈련센터. 센터 내에는 수백 명이 들어갈 수 있는 2개의 강당이 자리 잡고 있으며, 조별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각종 상황에 맞춰 훈련할 수 있도록 10여 개의 주제별 공간도 마련돼 있다. 법정의 경우 일반 법정과 배심원이 참석하는 법정을 분리해 마련했으며, 가정(거실 및 침실), 사무실 등도 실제 공간과 유사하게 꾸며져 있다. 여기다 대형 현수막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인쇄실과 각종 서류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비품실도 지원되고 있다. 아동복지훈련센터 관계자는 "실제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 아동복지 담당자들이 현장 상황과 마찬가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블레이크 아동가족부 장관

- "다양한 커뮤니티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형성된 커뮤니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주 정부는 커뮤니티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나갈 것입니다."

2010년 6월부터 만 3년째 미국 뉴저지주 아동가족부를 이끌고 있는 앨리슨 블레이크(사진) 장관은 아동학대 문제의 근본 해결 방안으로 지역사회와의 교감과 파트너십의 확대를 꼽았다. 그는 이러한 노력이 아동학대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했다. 그의 판단에 따라 주 정부는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반영해 뉴저지주 21개 카운티에 가정의 성공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가족성공센터(Family Success Center)를 마련해 임신했을 때와 출산할 때 각 가정에 간호사를 파견하고 있다.

그는 "아동학대가 발생한 뒤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예산 절감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확보된 예산으로 더 많은 사회복지사를 고용하면 1인당 담당하는 아동의 수가 줄어들면서 더욱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레이크 장관은 "지원은 연령대별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요란하게 지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생색만 내는 지원이 아니라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뉴저지

취재지원: 아이에스 동서

◇ 한국과 미국의 아동학대 관련 제도 차이

내용 

한국 

미국

경찰 동행 
여부 

주로 상담사만 
출동

요청 시 항상 동행

공공·
민간기관 
역할 

신고접수부터 
사례 종결까지 
민간이 전부 처리 

신고접수·현장조사·보호조치는 공공, 
상담·치료는 
민간으로 역할 분담

법적 처분 
기관

지방자치단체
(행정처분) 

가정법원(강제퇴거명령, 접근금지명령, 치료명령, 강제입원명령 등)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9. 9[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5. 5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6. 6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9. 9[2026 국감 브리핑] 백종헌 “인력 확보 없이 출발한 통합돌봄 담당자 82%가 겸직, 전담인력 ‘0명’ 시군구는 전체의 66.4%”
  10. 10인사청문회서 "영도다리 핸드레일 예쁘게"… 검증 대신 지역구 민원 쏟아낸 시의원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국토부, “가덕도신공항에 적용할 PBD 공법 문제없다”
  6. 6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7. 7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8. 8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9. 9'한국형 녹색대전환'에 1000조 투자…SMR·전력반도체 등 집중 육성
  10. 10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4. 4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5. 5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6. 6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7. 7[속보]부캉이와 '차가운 이별' 맞게될까…흑상어, 수온 떨어지면 바다로 돌아갈지도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60대 부부 피살 용의자, 자전거·피해자 차량 갈아타고 ‘용의주도’
  10. 10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8. 8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