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상대 민사소송서 이긴 뒤
- 최근 보고서 조작의혹 또 발견
- 이번에는 형사소송 준비 나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다음 달 밀양 송전탑 건설 보상법안 추진(본지 지난 23일 자 5면 보도)에 나섰지만 이미 공사가 끝난 부산 기장군 철마면 임기리 상곡마을 주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26일 상곡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총 17세대, 20명 남짓이 사는 마을에 풍파가 불어닥친 것은 2010년 4월. 한국전력이 신고리에서 북경남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를 따라 756㎸급 송전탑 5개를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완공된 이곳 송전탑은 밀양과 같은 높이 100~140여 m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송전탑 4개는 주택과의 최단거리가 212m에 불과하다.
당시 공사가 시작되면서 헬리콥터가 대형 철근 등 자재를 날랐다. 이를 본 주민들은 공사 현장에 찾아간 뒤에야 송전탑 건설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반대에 나선 것은 5개월 후. 주민 대부분이 70대 노인들이라 송전탑의 문제점을 알고 의견을 수렴하는 데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이다. 주민들은 상곡마을kV대책위를 조직해 기장군청을 찾아가고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 한전 측은 공사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2011년 1월 서울 한전본사, 국가인권위, 지식경제부 등을 찾아갔지만 소득이 없었다. 이후 70, 80대 노인 10여 명이 현장을 찾아 한전 측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협상을 벌였지만 해결은 난망했다.
2011년 11월 마지막 항의농성 때 한전은 주민 1명을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주민은 약식기소돼 1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지금은 정식재판을 청구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러던 중 법적 투쟁을 벌이기로 하고 2012년 6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결국 법원은 최근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조양희 판사)는 한전 측이 마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실질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세대당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 상곡마을 주민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일부 주민과 합의가 됐다는 한전의 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전이 2011년 10월 기장군에 제출한 '상곡마을 민원해결 계획서'의 내용 중 마을 주민 K 씨와 합의했다고 한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한전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상곡마을kV대책위 김철성 위원장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일지라도 끝까지 싸워 한전의 잘못을 세상에 알리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기장군 정관면 주민들도 2010년부터 '765㎸ 송전탑을 반대하는 정관주민연대' 등을 결성해 한전에 맞섰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총선에서는 관련 공청회까지 개최되는 등 송전탑과 송전선로 문제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야당과 무소속 후보 4명이 모두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의사를 밝혔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선로 선정 과정이나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