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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시내 한 고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위협받고 있는 교권을 바로 세우는 것은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밑바탕을 다지는 일이기도 하다. 교권회복 프로젝트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안전사고 책임 모두 떠맡아
- 세태 변화로 스승 의미 퇴색
- 교육 판매원 취급 받기도
- 조례 제정 등 제도 개선 절실
지난 3월 부산 한 고교에서 교사가 학교 방침에 따라 학생들의 스마트폰과 휴대전화를 걷어서 보관했다가 몽땅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사후처리는 어떻게 됐을까?
이 사례를 들려준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부산교총)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도 나름의 대처를 했지만 여의치 않아 결국 해당 교사가 개인적으로 큰돈을 들여 변상했다"고 말했다.
학교는 워낙 다양한 성격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생활하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숱한 일은 교사가 매우 폭넓게 책임져야 하는 구조로 돼 있다. '거둬가서 모아놓은 스마트폰 도난 사건'은 넓게 보면 학교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하나로 볼 수 있으며, 교권보호에 관한 다양한 연구는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교권보호를 위한 중요한 영역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결국 책임은 교사에게 돌아갔다.
부산교총 강영길 회장은 "예측과 대처가 쉽지 않은 안전사고와 도난사건은 현재 시행 중인 교원배상책임보험제도를 조금만 개선해 교사가 좀 더 쉽게 가입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면 큰 도움이 되는데 아직 교사나 교육 당국의 관심은 낮은 편이라 안타깝다"는 의견과 대안을 내놨다.
■교권·학생인권에 대한 이해 절실
이처럼 구체적·미시적 대책도 필요하다는 데 대다수 교사가 동의하지만, 폭넓고 총체적인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다. 이는 교권회복은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의 노력이 동반돼야만 풀 수 있다는 인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순원 선임연구원은 '교육비평 28호'(2011년)에 쓴 '학생인권보호와 교권의 존중' 논문에서 "공급자 위주의 교육에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과거와 같은 성직관으로서의 (교사) 직업관은 서서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가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학생이 주로 교사를 통해 지식을 전달받았다. 교사는 거의 절대적인 비중을 가진 '지식의 전달자'였던 것이다. 학생이 지식을 전달받는 통로·원천·미디어가 지금처럼 다채로워진 사회에서는 교사 역할 또한 중심이 이동해 '학생에 대한 안내자 또는 협력자'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의 역할도 변해야 하고, 변해야만 교사가 존중"받으며 "어쩌면 모든 교사가 존중받기보다는 존중받을 만한 교사가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요컨대 교사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 선임연구원은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에 대해서도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학생의 인권은 무조건 또는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학내 질서나 학급의 학습질서 등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고, 다른 학생이나 교사의 인권도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보장되는 것"이라 했다.
일부 학부와 학생이 학생인권이나 교육받을 권리를 오해해 마치 백화점 고객과 비슷하게 "내 돈 내고 내 물건을 사는 것이므로 무한한 자유가 내게 있다"고 여기는 데서 교권침해의 상당수가 일어난다는 것이 교원들의 인식이자 호소다.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 또한 다른 학생이나 교사의 권위·권리를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성립해 상대적이라는 뜻이다. 이런 인식을 재정립하는 것이 교권회복의 출발점이라고 주장이다.
■교권조례 제정 등 움직임 활발
이 같은 '사회적' 접근에 교육 당국의 '정책적' 개선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교육 당국은 "교권회복의 복합적 성격을 인식하면서 신중한 접근을 중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부산시교육청 교원정책과 곽강표 장학관은 "지난달부터 심각한 교권침해를 일으켜 교육적으로 환경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강제로 전학시킬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교권정책에서 더 큰 비중은 학생 학부모에 대한 대안교육과 치료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의회 김길용 교육의원이 준비 중인 '부산광역시 교원의 권리·권위 확립에 관한 조례'도 여러 각도의 교권회복 노력의 하나로 관심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안을 마련해 현재 교사·교원단체·학부모단체 등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며 "심각하게 위협받는 교권을 보호하면서도 사회구성원이 폭넓게 동참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조례는 이르면 올해 안에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교권회복은 교육계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에서 동참해야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이며 조금씩 그런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