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 도마

울산시가 임진왜란 때 소실된 태화루 복원작업을 하면서 고증을 소홀히 해 이미 조립된 목구조물을 해체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사업 추진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는 지난달 30일 상량식을 가진 태화루 상량문 전문 한자 가운데 일부가 잘못 표기돼 수정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상량식 직후 태화루 상량문 전문이 공개되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한자의 오기와 내용의 오류에 대한 주장이 계속 제기돼 확인한 결과, 두 글자가 잘못 적힌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상량문 전문을 지은 모 대학 명예교수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으며, 이 교수도 오류를 시인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달 마룻대에 봉안한 상량문을 다시 끄집어내 고치기로 하고 상부의 목구조물을 해체하고 있다. 이후 상량문 글씨를 썼던 서울의 서예가에게 이를 들고 가 수정작업을 할 계획이다.

오류가 확인된 한자는 상량문 전문 중 '처용이 살던 옛 개운포(開運浦)는 산업단지로 부활하고…'란 문구 가운데 개운포의 '운'자다. 바른 표기는 '옮길 운'(運)이 아니라 '구름 운'(雲)이어서 개운포(開雲浦)로 바로잡기로 했다. 또 '언양지역에 거지화국(巨知火國)이 생겨나며…' 문구의 '클 거'(巨)는 '살 거'(居)로 정정하기로 했다.

반면 오류라는 지적이 많았던 가지산(加智山)의 '가' 자는 '더할 가'(加)와 '부처이름 가'(迦)가 함께 사용되고 있고, 명관록(明官綠)이란 표현도 장삼식 씨가 펴낸 한한사전에 등재돼 있어 수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태화루가 태화사의 종루(鐘樓)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주장이 있기 때문에 일단 수정 목록에는 넣지 않았다.

그러나 시는 이번 수정작업 뒤 상량문을 재봉안하면 더 고칠 기회가 없다는 점을 감안, 학계 등을 통해 다른 오류가 없는지를 철저하게 검증하기로 했다.

시민 윤모(46·남구 무거동) 씨는 "얼핏 보면 사소한 실수로 여겨지지만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복원하면서 오류가 있다는 것은 고증이 철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태화루인만큼 시는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태화루 복원 사업은 목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7월께부터 기와잇기와 단청작업에 들어가 오는 11월께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