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속 후속조치는 나 몰라라
- 위반 확인서 제때 안보내줘
- 구청도 "통보 받지 못했다"
- 행정조치는 않고 절차 탓만

경찰이 불량식품을 단속한 뒤 영업정지 등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대부분의 업체가 버젓이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이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하고 먹거리 불안 해소란 취지를 망각한 전시행정을 펴 위생에 대한 시민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 경찰은 올해 수영구 A호텔(특2급) H호텔(특2급), 대형마트 등을 불량식품 제조·판매 등의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적발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이들 영업점은 23일 현재도 성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경찰서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보관한 동구 상해거리 일대 중식당 15곳을 이달 초 적발, 업주 손모(58) 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지만 이날 현재 변함없이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상해거리뿐만이 아니다. 염소요리 식당(북부서), 유명 꼬치전문점·대형마트(남부서), 김치제조업체(부산진서), 사직구장 불량통닭(동래서) 등 경찰이 치적으로 내세운 업체들도 대부분 영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단속 후 관계 당국이 영업정지 등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다. 행정처분권을 가진 관할 구청은 경찰이 위반 사실 확인서를 보내주지 않아 처분을 할 수 없다며 절차 탓만 하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적발사실을 알게 됐을 뿐 사실 확인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불량식품 관련 사건들을 마무리하면 검찰로 송치할 때 한꺼번에 관할 구청에 통보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은 "어차피 행정처분을 내리더라도 대부분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선택한다. 당장 문 닫게 하지도 못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서구에서 허가도 받지 않고 오리를 도축(본지 지난 5일 자 6면 보도)한 관련자들은 무허가 업체여서 구청의 행정처분 대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번 불량식품 단속은 정부의 4대 사회악 척결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일 뿐 안전한 식품위생 관리와는 관계없는 셈이다. 말 그대로 전시행정이다. 시민 양모(32) 씨는 "상해거리 중식당 일부가 불량식품을 취급 해 적발됐다는 소식을 듣고 점심때 동료들과 가봤더니 모두 성업 중이었다. 식사하는 내내 께름칙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 거의 남기고 나왔다"며 "이런 식이라면 먹거리 안전은커녕 불안만 확산될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