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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문학 뿌리와 현장 <18> 부산 인문학 발전 방안 토론회

인문학 단체 간 소통과 연대 필요…대학·시민사회 함께 발전해야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  |   입력 : 2013-06-04 20:30:4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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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국제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부산 인문학 뿌리와 현장' 기획연재 시리즈 참여자들이 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강사풀 없어 서울서 초빙 현실
- 단체들 연대해 공동모색 필요

- 교육부 특정주제 강요 다양성해쳐
- 공적기금 신청 복잡·금액 적어

- 시민기금·생협 등 자생법 모색 중
- 서민·중산층 인문학 주인공 되길


◇ 일시 : 2013년 6월 3일

◇ 장소 : 국제신문 5층 회의실

◇ 참석자(가나다 순)

▶강정아(책과 아이들 공동대표)

▶구모룡(한국해양대 교수)

▶김경연(부산대 교수·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주간)

▶김동규(연구모인 비상 연구팀장)

▶김성배(부산문화연구회 대표)

▶남송우(부산문화재단 대표)

▶박용준(인디고서원 편집장)

▶이민아(백년어서원 기획팀장)

▶이지훈(필로아트랩 대표)

▶장지연(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교수)

▶정면(부산가톨릭센터 기획팀장)

◇ 사회

▶이지훈 대표


전 세계적으로 인간성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시민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밝지 않다. 인문학 관련 학과가 속속 폐지되는 등 인문학 교육을 전담하던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올 상반기 동안 천착해 온 '부산 인문학 뿌리와 현장' 기획연재의 취지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부산 인문학이 지닌 인프라를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있었다.

이 기획이 특히 관심을 두고 살펴본 것은 자발적 시민인문학운동이다. 전국적인 시선을 끌며 활발하게 일어나는 부산 시민인문학운동은 그동안 상아탑에 갇힌 인문학을 시민에게 선사했을 뿐 아니라 대학에도 신선한 자극을 주면서 상호 발전적인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인문학의 미래는 여기서 시작하지 않을까. 본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마당에 인문학운동가와 대학교수들이 함께 모여 부산인문학의 발전과 공적 지원 방향을 짚었다.

-사회 : 먼저 시민 인문학의 방향을 점검해보자. 현재 시민강좌 내용에는 문제가 없는지.

▶구모룡 : 인문학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CEO인문학' '자기 계발'을 비롯해 '독서운동'도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인문학이란 이름을 남용하는 듯하다. 인문학의 본령인 '글쓰기'에 천착해야 한다.

▶김경연 : 시민을 대상화하는 일방적 강의보다는 상호소통을 이끌어내는 쌍방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박용준 : 대중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강의 개발, 시민친화형 강사 양성 등의 자체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인문학 자체의 노력과 함께 공적 지원이 강화해야 한다.

▶강정아 : 인문학 단체가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면 좋겠다. 정보도 공유하고, 인문학 강사 풀을 확보하자. 강사 정보가 없으니 서울에서 강사를 불러오게 되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 또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강좌와 책이 적다. 성인 영역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이민아 : 인문학 단체 간에 프로그램 공유, 공동개발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도 인력 풀을 마련하려고 노력했으나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문학 단체가 스스로 나서야 한다.

▶김동규 : 교육부가 해마다 '힐링' '희망' 등의 주제를 하나씩 정하고 시민인문학에도 그런 주제 강의를 요구한다. 이런 관행은 인문학 주제의 다양성을 해친다.

-사회 : 강의 방식이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면 : 찬성이다. 기존의 연구자들이 조금 완고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열린 자세로, 강의방식과 내용을 다양화하며 대중에게 다가가면 좋겠다.

▶김성배 : 현장답사 형 인문학 프로그램이 효과적인 것 같다. 최근 걷기운동과 결합한 프로그램, 부산항축제나 부산국제영화제와 결합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는데 호응이 있었다. 스토리텔링 인문학 프로그램도 좋다. '한결아트홀'에서 스토리텔링 창작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김동규 : 인문학 프로그램이 서로 비슷비슷하다. 프로그램 중복을 피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단체들의 연대가 절실하다. 또 인력 풀을 만들기 위해서도 연대가 필요하다.

-사회 : 인문학에 대한 공적 지원 방향은?

▶김경연 : 인문학 잡지 활동을 오래 해왔으나 잡지 생존이 어렵다. 잡지가 인문학 운동의 핵심 매체란 인식이 필요하며, 공적 지원이 절실하다.

