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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프랑스문화원이 2010년
가을독서축제에 참가, 부산시청 광장에서 프랑스 도서 관련 행사를 열고 있는 모습. |
◇부산가톨릭센터
- 사상·예술의 자유 목말랐던
- 1980년대 청년 문화센터 역
◇부산프랑스문화원
- 한때 외국 예술영화 유일통로
- '랑데부 드 부산' 꾸준히 개최
◇14개 지역 문화원
- 다양한 눈높이 강좌통해 시민 인문학 실핏줄 역할
- 특히 영도·사상문화원 프로그램 기획력 돋보여
문화원이란 원래 한 사회가 이룩한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공간. 한국에서 문화원은 각국 대사관의 부속 기관으로 첫선을 보였다. 미국 해외공보원이 세운 문화원이 시초였다. 부산미문화원(1949~1996)은 미국 문학에서 과학에 이르기까지 1만 권에 가까운 도서를 갖췄지만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1982) 뒤로 사실상 문화원 기능을 잃었다.
■1세대 문화원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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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도문화원의 '절영앱'
제작 프로그램. |
1980년대에서 90년대 초, 그러니까 '지역문화원진흥법'(1994)에 따라 전국 곳곳에 구(區) 단위 문화원을 세우기 전까지 부산에서 핵심적인 문화원 역할을 한 것은 프랑스문화원과 가톨릭센터였다.
▶영화인문학의 산실
부산프랑스문화원은 1980년 남구 대연동 경성대 앞에 자리 잡았다. 이곳은 프랑스 문화의 배움터이자 '영화의 전당'이었다. 흐릿한 화면에 한글자막도 제대로 없었지만, 당시 서울과 부산의 프랑스문화원은 해외 예술영화를 보고 토론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이후 한국 영화계를 이끈 세대를 '프랑스문화원 세대'로 부르는 이유이다. 특히 부산프랑스문화원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산실. 1985년 당시 이용관 경성대 교수가 청년 김지석과 오석근을 처음 만난 곳도 여기였다. 지금은 영화도시 부산의 쌍두마차가 된 이들 청년은 이곳에서 함께 '시네클럽'을 만들어 영화 인문학을 꽃피우고 있었다.
지난 2001년, 동구 초량동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 부산프랑스문화원은 해마다 '랑데부 드 부산'이란 인문예술축제를 열고 있다. 영화를 넘어 갖가지 장르의 예술, 문학, 철학 및 '프랑스도서축제'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문화원의 역할도 넓히고 있다. 단지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시민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거점으로 진화한 것이다.
▶새로운 도시재생 거점
가톨릭센터는 1982년 중구 대청동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부산의 추억이 담긴 곳. 부산 청년 인문학운동의 출발점인 보수동 헌책방골목과 중부교회와 가깝다. 다양한 강연, 전시, 공연, 예술영화 상영. 가톨릭센터는 사상과 예술의 자유를 갈구하던 청년에게 '문화센터' 역할을 했다. 오랫동안 고전음악 콘서트를 열어온 '고전'적인 곳이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록 콘서트를 열고 인디문화 활동을 돕기도 했다. 정면 기획팀장의 노력이 크다. 해마다 '인문고전대학'과 '문학강좌'를 연다. 지난 2009년부터 중앙동 문화예술 창작공간인 '또따또가'와 힘을 합치고 있다. 지역민과 함께 문화를 가꾸는 공간으로, 도시재생 거점으로 거듭났다.
■지역 문화원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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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구 화명동 대천마을학교의 인문학 교육 모습. |
마을버스가 시민 교통의 실핏줄이라면, 지역문화원은 시민 인문학의 실핏줄이다. 지난 1994년부터 전국적으로 구 단위 문화원을 세운 뜻은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문화 사랑방'을 마련하자는 것. 부산지역 14개 구문화원은 소중한 역할을 해왔다.
