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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김성종 씨가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언덕 추리문학관에서 자신의 근황과 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문학의 위기'를 타개하는 길은 일차적으로 도서관을 많이 짓는 등 책과 출판에 대한 정책적 관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작가는 기본적으로 진보·비판적
- 금기에 당당히 도전할 줄 알아야
- 문학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가
- 우리 문학계를 오히려 위축시켜
- 바다 등 치열한 삶의 현장 도처에
- 부산은 무궁무진한 스토리 보고
- 문학 출판 적극적 뒷받침 없이
- 진정한 일류문화도시는 헛구호
50여 편(권수는 100여 권)의 작품을 펴낸 부산의 대표 소설가이자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있는 추리문학관 관장인 김성종(72) 씨. 그는 대한민국 문학계에서 추리소설 분야의 새 장을 열었던 선구자다. 세계 유일의 추리문학관을 부산에서 개관하고 수십 년간 부산 문화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10여 편, 일본에서 2편의 소설이 번역 출간된 데 이어 최근 프랑스의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프랑스어판 '최후의 증인' 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등단(196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경찰관') 44년, 부산에 정착한 지 33년(1980년 서울에서 이주),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1991년) 제작 22년을 맞은 올봄 추리문학의 본고장인 유럽 진출을 앞둔 김 씨를 추리문학관에서 만났다. 그는 아무리 영상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문학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반쪽짜리 문화에 불과하다며 '언어로 빚어낸 상상력의 총아인 문학'이 여전히 문화의 핵심코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단편을 묶은 소설집 '어느 창녀의 죽음'을 펴냈고, 그 직전에는 장편소설 '후쿠오카 살인'도 출간했다. 근황은.
▶지난겨울 헤르만 헤세의 탄생지인 독일과 스위스 등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고, 이달 중순부터 추리문학관에서 헤르멘 헤세 사진전을 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작품을 위한 자료 수집 및 취재를 병행 중이다. 건강은 좋은 편이다.
-영상의 시대다.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도 과거 소설 일변도에서 만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문학이 뒤로 쳐지는 분위기다. 1990년대 초 드라마화한 '여명의 눈동자'의 원작자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영상물의 원작이 다양화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쁘지 않다. 다만 문학, 특히 소설 원작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들이 분발해야 할 일이다. 우리 문학의 스펙트럼이 아직도 서양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 비해서 좁다. 문학에 관한 지나친 엄숙주의가 깊게 뿌리박한 한국적 특징이 오히려 우리 문학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한국 문학의 엄숙주의'를 타파한 대표적 인물로 꼽히시는데.
▶1974년 한국일보 주관의 2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서 '최후의 증인'으로 대상을 탔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김동리 선생이 '추리적 기법으로 그려낸 한국전쟁의 비애'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전까지 국내 어떤 출판사, 신문사, 문예지에서도 추리소설을 취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재나 출판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당시 시세로 서울에 집 한 채 사고 결혼식 비용까지 해도 남았던 거액이 걸린 상을 타고나니 문단과 대중의 시각이 바뀌었다. 그 이후 추리소설 연재 요청이 쇄도했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진보적이고 비판적이어야 하며, 특히 금기에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기본 철학에 충실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영상물로 제작된 것은 어떤 것이 있나.
▶1980년대 초반 '최후의 증인'이 영화화했고, 대하소설 '여명의 눈동자'가 1991년부터 2년간 드라마로 방영됐다. 2001년에는 배창호 감독이 '최후의 증인'을 '흑수선'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했는데,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여명의 눈동자' 영화화가 추진되고 있다.
-'최후의 증인'은 여전히 생명력이 강한 것 같다. 해외번역 이야기도 있던데.
▶내 소설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어 10여 편이나 번역됐고, 일본에서는 2편이 출간됐다. 최근 프랑스 대형 출판사와 '최후의 증인' 번역 출간 계약을 맺었다. 조만간 프랑스어판이 나올 예정이다. 해외에서 큰 반향을 기대한다기보다는 이번 프랑스어판 출간은 애거서 크리스티, 코난 도일 등이 활약했던 추리문학의 본고장 유럽에 진출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부산에서 한국 추리문학의 '중심'으로 수십 년 동안 자리매김할 수 있는 비결을 꼽는다면.
