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반도체 회사인 (주)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 근로자 48명에 대한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사측이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어서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7일로 563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17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피에스엠씨와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근로자 48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모두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노조와 성실한 협의나 해고 회피 노력 등을 하지 않았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피에스엠씨는 2011년 3월 회사를 인수한 뒤 그해 11월 7일 경영난을 이유로 근로자 58명을 정리해고했다. 노조는 11월 2일 정리해고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52명은 부산지방노동위원회(부산지노위)에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노위는 지난해 2월 29일 52명 전원에 대해 부당해고라고 판정했고, 사측은 중노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중노위는 지난해 7월 22명에 대한 정리해고는 부당하지만 30명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이후 노사 양측은 서울행정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해고 근로자 4명이 희망퇴직으로 전환돼 전체 소송대상은 48명으로 줄었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도 563일간 계속되고 있는 노사 갈등은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노조는 법원 판결에 따라 해고자 전원의 복직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사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에 상고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노조는 중노위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22명 중 희망퇴직한 2명을 제외한 20명에 대한 복직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선 복직, 후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복직여건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문영섭 부산양산지부 풍산마이크로텍 지회장은 "회사 매각 이후 투기자본이 들어와 정리해고를 진행했고 경영진은 횡령을 해 1명이 구속된 상황"이라며 "부당해고를 자행한 만큼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