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로비 자금 활용 가능성

- 檢, 빼돌린 돈 사용처 집중 수사

부산의 유명 건축설계사무소 대표가 12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한 돈 일부가 관급공사 설계 수주 과정에서 최고위급 등 부산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로비자금에 사용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전방위 수사에 나서 관가에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지검 특수부(신호철 부장검사)는 지난 5년간 120억 원 이상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횡령 및 조세포탈)로 부산 G건축설계사무소 회장 신모(64)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신 씨를 수차례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신 씨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신 씨가 돈을 건넨 사람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수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말도 흘러 나오고 있으나 검찰은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신 씨에 대한 수사는 민간 사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인세 전 부산대 총장의 차명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본격화됐다. 신 씨 관련 계좌에서 김 전 총장의 차명계좌로 수천만 원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에 대해 신 씨가 지난 2007~2008년께 부산대 부속건물 설계를 수주한 대가로 김 전 총장에게 제공한 뇌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신 씨가 공사 수주와 행정적인 편의를 받기 위해 횡령한 돈을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는지 집중 수사 중이다. 

부산지역 최대 건축설계사 중 하나인 G사는 최근 5년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역내 대형 관급공사 설계를 여러 건 수주했다. 검찰은 신 씨가 지역 정·관계 고위급 인사들과 가깝게 지내온 만큼 이러한 친분관계가 공사 수주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담낭제거 시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인 신 씨는 "인맥이 넓어 술과 밥을 먹은 적은 많지만 로비는 절대 안 했다"며 금품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신 씨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소명자료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13일 오전 10시30분 부산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