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개발공사 김은종 사장이 임기를 절반가량 남기고 떠나면서 홍준표 경남지사를 향해 그동안 겪었던 퇴임 압력 등과 관련해 '쓴소리'를 남겼다.

김 사장은 10일 오전에 열린 퇴임식 직전 기자들에게 중도하차하는 소회와 홍 지사에 대한 섭섭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 사퇴 인사문을 보냈다.

그는 이 사퇴 인사에서 홍 지사가 전문성이 의심되는 공신들에게 논공행상식 인사를 했다며 "홍 지사가 주창한 정의, 당당, 변화, 혁신은 입에 발린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행복시대를 만든다고 하는데 경남도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지 않나 싶다며 비판했다.

그는 '모두 세상을 바꾸려 말들은 하지만 막상 스스로를 바꾸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톨스토이의 말도 인용하며 홍 지사를 겨냥했다.

김 사장은 또 "일부 사람은 선거 이전까지는 비굴하리만큼 표를 구걸해 놓고, 당선된 후에는 여론에는 아랑곳없이 소통도 하지 않고 유권자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3년 임기 가운데 1년7개월을 재직, 홍 지사의 잔여 임기보다도 더 많이 남아있다고 밝힌 그는 "주군이 바뀌면 가신들도 따라나가야 한다는 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사람을 내보내 황당할 뿐"이라고 떠나는 소회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공사 경영에 문제가 있어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1년 7개월 재직 기간 적자에서 흑자 전환, 부채비율 감소, 정부경영평가 성적 향상 등 성과를 열거했다.

1979년 한국토지개발공사 공채 1기로 입사한 그는 32년간 신도시건설, 택지·산업단지 개발을 비롯해 개성공단 개발 등 업무를 맡아오다가 2011년 11월 임기 3년의 경남도개발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12월 홍 지사가 취임한 후 산하기관장들에게 공개적으로 퇴임 압력이 가해졌다.

김 사장이 퇴임을 거부하자 개발공사에 대한 경남도 감사가 실시되기도 했다.

후임엔 홍 지사 선거 캠프 자문위원, 홍 지사 외곽 지원조직으로 알려진 '대호산악회' 회장을 지낸 배한성 전 창원시장이 임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