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영화 메카 키운 일등공신
- "앞장서서 한 일 없는데…" 겸손
"하하, 당분간 심하게 '놀림'받을 만한 사건이 생겼네요."
16일 허문영(51·사진) 영화의전당 프로그램 디렉터는 부산 영화·영상 부문 파워지식인 1위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쑥스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특유의 느리고 낮은 목소리는 여전했다. "중심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영화를 선정해 보여주고, 관리하고, 글 쓰고…. 이런 일이 다 무대 뒤에서 하는 거잖아요. 제가 앞장서서 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의외의 결과네요."
허 디렉터는 이름난 영화평론가다.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대를 졸업했다. 이후 중앙일보 기자와 영화 주간지 '씨네21' 편집장, 부산국제영화제(BIFF) 프로그래머 등을 지냈다. 부산시민은 특히 그를 시네마테크 부산 원장으로 기억한다.
그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을 이끌며 희귀한 고전영화와 수준 높은 예술·독립영화들을 선보였다. 2007년엔 필름아카이브도 만들었다. 또 다양한 강좌로 부산의 문화 수준을 높였고, 국내외 저명한 감독과 배우를 초청해 관객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도록 주선했다. 시네마테크 부산을 한국 예술영화의 메카로 만든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2011년 10월 영화의전당으로 옮겨왔다. 어찌 보면 수영만 요트경기장 시절보다 기능이나 역할 면에서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허 디렉터에겐 아쉬움도 크다. 예술영화 전용관과 고전영화 상영관을 따로 갖춰 극장은 확대됐지만, '시네마테크 부산'이라는 독립된 조직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시네마테크 부산의 이름을 되찾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그 이름의 고유성, 자기 완결성을 살리는 길이 모색됐으면 좋겠다"며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허 디렉터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밝혔다. 우선 올해 BIFF에서 한국영화 회고전 프로그래머를 맡았다. BIFF 프로그래머에서 떠난 지 오래됐지만, 회고전 주인공이 임권택 감독이어서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는 "아직 시네마테크 부산에 대한 애착이 크다. 시네마테크라는 공간이 좀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