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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문학 뿌리와 현장 <11> 지역 도서관

읽고, 떠들고, 소통하고…거대담론 지탱해온 民草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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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화명2동 대천천환경문화센터 내 맨발동무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맨발동무도서관 제공
# 맨발동무

- 주민 뜻 모아 책 1000권으로 시작
- 정기 책 전시회·전문가 수서모임
- 이웃들의 이야기 책으로 엮기도

# 글마루

- 폐창고 부지에 문화의 향기 입혀
- 인권·환경·반전 등 '평화'가 테마
-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로 발전

인문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문학을 외치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반 시민 사이에서는 인문학의 열기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뿌리가 없으면 금세 소멸하고 만다. 일부에서는 인문학 열풍에 관해서도 비슷한 형태의 우려를 하고 있다. 반면 그 같은 걱정을 할 필요 없다는 시선도 있다. 인문학의 열기는 곳곳에 씨앗을 뿌려 굳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거창한 인문학 담론의 배경에는 지역 주민이 힘을 합쳐 만든 지역도서관이 있었다.

■맨발동무 도서관-풀뿌리 인문학

   
맨발동무도서관 복도 벽면에 붙어 있는 회원 이름표.
부산 북구 화명2동 '맨발동무 도서관'은 책과 주민을 이어주는 공간이다. 주민의 삶과 책이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 모두가 행복한 '풀뿌리 인문학'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맨발동무 도서관은 2005년 7월 동네 한쪽에 빈 작은 사무실(85㎡)에서 문을 열었다. 북구 화명동 일대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답답해하던 차에 뜻을 모은 주민 5명이 동네 작은 도서관을 만들기로 하면서 이 도서관이 탄생했다. 주민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태고 소장하던 책을 내놨다. 작은 사무실에 책 1000권을 갖다놓고 동네 주민이 언제든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

맨발동무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금방 이웃동네 주민까지 몰려들었고, 2010년 좀 더 넓은 곳인 대천천환경문화센터 2층(264㎡)으로 장소를 옮겼다. 도서관 후원자도 늘어 소장 도서를 2만4000권(DVD 포함)까지 늘리고 그 해 사립형 공공도서관 등록도 마쳤다. 요즘 하루 방문객은 150여 명, 이용 회원은 3000명에 이르러 웬만한 공공도서관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맨발동무도서관은 도서관의 역할, 즉 주민에게 많은 책을 제공하는 일에 충실하기 위해 늘 고민한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으로 주민이 좋은 책을 골라볼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주제별 책 전시회를 열고 있다. 여행, 건강, 방학, 성교육 등 주제도 다양하다. 좋은 책을 선정하기 위해 운영위원과 전문가 13명이 '수서 모임'을 구성, 책 고르기에도 신중하다. 책 읽는 동아리와 책 만드는 동아리도 7개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역할은 도서관이 동네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작가 초청 강연, 문학기행 등 도서관에서 운영할 수 있는 기본 프로그램 외에 '평상 너머', '이야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 동네 주민이 도서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를 통해 개인 또는 마을의 역사를 기록한다. '평상 너머'는 동네 50년 지기, 카페 총각 사장님 등 동네 주민이 강사로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다. 소소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정을 더하고, 마을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년 전 시작한 '이야기 프로젝트'는 이웃 주민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기록해 책으로 펴낸 것이다. 첫 번째 마을 노인정을 찾아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동네 옛 모습과 어른들의 삶의 지혜를 책으로 엮었다. 두 번째 '도시 여자의 꿈'은 동네 30·40대 여성들의 고단한 삶과 희망찬 꿈을 털어놓은 대화를 기록으로 옮겼다. 지난해는 마을 50·60대 언니와 30·40대 동생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엮어 '수다 꿈이 되다'를 펴냈다.

맨발동무 도서관 고선일 관장은 "마을 주민 누구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삶을 되새기고 새로운 인생을 꿈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이 인문학의 기초 아니겠느냐. 그런 면에서 우리 도서관은 가장 밑바닥에서 인문학을 실천하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글마루 작은도서관과 동화랑놀자

   
글마루 작은도서관 회원들이 산복도로 투어를 실시한 뒤 앨범을 만들고 있다. 글마루 작은도서관 제공
부산 중구 영주동 부산터널 위에 자리 잡은 글마루 작은도서관. 2010년 폐창고 부지를 2층 규모의 아담한 도서관으로 변신시켰다.

애초 중구와 MBC, 국민은행이 힘을 합쳐 도서관을 만들었고 2011년 2월 1일부터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와 (사)부산어린이어깨동무가 중구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이 있는 곳은 부산의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문화 소외지역이자 저소득 지역이다. 그리고 산복도로의 초입이기도 하다. 지역도서관이 꼭 필요한 곳이다.

글마루 작은 도서관은 '평화'라는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도서 코너에 '평화책'을 따로 분류해 모아뒀고 '평화책 읽기 모임'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여기서 평화는 정치적 이념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인권, 환경, 반전 등을 묶어 평화로 지칭하고 있다.

이 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은 '조용하지 않다'는 점이다. 도서관 곳곳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으며 아이들도 책을 갖고 어울려 다니며 토론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인문학의 뿌리가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곳이다.

글마루 작은 도서관의 시작은 다른 지역 작은 도서관과 차이점이 있다. 다른 도서관은 지역 공동체가 주도해 도서관을 만든 뒤 도서관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발전시켰다. 이에 비해 글마루 작은 도서관은 도서관을 먼저 건립한 뒤 지역 공동체를 구성해 발전시켰다. 이제는 결실도 보고 있다. 도서관에서 펼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대부분 주부로 구성된 10여 명의 자원활동가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독서모임을 갖고 도서관 청소와 책 정리, 책 보수 등을 자발적으로 하고 도서관에서 펼치는 각종 행사 진행에도 참여한다. 또 산복도로 투어를 하면서 지역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다.

자원활동가들은 그동안 받았던 교육을 바탕으로 이제는 직접 강사로 나설 정도로 성장했다. 자원활동가로 참여하는 김경애(46) 씨는 "집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주위 사람들에게도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며 "아이들도 방과 후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부암동에 자리 잡은 '어린이도서관 동화랑 놀자'는 올해로 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당한 부산진구 당감동과 부암동에 문화적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2001년 허운영(49) 관장이 문을 열었다. 지금은 장서만 1만3000권 안팎을 갖추고 1000여 세대가 이용하는 지역도서관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 도서관도 학부모들을 상대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영유아가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 속에서 문화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허 관장은 "항상 책과 함께하는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문화적인 분위기를 가꾸고 있다"며 "지역도서관은 아이들에게 꿈을, 어른들에게는 문화 생활을 영위할 기회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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