▶추리문학가 입장에서 부산은 무궁무진한 스토리의 보고이다. 그것은 일반 작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작가들이 조금만 유명세를 타면 서울로 가려는 기조가 있지만, 나는 오히려 서울을 버리고 부산으로 왔다. 1980년의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고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다. 50여 편이나 되는 작품을 쓰면서 늘 한계를 느끼지만, 그때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부한다. 부산은 독특하면서도 치열한 삶의 현장이 곳곳에 널려있는 도시다. 내가 서 있는 곳이 곧 세상의 중심이라는 말은 작가에게 더욱 적합한 말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 역시 수도인 런던에서 쓴 것이 아니다. 애든버러라는 작은 도시에서 그 지역에 전해져오던 마법 같은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고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해 스토리를 엮었다.
-부산 작가들에게도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로 들린다.
▶물론이다. 부산은 바다, 해양이라는 좋은 텃밭이 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명작 해양소설은 나오지 않았다. 바다를 무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의 언어와 삶에서 천착하는 작가라면 정말 좋은 명작이 나올 수 있다. 미국에서 발간된 사진 전문 잡지인 라이프(Life) 지 1952년 9월호를 보자. 여기에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 전편을 처음 전재했다. 그런데 이 글이 이듬해 퓰리처상, 그다음 해인 1954년 노벨문학상까지 연결됐다. 바다는 스토리의 무궁무진한 보고다. 서울과 차별화할 수 있는 큰 장점이다.
-'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고전문학을 읽을 시간조차 안 주고 학교 성적에만 몰입하는 교육 풍조, 금권주의, 소설보다 더 황당한 일이 많은 현실 사회, 짧은 시간에 결과만 얻고자 하는 성과주의. 이런 것들이 결국 책을 읽지 않고 문학을 외면하는 분위기를 이끌었고 '문학의 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되돌려야 한다. 창조와 혁신은 '빨리빨리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독서에서 나온다. 부산 작가들은 용기를 잃지 말고 자신만의 특화된 창작세계를 구축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부산시 문화정책도 인프라 구축 등 개발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내용물인 콘텐츠 생산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영상도 좋지만 그 밑바탕이 되는 문학과 출판 책에 대한 뒷받침이 따라 줘야 부산이 진정한 일류 문화도시가 될 것이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지금은 한국과 뉴욕을 오가는 한 여인의 인생 유전을 담은 추리소설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전쟁에 관한 대하소설을 기획하고 있다.
# "올해부터 '추리문학의 밤' 확대…3~4일 일정 축제로 발전시켜 세계 속 추리문학 명소 만들 것"
1992년 3월 22일 개관한 추리문학관. 김성종 관장은 지난해 개관 20주년을 지난 것을 계기로 매년 여름 하루 행사로 열던 '추리문학의 밤'을 확대해 올해부터 3~4일 일정의 '추리문학 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단발성 행사에서 벗어나 국내외 추리 작가 초청 강연과 토론회를 마련하고 문학콘서트와 추리문학 독서 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리문학관과 인근 해운대 달맞이언덕 일대에서 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산을 진정한 국내 최고의 추리문학 중심으로 성장시키고, 나아가 세계 속의 추리문학 명소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김 관장은 "달맞이언덕이 카페와 식당만 늘어난다면 어떤 문화적 특징을 찾을 수 있겠느냐"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책과 문학의 향기가 넘치는 문화 예술의 언덕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니 스스로라도 뭔가를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구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추리문학 서적을 포함한 5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부산시 전문도서관 등록 1호 '추리문학관'의 새로운 변모가 기대되고 있다.
◇김성종 관장 약력
-1941년 중국 제남 출생
-해방 후 귀국. 부모님 고향인 전남 구례에서 자람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6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경찰관' 당선
-1974년 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2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 '최후의 증인' 대상.
-1980년 부산으로 이주
-1986년 추리문학대상 수상.
-1992년 추리문학관 개관
-1994년 봉생문화대상 수상
-2002년 제19회 평화문학상,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 부산소설가협회 회장 등 역임
-현, 추리문학관 관장. 부산문화재단 이사
-주요작품 : 최후의 증인, 여명의 눈동자(10권), 제5열, 제5의 사나이, 국제열차 살인사건, 후쿠오카 살인, 백색인간 등 50여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