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만요트장 연관돼 주목

민간투자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해지 시 지급금'이 사실상 최소운영수입(MRG) 보장 기능을 하는 만큼 국회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지 시 지급금이란 계약이 파기될 경우 귀책사유에 상관없이 그동안의 민간투자금을 되돌려줘야 하는 조항이다. 수익형 민자사업인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과 동래역 복합환승센터 건설사업이 모두 해지 시 지급금을 보장해 특혜 논란(본지 지난 1일 자 1·3면 보도)을 초래했다.

14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 평가 보고서'에서 "해지 시 지급금은 MRG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내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국회 심의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58조에는 '국채를 모집하거나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 정부는 미리 국회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0년 MRG가 폐지되자 국회 동의나 승인 없이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한국개발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중앙정부 예산으로 적격성 조사를 시행하고서도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국회 규제를 받으면 민간사업의 적기추진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적기추진'은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KDI의 적격성 조사가 시설이용자의 부담 증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공공투자관리센터는 '신분당선(용산·강남) 복선전철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면 재정지출을 486억 원 절감할 수 있다고 했으나 요금상승에 따른 시설이용자 부담이 1258억 원 증가한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분석했다.

시설이용자의 부담이 큰 민자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고 기존의 민자사업은 정부가 인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산정책처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나 부산~울산고속도로는 실제 통행량이 예상 교통수요의 60% 수준에 불과해 매년 막대한 재원을 보조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민자고속도로를 정부가 인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2955억 원의 세금이 지원됐다. 부산~울산고속도로 역시 2010년부터 3년간 1032억 원이 투입돼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은 민간사업자 잘못으로 계약이 중도 파기돼도 부산시가 투자금 대부분을 보전해주고 시설을 인수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시는 최근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안)을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