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지 시 지급금 조항 등

- 혈세 낭비·공공성 훼손 우려

- 요트경기장도 영향 불가피

부산시의회가 6일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인 동래역사 복합환승센터 개발 동의안에 대해 심사를 보류했다.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혈세 낭비와 공공성 훼손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동래역사 복합환승센터와 함께 3대 BTO로 꼽혔던 부전도서관·수영만 요트경기장 사업에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자"는 부산시의 토목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시의회 창조도시교통위원회는 6일 부산시가 제출한 '동래역 광역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 동의안'에 대해 조건부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민간사업자와의 계약(실시협약)이 중도에 파기될 경우 민간투자금을 혈세로 돌려줘야 하는 '해지 시 지급금'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현재의 협약에 따르면 건설기간(3년)에 민간사업자의 잘못으로 사업이 중단되면 환승센터(20층) 면적의 65%인 상업시설은 시에 무상 귀속되고 상업시설은 지급보증되지 않는다. 운영기간(30년)에 협약이 해지되면 공공시설은 세금으로 매입하고 상업시설은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해 건설비를 줘야 한다. 세금으로 상업시설까지 사야 했던 과거의 실시협약(안)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창조도시위원들은 침체된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규모가 커 위험부담이 높고 상업시설도 과다하다고 반대했다. 또 계약 해지의 원인을 놓고 다툼이 발생하면 시가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오보근(사상2) 의원은 "부산시가 시행사와의 재협상을 통해 해지 시 지급금 범위에 상업시설을 뺀 것은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280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감안할 때 만일에 대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요 독소조항이 제거되는 등 이 정도면 무난하다는 일부 동조 여론도 있었으나, 의회의 높은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수영만 요트경기장 사업도 빨간불이 켜졌다. 시와 민간사업자가 맺은 실시협약(안)이 동래역사에 비해 훨씬 많은 특혜조항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협약대로라면 시는 계약이 파기될 경우 호텔·상가 건설비까지 돌려줘야 한다.

부전도서관 재건축 사업도 지난 1월 시의회 심의에서 보류돼 장기 표류 중이다. 당시 의원들은 "부전도서관은 50년간 부산을 대표하는 건물인 만큼 정체성을 살릴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사실상 지급보증과 마찬가지인 해지 시 지급금도 문제가 됐다.

시 관계자는 "협상을 가장 잘했다는 동래역사의 심의가 보류돼 다른 사업의 앞날도 어둡다"고 말했다. 부산참여연대 측은 "앞으로 민간투자사업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특혜시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