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자매 살인 사건'의 피고인 김홍일에 대한 법원 선고가 연기되면서 유족들이 극렬히 항의하고, 심지어 재판장이 퇴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재판부는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유족들은 피해자 유족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피고인 김홍일에 대한 선고가 예정된 1일 오전 9시30분 부산법원종합청사 301호. 방청석에는 유족들과 취재진들로 빈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곧이어 들어선 부산고법 형사2부 이승련 부장판사 등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더 검토할 사안이 있어 재판을 2주 후로 연기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법정에서 대기했던 유족들은 피해자들은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극형 선고만 기다렸는데 사람을 갖고 노는거냐며 항의했다. 피해자의 이모라는 한 여성은 "도망치는 거 잡는데 5개월, 선고하는데 1년을 끌고는 또 연기를 하느냐"며 "당신네 자식 같으면 이렇게 (연기를) 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유족은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 울산에서 이렇게 내려왔는데 하루 전이라도 고지를 해줘야지 연기한다고 말 한마디 하면 끝나는거냐"며 "우리나라는 피고인 인권만 중요하고 피해자 유족들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법정 내에서 소란이 확산되자 재판부는 다른 사건이 있음에도 법정에서 잠시 퇴정했다. 소란이 잦아들지 않아 법정 경위들이 이들을 내보내려 했지만 오히려 유족들과 다툼만 벌어졌다.

　피해자 아버지 박모(61) 씨는 "김홍일이 도망다닐 때 참고 있던 손목 부상을 검거된 후 수술해 달라고 하자 사흘만에 수술해주고, 밥맛이 없다며 치킨을 사 달라면 치킨 사주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피고만 중요하다"며 "최고형이 안 나오면 내가 김홍일을 죽일테다. 내가 교도소에 들어가 살면 되지"라고 극한의 감정을 표출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실신해 쓰러지기도 했다.

　김홍일은 여자 친구(27)가 헤어지자고 한 데 앙심을 품고 지난해 7월 20일 새벽 여자 친구와 여동생(23)을 잇따라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로 지난 1월 25일 울산지법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이에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