이제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문화원을 새롭게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지역문화원이 세워진 뒤로 한국 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곳곳에서 문화강좌, 인문학강좌가 넘쳐난다. 그러니 지역문화원도 '색다른'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할 상황을 맞은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좋은 프로그래머가 있어야 한다. 특히 영도와 사상 문화원이 돋보인다. 부산지역 문화원 가운데 가장 젊은 '현장' 출신의 기획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스토리 인문학의 산실
김두진 사무국장은 국악단체인 '남산놀이마당' 출신의 예술인. 영도의 스토리텔링과 연결된 인문학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어쩌면 문학도, 역사도, 철학도 하나의 이야기인지 모른다. 딱딱한 역사도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스토리텔링이 인문학과 쉽게 접목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야기만 있으면 뭔가 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위해 영도문화원은 '절영 앱(Application)'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영도 이야기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프로그램. 영도의 역사와 문화를 문학, 영상, 미술, 연극으로 만드는 통합적 교육 체계이다. 영도문화원은 이런 교육 체계를 만들며 지역민과 문화 단체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성과를 활용해 어린이 독서를 북돋우는 '어린이날 책 잔치'도 연다.
▶연극 만들기 인문학
심창신 사무국장은 연극단체인 '열린무대' 출신의 예술인. 일반적으로 지역문화원과 '문화회관' 공연장은 별개로 운영하지만, 사상문화원은 복합공연장을 직접 운영한다. 심창신 국장은 자신의 경력을 살려 공연장 기획을 맡고, 인문학을 예술과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연극 만들기와 융합한 '백양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백양산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연극으로 만들어 체험하고 표현하는 프로그램. 특히 어린이들이 즐거워한단다.
영도와 사상문화원의 프로그램에서 전통문화는 박물관에나 있는 '향토문화'가 아니라 현재형 문화로 되살아난다. 또 강의실의 인문학은 생활 속에 살아 있는 인문학으로 되살아난다. 문제는 인력이다. 프로그래머 한 사람이 문화원을 감당하긴 어렵다. 문화원마다 현장 출신의 전문 인력이 적어도 두 명 이상 일할 수 있게 문화원 예산을 늘리면 좋겠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문화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의 활약과 지자체의 지원이 조화를 이룰 때, 정말 부산이 바뀌지 않을까.
# 민간 중심 문화원
- 공공·공동육아 실천 화명동 대천마을학교
- 봉사정신 강조하는 세계시민사회센터
■자립형 마을문화원
지역문화원은 주로 공적 지원으로 운영하지만, 마을 사람끼리 힘을 모아 운영하는 문화원도 있다. 부산 북구 화명동 대천마을학교는 주민의 회비와 수강료로 운영한다. "스스로 서고 스스로 자라는" 학교. 백산 안희제의 자력 정신을 실천한다. 백산기념사업회 이사이며 역사학자인 이귀원 씨가 교장이다. 이곳의 모태는 공동육아 협동조합. 사람들의 유대가 튼튼하다. 또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학교 설립을 비롯해 교육 내용의 선정과 실행 자체가 기나긴 소통 과정의 산물이다. 그래서 교육을 마친 뒤에도 각종 동아리가 만들어진다. 마을학교는 이처럼 공동체를 살리는 '마을 만들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부산MBC 부설 문화도시네트워크와 함께 국내 최초로 '마을 인문학'이란 이름으로 교육과정을 열고, 마을신문을 펴내기도 했다.
■민관 협력형 문화원
올해로 두 돌을 맞은 세계시민사회센터는 해운대구 중1동에 있다. 지난 2007년, 최수기 센터이사장이 만든 '자원봉사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 이에 따라 문화원 기능과 더불어 자원봉사 정신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으며, 제3세계 학교 짓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또 인문학 교육을 획기적으로 특성화하고, 인문고전 읽기 운동도 함께 펼친다. 센터 운영은 해운대구 세계시민사회과에 마련한 '인문사회자본팀'과 협력으로 이뤄진다. 앞으로 쌍방향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시민 인문학 동아리를 지원 육성해 새로운 '민관 협력' 모델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이지훈 철학자·필로아트랩 대표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