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쉽지 않은 아동이라는 점에서 신고의무자 제도를 두고 있다. 피해자가 어려서, 가해자가 무서워서 혹은 학대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서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학대를 목격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그 의무를 지운 것이다. 지난해에는 관련 규정이 더욱 강화돼 직군이 12개에서 22개로 대폭 확대됐다. 의무위반자에게는 300만 원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그럼에도 실제로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1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응급아동학대 의심사례와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신고 접수된 8325건 중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2704건으로 전체의 32.5%에 그쳤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14%로 가장 많았고 교원이 7.1%, 아동복지시설 종사자가 4.1%로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신고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의무자의 인식 부족 ▷신고 후 신변위협에 대한 두려움 ▷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감당하게 될 위험 부담 등을 꼽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변 위협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신고의무자가 학대 가해자와 고용관계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 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어린이집이나 학원의 경우 원장의 아동학대를 교사가 목격했다고 하더라도 선뜻 신고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내부 고발을 했다가 오랫동안 직장을 구하지 못한 보육교사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나 아동보호시설 종사자 역시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를 신고한 후 부모가 사무실로 찾아와 난동을 부려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인격장애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알코올 중독과 합병증에 시달리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던 A(8) 군은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부모의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A 군의 어머니는 2년 만에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매일같이 사회복지사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찾아와 난동을 부렸고, 결국 아이를 데려가 버렸다.
주목할 것은 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의 경우 전체 건수는 많지 않지만 적중률은 높다는 점이다. 2011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 분석 결과,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 79%가 학대 판정을 받았다. 비신고의무자의 신고는 69.8%였다. 그중에서도 유치원 종사자가 87.5%, 성매매 피해지원시설 및 상담소 종사자가 86.6%, 가정폭력상담소 및 피해자보호시설 종사자가 85.4%, 교원이 85%를 각각 나타냈다.
김춘희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신고의무자는 신고 전 본인이 우선 부모 등 가해자와 접촉할 수 있어서 자신들 선에서 우선 해결해보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신고를 하기 때문에 학대로 판정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는 지난해 추가)
-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장과 그 종사자*
- 아동복지시설의 장과 그 종사자
- 아동복지 전담 공무원
-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및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의 장과 그 종사자
- 건강가족지원센터의 장과 그 종사자*
-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장과 그 종사자
-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및 사회복지시설의 장과 그 종사자
- 성매매피해상담소의 장과 그 종사자
- 성폭력피해상담소 및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의 장과 그 종사자*
- 구급대의 대원
- 응급구조사*
- 어린이집 원장 등 보육교직원
- 유치원 교직원 및 강사
- 의료기사*
-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
- 장애인복지시설의 장과 그 종사자
- 정신보건센터의 장과 그 종사자*
- 청소년시설 및 청소년단체의 장과 그 종사자*
- 청소년 자활센터의 장과 그 종사자*
- 초·중등학교 교직원과 전문상담교사, 산학겸임교사
-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장과 그 종사자*
- 학원의 운영자·강사·직원 및 교습소의 교습자·직원
※자료 : 보건복지부 2013년도 아동분야 사업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