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돌린 자금 흐름 집중 추적중
- 자주 만난 市 공무원 명단 확보
120억 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산의 G건축설계사무소 대표 신모(61) 씨가 13일 구속됐다. 검찰은 신 씨가 관급공사 수주나 인허가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관계에선 '부산발 초대형 게이트'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부산지법 이언학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부산지검 특수부(신호철 부장검사)가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신 씨에 대해 청구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유명 건축설계사무소인 G사를 운영하면서 200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회삿돈 129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회삿돈을 횡령해 법인세 20여억 원을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신 씨는 회사 관리이사인 부인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 씨는 이 돈은 비자금이 아니라 업무활동비이며, 일부 소명자료를 검찰에 제출했고, 금품로비를 한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G사가 지역 관급공사의 설계를 수주하거나 민간아파트 건설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횡령한 돈의 일부를 정·관계 로비용으로 썼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지검 노승권 2차장검사는 이날 '검찰의 초점이 로비에 맞춰져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했다. 또 "신 씨가 그동안의 수사에서 제대로 진술 안 한 게 있다"는 말로 사건의 실체에 상당히 접근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신 씨가 자주 만난 것으로 보이는 부산시 공무원들의 명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신 씨의 일정이 적힌 수첩을 확보했을 뿐 금품제공과 관련해 단서가 될 만한 별도의 리스트는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앞으로 G사가 설계·감리에 참여했던 대형 관급공사를 중심으로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관계에서는 이날 신 씨가 구속되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허남식 부산시장과 같은 경남 의령 출신인 신 씨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관급공사 설계를 수주하고 아파트 재개발 인허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8월 검찰 수사 초기부터 지역 관가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