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부산시가 신공항 수요조사 '사전합의' 갈등에 이어 김해공항 포화시기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 승객 증가 추세가 빠르면 신공항 건설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시가 한국항공대에 의뢰한 '김해공항 가덕 이전 타당성 용역'에 따르면 김해공항 포화시기는 2023년으로 추산된다. 2030년 승객은 지난해의 배인 1906만 명(전환수요 포함)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용량은 이미 100%에 가까운 상태다. 국제선 청사 포화시기는 훨씬 빠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해외이용객이 여객 수용능력(464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는 2011년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때 예상한 2017년보다 4년 빨리 초과하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2015년까지 1단계 국제선 청사를 증축해 수용능력을 542만 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매년 10% 이상 승객이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2016년께 다시 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 청사 1단계 확장이 끝나는 2015년에 또 2단계 확장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정부는 신공항보다 김해공항 포화시기 연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제선 터미널 확장 ▷활주로 용량 증대 ▷보조 활주로 건설 추진계획을 내놨다가 "신공항 백지화 수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국토부는 슬롯을 주말 기준 24회에서 32회로 늘리고 보조 활주로를 만들면  2040년까지 늦출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2011년 '동남권 신공항 타당성 조사'에서는 김해공항 포화시기를 2027년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신공항 수요조사에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시는 그동안 김해공항의 국제선 부족으로 인천공항과 일본·중국을 경유하는 전환수요를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2008년 기준 전환수요는 300만 명에 가깝다. 또 김해공항의 안전성 부족에 대한 분석과 신공항의 기능·규모·성격도 포함하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난색을 표하던 국토부도 영남 민심이 악화되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난 상태다. 시 관계자는 "매년 김해공항 승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신공항 수요는 충분하다"면서도 "수요는 정부의 주관적인 요소가 조금만 개입해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공항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