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호만매립지 토지불하用
- 유령법인 묵인 대가 의혹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유태파'의 행동대장 등 조직원들이 지역 중견 건설사 대표를 위협해 경영권을 뺏으려 한 사건(본지 18일 자 1, 8면 보도)을 수사 중인 경찰은 토지 불하과정에서 공무원이 로비를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구속된 유태파 행동대장 이모(49) 씨가 H건설사 회장 정모(55) 씨를 공갈·협박해 상가건물 분양권, 공사비 등을 빼앗은 뒤 돈의 일부를 공무원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첩보를 확보, 수사를 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이 씨가 H건설 회장 정 씨를 대신해 2010년 11월 용호만매립지 남천어촌계 및 상군터미널(주) 토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정 씨 등에게서 용역비 등의 명목으로 21억 원을 받았고, 그 가운데 일부를 공무원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2010년 8월 상의군경회는 용호만매립지 부지(1만859㎡)를 불하받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면서 20억 원을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돈의 일부가 시로부터 토지불하를 받기 위해 공익단체인 상의군경회가 설립한 상군터미널(주)이라는 유령법인을 묵인해 준 공무원들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씨는 2010년 11월 4일 토지형질변경(해안부지→대지)으로 남천어촌계로 불하된 남구 용호만매립지 내 남천어촌계 부지(3074㎡)를 인수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H건설로부터 1억 원을 받은 뒤 공무원 등 불하권자에게 로비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화병 남부경찰서장은 "5개월간에 걸친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4차례 영장을 신청했고, 모두 보완수사 지시가 내려진 상태"라며 "이는 이번 사안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서장은 "공무원 비리 수사 역시 혐의가 현재 뚜렷히 드러난 게 아닌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연루된 비리 건을 조사하기 위해 이 씨의 배후세력인 칠성파 행동대장 김모(59) 씨와 유태파 추종폭력배 임모(48) 씨, 운전기사 서모(39) 씨, 광안칠성파 행동대원 진모(39) 씨 등 심복들을 상대로 공무원 로비 사실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경찰은 수사 결과 유태파 행동대장 이 씨가 지난달 구속되기 직전 전직 법무부 소속 직원을 자신이 운영하는 분양사무실의 임원으로 채용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