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폐업방침을 밝힌 진주의료원 노인병동에서 한 환자와 보호자가 수심에 찬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인수 기자

- 돈없어 남은 환자들 고통 호소
- 병원 안팎 폐업철회 현수막
- 수술·중환자실 전깃불도 꺼져
- 의사 대부분 떠나 진료 중단

13일 경남 진주시 초전동 진주의료원. 과연 이곳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병원인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어수선했다. 정문 앞 도로변 100m 구간에는 '공공병원 진주의료원 폐업결정 철회하라' '우리의 힘으로 진주의 의료원을 지키자'는 등 의료원 폐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 수십 개가 내걸려 있었다. 도는 폐업방침만을 발표했을 뿐이지만 병원은 아예 사형선고를 받은 듯했다.

'정상진료'라 쓰인 현관문을 들어서자 로비에는 농성 15일째를 알리는 입간판과 함께 노조원들이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쇄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중이었다. 12개의 침상이있는 1층 응급실에는 환자가 한 명도 없고, 간호사 2명만 의자에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2층 외래 진료실에서도 환자를 만나기 어려웠다. 3층 수술실과 중환자실은 아예 전깃불이 꺼져 있었다.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간병인을 지원하는 4층의 '보호자 없는 병실'도 텅 비어 있었다. 도가 지정을 취소해 환자들이 병원 내 다른 병실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입원 병동인 5·6층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걱정에 한숨만 내쉴 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노인병동에 입원에 있는 남편의 간병을 하는 심병이(85) 씨는 "어려운 살림에 돈이 없어 간병인도 구하지 못한 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남편의 간병을 하고 있다"며 "폐업을 내세워 병원비가 비싼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진주의료원에는 노인병동과 호스피스병동, 의료원 병실 등 모두 325 병상이 있다. 지난달 26일 폐업이 발표되기 전까지 203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하지만 폐업 방침이 나온 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나는 이들이 늘어 현재에는 134명만 남았다. 고령에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내과의사가 그만둬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도 일어났다. 위와 대장 내시경 등 내과 진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입원 환자들 약 처방은 가정의학과 의사와 공중보건의가 대신하고 있다. 내과 전문의 4명 중 3명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퇴직했고, 남은 1명도 재계약을 포기했다. 의사 김모(53) 씨는 "폐업 발표 이후 오는 환자가 없어 개점 휴업상태이나 노조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약 처방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김명윤(55) 약제팀장은 "도가 폐업 발표 이후 약값을 책임지지 않겠다며 약품 도매상에게 약 공급 중단을 지시했다. 개인적으로 약값을 내겠다고 한 뒤 50만 원 상당의 약을 공급 받아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에게 투여하고 있다. 3월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4월부터가 문제"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