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남도의회 창문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집결한 보건의료노조원들이 던진 달걀로 얼룩져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道, 건물매각 등 대책 부심
- 민간병원·재개원 등 거론
- 직원은 부당해고 투쟁 계속
- 주민투표 최후의 카드 될 듯

진주의료원 해산조례가 11일 경남도의회에서 가결되면서 향후 진주 등 서부경남권의 공공의료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서부경남의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이자 서민들의 의료보루로서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조례처리는 공공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는 이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의료원 건물을 활용해 공공의료 공백을 메울 대책을 강구 중인 것은 분명하다.

도는 우선 의료원 건물과 부지를 매각하고 남은 재산은 도 자산으로 귀속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의료원 전체 건물을 도 소유로 그대로 두고 재개원할 경우 위장폐업 등 법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대신 건물과 부지를 일괄 혹은 부분적으로 대학병원 등에 매각해 민간병원으로 전환하거나, 도가 팔고 남은 일부 건물과 부지에다 노인 등을 위한 도립 특성화 병원을 재개원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이 두 가지 방안은 현재보다 의료인력과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추진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이 두 계획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강조하고 있는 서민의료정책과도 부합한다는 점이다. 앞서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해 공공의료 말살책이라는 여론이 일자 자신이 구상 중인 서민의료개념을 내세워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도의 이 같은 구상은 막대한 예산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국비 등의 지원없이는 시행이 어렵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또 의료원 건물과 부지 매각대금이 20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어서 실제 인수에 나설 민간병원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도가 의료원 건물과 부지를 다른 시설로 용도변경해 민간에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특혜의혹 등 논란이 예상돼 이 안은 최후의 검토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도가 지난달 29일 진주의료원 폐업과 동시에 해고한 직원 70명(보건의료노조 소속 69명)의 행보가 향후 일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근로계약 해지와 동시에 근로자 신분을 잃기는 했지만 노조원의 법적 지위는 당분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에는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서를 제출하면 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올 때까지 노조원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당분간 진주의료원 내에 있는 노조 사무실을 자유롭게 출입하면서 종전처럼 노조활동을 계속 할 수 있다.

현재 구제신청서를 준비하는 노조 측은 폐업 직후부터 시작한 진주의료원 점거 농성을 이어가면서 앞으로의 대응 방침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법인을 없애는 해산 조례가 통과된 마당이어서 매각 등 절차가 본격화되면 구제가 된다 하더라도 노조원들이 받을 실제 이익은 없어 노동위가 신청을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 등은 주민투표를 '최후의 카드'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주민투표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으면 조례 통과는 무효가 된다.

그러나 주민투표가 성사되려면 6개월 내에 도내 유권자 260만 명의 5%인 13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데다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투표자의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