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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재발견 <12> 진해 '꽃비내리는 마을'

주민-군인 마음의 벽 허물기, 마을축제·잡지로 소통 '새 싹'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13-03-20 20:45:2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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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열린 제1회 꽃비 내리는 마을 축제 때 주민들이 합창을 하고 있다. 아이세상 장난감 도서관 제공
- 전근 많은 장병들과 이질감 상존
- 도서관 출입 주부들 활동이 시초
- '교류의 장 만들자' 목소리 확산
- 작년 9월 정부지원 승인 받아

- 역사 흔적·이웃 사연, 책에 담고
- 축제서 노래자랑·합창 등 공연

사람들은 '진해'하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뽀빠이 모자로 상징되는 해군을 떠올린다. 올해 51회를 맞는 진해 군항제는 이 두가지 상징을 잘 버무린 성공적인 축제인 셈이다.

하지만 창원시 진해구 중앙동 일대 구도심에는 5층짜리 이하 건물이 주류여서 '난장이'도시라는 느낌마저 든다. 군사도시 특성상 고도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해는 원주민들과 해군 군무원 출신들이 섞여사는 '이색도시'다. 원주민들은 터전을 지키며 노후된 건물처럼 나이를 먹어 가지만 이웃집의 군인들은 전근을 오가며 계속 얼굴이 바뀐다. 이러한 이질적 여건은 주민들을 단절시켜온 '크고 높은 벽'이었다.

그러나 제대 군인들의 진해 정착이 늘면서 이런 분위기도 변하고있다. 이웃간 단절의 고리를 끊자는 운동이 지난해부터 새 싹을 틔우고 있다. 벚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꽃비내리는 마을' 공동체가 대표적인 단체다. 이들이 시도하는 '마음의 벽' 허물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막 걸음마 떼기 시작했지만…

4월 초 피는 벚꽃은 절정기를 거쳐 중순 이후 폭포수처럼 낙화한다. 그 모습은 '비가 되어 내리는 것 같다'는 느낌과 닮았다. 꽃비 마을은 이런 분위기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탄생했다.

모임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아이세상 장난감 도서관'을 출입하는 주부들의 활동이 단초가 됐을 뿐이다. 도서관이 있는 중앙동 중원로터리 부근은 옛 진해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중심기능이 석동 신도시로 옮겨가면서 과거의 영광만 남았다. 점차 쇠락해가는 구도심 주민들은 서로 기대며 의지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마을 구성원간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다.

이종화 도서관장은 "일부 주민들 사이에 '뭔가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러던 차에 공동체를 만들수있는 계기가 생겼다"며 출범 당시를 회상했다. 독립영화를 만들어온 경남독립영화협회 측에서 우연히 지역방송을 통해 장난감 도서관의 '마을 사랑운동' 프로그램을 접한 뒤 연락을 해왔다.

독립영화협 측은 "정부가 '마을 공동체'를 지원하기위해 공모를 진행 중이니 진해 중앙동 중심의 공동체 구성안을 만들어 신청해보자고 도서관에 제안했다"며 "도서관 측이 흔쾌히 받아들였고, 이후 공동 기안으로 올린 공동체 구성안이 지난해 9월 정부의 승인을 받게됐다"고 전했다.

■작은 잔치로 열린 공동체 축제

   
'아이세상 장난감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부지원 공동체로 승인받은 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7일 마을축제일까지 4개월간 준비에 나섰다. 주민들은 진해의 모습을 줄이거나 과장없이 진솔되게 담아내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주부 기자단은 진해를 묵묵히 지켜온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일제 때부터 내려오는 건축물 등 역사적 흔적에 주목했다. 이러한 내용들은 마을잡지 소재로 안성맞춤이었다. 수십년동안 마을을 지켜온 자전거포 주인, 주민들의 손때묻은 옷가지를 빨아온 세탁소 아저씨의 사연 등 주부기자들이 찾아낸 진해지킴이들의 모습은 마을잡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시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또 일제강점기 때부터 내려온 2층짜리 장옥(길게 늘어선 상가) 건물 등도 놓칠수없는 자산들이었다. 한 주부기자는 "오래된 건물들은 진해를 구성해온 소중한 얼굴들이다. 일부 건물은 수리를 해서 보전해야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영화협회 교육을 받은 주민들은 진해의 옛 정취가 남아있는 건물들을 다큐멘터리에 담았다. 축제 참여자들은 과거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12월 축제 때 마을 주민들은 노래자랑 행사를 가지며 이들 사이에 가로놓여있는 벽을 허물었다. 한 택시기사는 평소 갈고닦아온 색소폰을 구성지게 연주했으며, 이웃 해군 부대 아저씨들은 합창단원을 구성해 공연을 펼쳤다.


# 공동체 미래는

- 내년까지 정부지원 받아…5월부터 라디오방송 참여
- 올해 뿌리내리기에 매진

꽃비 공동체는 내년까지 정부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주민화합 분위기 조성에 첫발을 뗐다면 올해는 뿌리내리기에 매진할 예정이다.

그 중 하나가 주민들과 함께 하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이다. 이종화 '아이세상 장난감 도서관' 관장은 "오는 5월부터 지역 방송사 협조를 받아 1주일에 한 번씩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방송을 할 예정"이라며 "주부 리포단이 평소 취재해온 일을 이웃과 정을 나눈다는 심정으로 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정부 지원이 끝나도 창원시가 일정부분 공동체를 지원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도서관 측은 전했다.

한 주부 리포터는 "그동안 많은 구도심 사람들이 소통보다는 '분자화'돼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젠 숨통이 열리고 있다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공동체가 제대로 굴러갈수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 창원시 아이세상 장난감 도서관

- 장난감 대여·각종 행사, 마을공동체의 '사랑방'
- 이종화 관장 부임 이후 활기, 주부들 하루 200여 명 방문

진해 꽃비내리는 마을 공동체 태동의 중심에 '아이세상 장난감 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의 이종화 관장은 군무원 출신인 남편을 따라 진해에 정착했다. 7~8년 전 남편이 대령으로 전역한 뒤에도 진해를 지켜오고 있다.

마을공동체의 산실 장난감 도서관은 지난 2011년 5월 문을 열었다. 도서관 건물주는 창원시고 이 관장은 도서관을 위탁운영 중이다. 구도심이 슬럼화돼 가는 상황에서 지난 2010년 10월 당시 시립도서관이 이전하자 지역주민들이 어린이 도서관을 지어달라고 건의, 현재의 장난감도서관이 탄생했다. 이 곳은 한때 모 방송의 주도로 건립됐던 '기적의 도서관' 관장을 맡았던 이 관장이 부임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관장은 "장난감 도서관이 활성화된 것은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개당 60만 원을 호가하는 장난감을 구입하기 어려운 학부모들을 위한 장난감 대여사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도서관 운영도 탄력을 받게된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관은 하루 200여 명의 주부들이 들릴정도로 성업 중이다. 단순히 장난감을 갖고 노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영유아에서 어른까지 모두 만족할 정도로 탄탄한게 특징이다.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사랑방 구실까지 한다. 결국 이런 힘이 공동체 구성의 구심점이 됐다. 이 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주부 20여 명이 지난해 공동체 축제 준비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주부 리포터 주홍진 씨는 "도서관 활동에 참가하는 주부들은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러한 힘이 마을 공동체를 꾸려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우리 도서관을 부모와 아이가 행복해 하는 놀이천국으로 만들기위해 심혈을 기울여 나가겠다"며 "도서관 사랑방 운동은 곧바로 마을 공동체를 지탱해주는 밑그림이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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