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교권회복 프로젝트-무너진 교단 '희망'을 세우자 <4> 초등교사는 보육교사?

학교를 '업장' 취급, 고객대접 받으려는 학부모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3-05-21 20:56:07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동구 D초등학교 1학년 체육시간 모습.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보육'까지 요구하는 바람에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홍영현 수습기자 hongyh@kookje.co.kr
- 아이가 우산 분실했다며
- "CCTV 보여달라" 생떼
- 친구들과 놀다가 다쳐도
- "왜 잘 돌보지 않느냐" 항의

"학부모들이 초등학교에 교육뿐 아니라 '보육'까지 요구하는 것 같아요." 부산 동래구 A초등학교 6학년 담임 김정훈(가명) 교사는 "학부모의 과도한 기대심리와 요구 그리고 '확대해석'이 교권침해를 부른다"고 말했다.

이 초등학교에서는 얼마 전 1학년 학생이 체육시간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던 중 공에 맞은 일이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학부모가 "왜 아이를 보호하지 못했느냐"며 지속적으로 항의해 학교는 곤욕을 치렀다.

김 교사는 "지난해에는 아이가 학교에서 우산을 잃어버렸다며 그 경위를 알아야 하니 교내 CC(폐쇄회로)TV를 보여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학부모가 있었다"는 사례도 들려줬다. 현재 규정상 학교의 CCTV는 사생활과 초상권 보호를 위해 개인이 열람할 수 없게 돼 있다. 수사기관에 정식 절차를 밟거나, 해당 학교의 종합적 판단에 따라 매우 제한적인 형태로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는 "도난 가능성이 있으므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학교는 규정에 따라 대응했지만, 민원에 따른 교사의 스트레스와 수업 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

■아이 말만 믿는 학부모

교단 경력 25년째인 북구 B초등학교 이숙경(가명) 교사는 더욱 황당한 사례를 들려줬다. "학생의 위생청결 상태가 너무 나빠 학부모에 이를 알렸어요. 그러자 학부모는 '왜 학교에서 씻겨주지 않느냐'고 되레 큰소리치는 거예요. 또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야단치면 '우리 아이는 그런 적 없다는데 왜 그러느냐'고 항의하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이 교사는 이를 "학부모가 초등학교를 백화점 같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여기고 '손님은 왕이다'라는 심리로 대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언뜻 보기에 초등학교는 중·고교에 비해 교권침해가 매우 적다. 평온해 보일 정도다. 부산시교육청이 각급 학교의 학생징계대장에 기록된 직접적인 교권침해 횟수를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12년 초·중·고 전체의 교권침해 사례 가운데 초등학교는 2건뿐이다. 2011년에도 전체 352건 중 초등학교는 단 2건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초등학교는 평온할까. 일선 교사들의 반응은 다르다. 부산 C초등학교의 한 고참교사는 한 달 전 있었던 사례를 들려줬다. 이 학교에서 함께 어울려 다니는 4학년 학생 4, 5명을 특별지도했다고 한다. 학교가 알아본 결과 이 학생들은 비록 초기 단계였지만 인근 중학교의 말썽 많은 학생과 연계돼 '보호'를 받고 있었고 교내에서 왕따 등 문제 행동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도한 민원과 조숙한 아이들

이 교사는 "몇 년 전 다른 학교에 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다만 5·6학년도 아니고 4학년에게까지 이런 현상이 내려왔다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른바 '초등학교 일진문화'의 한 단면이다. 다른 초등학교의 교사는 "일부 소수 학생이 영악하게 말썽을 피우거나 심지어 흡연까지 하는 사례는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들려줬다.

이처럼 학교 환경 자체가 결코 만만치 않은 가운데 '고객은 왕'이라는 의식을 가진 학부모의 빈번한 민원 제기가 속출하고,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연 130~180시간의 각종 연수를 채우거나 승진 문제에 집착하면서 교권회복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평온은 평온이 아닌 것이다. 부산교총 교육정책연구소 신중섭 소장(명진초 교장)은 "교권과 관련해 초등학교에는 특유의 어려움이 있다"며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 학부모의 의식 전환 등 온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현재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2. 2“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3. 3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4. 4육군서 또 가혹행위 '하사가 병사에 드릴로'...부대 '무마' 정황
  5. 5갈비탕 쏟고 "조심 안 한 손님 책임"...항소 재판부 "주의는 식당 몫"
  6. 6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7. 7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8. 8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9. 9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10. 10전기자동차 리콜 급증… 믿고 타기에는 ‘뭔가 찜찜’
  1. 1尹 지지율 4주만에 반등 40% 임박..."김성태, 천공 의혹 영향"
  2. 2'대통령실 갈등' 안철수 돌연 공개일정 중단 "정국 구상 숨고르기"
  3. 3고 노옥희 전 울산교육감 남편 천창수 씨 교육감 보궐선거 출마 선언
  4. 4與 당대표 적합도 안철수 36.9%, 김기현 32.1% 접전…최고위원은?
  5. 5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6. 6북한 '부촌' 개성서 아사자 속출, 북한 식량난 한계 도달
  7. 7천하람 깜짝 4위, 경선 구도 흔드나
  8. 8野 '이태원참사 책임' 이상민 탄핵안 오후 발의..."8일 단독처리"
  9. 9장외집회 연 민주, 또 나갈지는 고심
  10. 10윤, 국힘에 "안 엄중 경고해달라"..."당무 개입, 민주주의 위배" 반발
  1. 1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2. 2전기자동차 리콜 급증… 믿고 타기에는 ‘뭔가 찜찜’
  3. 3애플페이 내달 상륙…NFC 갖춘 매장부터
  4. 4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가능성에 수산업계 대책 마련 고심
  5. 5부산 '100대 업종' 보니…1년간 예식장 12%↓·펜션 27%↑
  6. 6부산엑스포 현지실사 때 '최첨단 교통' UAM 뜬다
  7. 7해운경기 수렁…운임지수 1000선 위태
  8. 8삼성전자 갤럭시 S23 사전판매 돌입…체험공간 부산에도
  9. 9“수소경제 핵심은 ‘연료전지’…지역 산·학·관 협업해야”
  10. 10“바이오가스로 그린 수소 생산…가장 현실적 방법”
  1. 1"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2. 2“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3. 3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4. 4육군서 또 가혹행위 '하사가 병사에 드릴로'...부대 '무마' 정황
  5. 5갈비탕 쏟고 "조심 안 한 손님 책임"...항소 재판부 "주의는 식당 몫"
  6. 6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7. 7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8. 8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9. 9입춘 지나자 부산 울산 경남 낮 최고 10~13도...남해는 밤비
  10. 10“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1. 1롯데 괌으로 떠났는데…박세웅이 국내에 남은 이유는
  2. 2쇼트트랙 최민정, 올 시즌 월드컵 개인전 첫 ‘금메달’
  3. 3폼 오른 황소, 리버풀 잡고 부상에 발목
  4. 4황의조 FC서울 이적…도약 위한 숨 고르기
  5. 5MLB 시범경기 던지고 간다…오타니, WBC 대표팀 지각 합류
  6. 6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7. 7맨유 트로피 가뭄 탈출 기회…상대는 ‘사우디 파워’ 뉴캐슬
  8. 8WBC에 진심인 일본…빅리거 조기 합류 위해 보험금 불사
  9. 9‘셀틱에 녹아드는 중’ 오현규 홈 데뷔전
  10. 10한국 테니스팀, 2년 연속 국가대항전 16강 도전
우리은행
영도…먼저 온 부산의 미래
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영도…먼저 온 부산의 미래
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