▶박용준 : 인문학 활동가의 노력에 비해 공적 지원이 너무 열악하다. 이러다가 후속세대 인문학이 지속할지 우려된다. 또 지원을 받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지원신청 업무를 대행할 전문매개 집단을 마련하면 좋겠다.

▶김동규 : 대학에서 논문 실적의 양적 평가가 강화하면서 연구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인문학 관련 학과가 사라지며, 대학이 인문학 연구자의 생존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인문학 연구자들이 대학 외부에서 인문학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강정아 : '재능기부'란 단어가 남용된다. 공공도서관, 구청을 비롯한 공공 기관에서 비현실적인 강사료로 강좌를 운영한다. 이런 체제로는 인문학의 지속적 발전이 어렵다.

▶이민아 : 실질적인 '연구비' '집필비' '기획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문학 활동가의 생태계가 자리 잡지 못한다. 문화행정가들이 직접 인문학공간을 찾아 현장의 어려움을 살피는 '문화행정 체험단'을 만들면 어떨까.

-사회 : 공적 지원 외에 다른 방법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용준 : 시민기금을 모으는 노력도 해야 한다. 잡지 '인디고'도 시민기금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기부자는 주로 서울에 있다. 부산은 아직 이런 부분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김성배 : 잡지 '푸른글터'를 발간하고 있다. 부산의 공적 지원은 매우 적다. 오히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 메세나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김동규 : 인문학 단체 연대를 11월에 발족할 계획이다. 이것이 '인문생협'으로 발전한다면, 장차 시민의 힘으로 '시민대학'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사회 : 이제 부산 시민인문학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가 됐다.

▶남송우 : 물질문명에 피폐해가는 인간의 가치 회복이 인문학의 본질이란 점을 잊지 말자. 또 해양의 개방성을 생각하는 인문학을 발전시키면 좋겠다.

▶강정아 : 서민과 중산층이 인문학의 주인공이 되는 사회를 만들면 좋겠다.

▶구모룡 : 우수한 연구자는 시민사회보다 대학에 많다. 또 대학 인문학 연구가 없으면 인문학 발전도 없다. 논문 한 편 쓰기가 '잡글' 두 편 쓰기보다 훨씬 어렵다. 본래의 정체성을 잃고 상업성이 짙어지고 있는 시민인문학도 질적 성장을 생각하자.

▶박용준 : 현재 정부의 인문학 지원이 대학에 편중해 있다. 시민인문학 영역과 대학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인문학을 함께 발전시키면 좋겠다.

▶김동규 : 동감이다. 두 영역 간에 선순환 구조가 없다. 시민인문학 수준이 낮다거나 상업적이라는 선입견도 바뀌어야 한다. 대중적 글쓰기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

▶장지연 : 부산에 자리 잡은 지 석 달이다. 오늘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즐겁다. 대학 강사와 시민인문학운동이 함께 소통하며, 새로운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


# 남송우 부산문화재단 대표

- "부산 지역성 특화해 해양인문학 발전을"

   
3일 오후 국제신문 회의실에서 열린 부산 인문학 뿌리와 현장 결산 토론회에 참석한 부산문화재단 남송우(사진) 대표. 그는 부산지역 인문학의 미래를 논하는 이 자리에서 지나친 상업주의의 경계와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활용한 지역인문학, 이른바 '해양인문학'의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남 대표는 "현장의 인문학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학 내 인문학 연구집단과 현장 활동가 사이에 괴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느꼈다"며 "HK사업으로 대변되는 대학 내 인문학연구는 그 나름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의 일자리 창출에 그치는 측면, 연구 성과가 일반 대중에게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는 한계 등을 지닌 것 같다"고 전재했다.

남 대표는 인문학 열풍의 지나친 상업주의화에 관한 경계는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밖에서 이뤄지는 많은 인문학 운동이 '힐링' '인문학' 등의 이름을 빌려 강좌나 콘서트라는 형식의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면서 자본의 논리와 지나친 상업성에 얽매이는 느낌이 강한데, 부산 인문학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순수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또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져가는 인문학이 지역별로 차별성이 별로 없다며 부산 인문학은 지역성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진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부산의 지역성은 바다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해양인문학'이다.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이며 부산은 그 바다로 들고나는 항구다. 바다는 공해가 대부분이지만, 땅은 누구의 땅도 아닌 공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다는 교류와 공유를 특성으로 하는 열림의 공간이지만 땅은 멈춤과 분할, 소유를 특성으로 하는 닫힌 공간이다. 그래서 바다는 공존과 소통이라는 21세기적 인류 공동의 가치와도 맥을 같이한다. 부산에서 해양인문학을 발전시키고 특성화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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