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환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장은 11일 울산 반구대 암각화 현장에서 보존대책 현황을 보고하면서 "부디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대립하는 듯한 양상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화재청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 팀장인 그의 이런 당부는 이내 무색해졌다.

강 국장의 반구대 보존대책 방안 설명을 듣고 난 박맹우 울산시장이 마이크를 잡고 문화재청을 비난하면서 울산시의 보존방안을 고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두 기관은 이번 현안과 관련한 정책 담당기관이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두 기관의 방안은 지난 10년 동안 평행선을 달렸다. 이날 반구대 암각화 현장은 그런 상이한 자세를 재방송하는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화재청 방안이 요점은 반구대 암각화가 연중 8개월 물속에 잠기는 원인이 되는 대곡천의 사연댐 수위를 낮추자는 것이다. 그에 맞서 울산시는 사연댐을 대체할 깨끗한 식수원을 중앙정부에서 제공하지 않는다면 생태제방을 설치해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쪽이다.

문화재청은 암각화라는 문화재 보존에, 울산시는 시민의 식수원 확보에 더 많은신경을 쓰는 셈이다.

이 두 가지 논점에 접근하는 방식도 차이가 난다. 문화재청은 암각화 보존과 물문제를 분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식수원 확보는 문화재청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울산시는 두 가지를 어떻게 분리하느냐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대체 식수원을 중앙정부가 제시한다면 문화재청 생각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박맹우 시장은 이날 현장에 나타나 "이전에는 문화재청이 말하는 수위조절안이 괜찮다고 해서 조건부 수용을 생각했으나 최근 연구보고에서 이 방안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며 이전보다 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 봐야 암각화 훼손을 줄이는 것도 아니고, 외려 유속이 빨라져 수질 환경이 더 악화할 수 있으며, 주변 경관도 해친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두 기관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국무총리실의 국무조정기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런 첨예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문화재청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