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교육 안 되고 시설도 부족
- 비관적 현실에 중도포기 속출
"전문직이라는 기대는 실습과정에서 무너졌습니다. 자원봉사자 정도로 여기는 복지기관과 사회의 인식이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경남 양산에서 사이버교육을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강모(여·27) 씨는 최근 사회복지사의 길을 포기했다. 실습과정에서 사회복지사에 대한 복지시설의 낮은 인식에 실망, 꿈을 접었다.
사회복지학 관련 대학생과 사이버교육으로 자격증 취득에 나선 학생들은 160시간의 실습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적 교육과 훈련을 기대했던 학생 대다수가 실습과정에서 복지사의 길을 포기하고 있다. 규모가 큰 복지센터를 제외하고 대부분 영세한 복지시설에서 이뤄지는 실습은 체계적인 교육은 고사하고 빨래와 화장실 청소 등 허드렛일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강 씨는 "노인요양원에서 하루 8시간 20일간의 실습은 청소와 빨래밖에 없었다"며 "지도교사에게 항의하면 다른 곳에서는 이것보다 더 심한 일을 시킨다며 '싫으면 그만둬라'는 막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김모(여·23) 씨도 "실습과정에서 대부분 실망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두면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돼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사회복지사 현장실습이 사명감과 실천능력을 함양하는 과정이 아닌 '복지사 포기의 길'로 전락한 것은 복지시설의 부족과 체계적인 실습 커리큘럼의 부재 때문이다. 경남도 내에서 한 해 배출되는 사회복지사는 4000여 명이다. 반면 사회복지시설은 1000여 개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도 실질적인 교육이 가능한 시설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사이버교육으로 자격을 취득하려는 직장인은 스스로 실습기관을 물색해 구걸하다시피 허드렛일로 실습시간을 채워야 하는 실정이다.
우여곡절 끝에 실습을 마쳐도 사회복지사 지망생들은 좌절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실습현장에서 마주한 선배 사회복지사의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8시간 근무는 형식일 뿐 매일 4~5시간 연장근무는 예사다. 이런 격무에도 보수는 100만 원대를 넘지 않는다. '사회복지사야말로 복지가 필요한 계층'이라는 말이 실감날 뿐이다.
자격증을 취득해 손쉽게 취업이 된다면 위로가 되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남지역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5000여 명으로 거의 포화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규 사회복지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올해 대학졸업과 함께 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한모(여·23) 씨는 "현장실습을 다녀 온 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 꿈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요구하는 복지사에 대한 사회인식의 변화와 함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남사회복지사협회 강지인 복지사는 "중앙협회 차원에서 교육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기관인지를 평가하는 사회복지현장실습 등록제와 교육 커리큘럼 수립 등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