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9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G건축설계사무소 대표 신모(61) 씨를 상대로 뭉칫돈의 사용처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신호철 부장검사)는 15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 씨를 소환해 밤늦게까지 빼돌린 현금의 흐름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수첩과 장부에는 수천만 원의 뭉칫돈이 자주 인출돼 빠져나간 흔적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도 횡령한 129억 원 중 일부에 대해서는 검찰에 소명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씨가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접대비와 일부 자금이 관급공사 수주와 민간사업 인허가를 위한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신 씨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신 씨의 횡령 혐의 수사는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 오늘은 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서 "신 씨가 얼마나 협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부산지검 노승권 제2차장검사가 지난 14일 "현재는 횡령에만 집중하고 있다. 로비 혐의가 드러나야 수사에 착수할 것 아니냐"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사가 상당히 진척된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반면 아직 신 씨와 친분 있는 공직자가 소환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로비수사가 미궁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다.

한편 신 씨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 "변호인을 대동한 상태에서만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