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3년간 사실 몰라

부산대의 한 학과 조교가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해외 연수지원금을 개인 통장으로 송금받는 수법으로 1억여 원 상당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3년 가까이나 모르고 있다가 최근 감사에서 적발하고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연수비용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부산대는 A학과 소속 전 조교인 B(35) 씨에 대해 공금유용 혐의로 부산 금정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20일 밝혔다. B 씨는 A학과에서 5년 동안 조교로 활동해 왔으며 지난해 말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에 따르면 B 씨는 2011학년도 1학기부터 '해외대학 학생파견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학교지원금 1억 원가량을 다섯 학기에 걸쳐 빼돌린 것으로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났다. A학과는 매 학기 10여 명가량의 학생들을 해외에 파견해 왔고, 대학본부는 경비의 35~50%가량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은 각 학과가 계획을 수립해 보고하면 대학본부가 신청학생에게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감사 결과 B 씨는 파견 학생이 개인통장으로 지원금을 받으면 학과 공동경비에 쓰일 돈을 따로 걷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지원금의 일부를 자신의 개인계좌로 송금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파견프로그램 관련 공문의 금액을 일부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 B 씨가 공금통장이 아닌 개인 통장으로 송금받아 왔는데도 단과대학까지만 정기감사를 벌여 왔던 탓에 대학 측은 3년 가까이 공금 유용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대는 지난 3월 중순께 해당 학과의 진상 파악 요구로 비로소 조사에 착수했다.

부산대는 지난 1일 각 처장단과 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석한 감사위원회를 개최, 유용금액 규모와 사용처 등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부산대는 현재 유용 금액이 최소 1억 원가량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대 최재원 기획처장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법처리 결과를 토대로 유용 금액을 환수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학교 측과 세 차례에 걸친 면담을 통해 "학과 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등 학과 공동경비에 지원금 일부를 받아 사용했다"며 "이전에는 사비를 털어서 학과업무를 처리한 적도 종종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정경찰서 관계자는 "다음 주께 B 씨에 대해 첫 조사를 벌이는 한편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