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의 불법채권 추심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채무자의 주소지를 알아내기 위해 법원 판결문을 위조해 불법으로 채권을 추심한 중견 대부업체 2곳이 검찰에 적발됐다. 특히 자치단체의 동 주민센터는 이들 업체가 채무자의 주소지를 알기 위해 신청한 서류를 형식적으로 확인,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민생 침해사범 합동수사반(반장 최성환 형사3부장)은 28일 채무자들의 주소지를 알아내기 위해 판결문 등 법원 공문서를 위조해 불법으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은 혐의(공문서 위조 등)로 중견 대부업체 P사와 K사 등 2곳을 적발, 해당 대부업체 부산지점장 강모(39) 씨를 구속기소하고, K사 직원 김모(31)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씨는 P사 부산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서울서부지방법원 명의의 판결문, 지급명령문, 주소보정명령서 등 63부를 위조해 채무자들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씨는 또 지난달 29, 30일 또 다른 대부업체 K사로 옮겨 직원 김 씨와 짜고 같은 수법으로 채무자 40명의 초본을 발급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제2금융권 등에서 원채권가액의 2~5%에 넘겨받은 악성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사소송 등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근무한 P사와 K사는 각각 자산규모 1000억 원, 2300억 원의 중견 대부업체로 알려졌다.

강 씨 등은 특히 동주민센터에서 채무자의 주소지 확인을 위한 서류를 형식적으로 검토한다는 점을 알고 법원 판결문 등에 채무자의 인적사항 부분을 종이로 덧붙인 뒤 복사하는 방법으로 공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성환 합동수사반장은 "이러한 범행은 법원의 공문서인 판결문 등에 대한 공신력을 훼손하고 채무자들의 신변 위협, 개인정보 유출 등 2차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며 "유사사례 적발과 예방을 위해 금융감독원과 부산시에 통보해 2중, 3중의 감시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부업체가 채무자의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판결문 등을 첨부해 동 주민센터에 신청해야 한다. 이는 무분별한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불법채권 추심행위로부터 채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