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산복도로 르네상스나 행복마을·마을 만들기 거점 시설을 '빈집 공유' 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6일 문을 연 부산 동구 초량동 이바구 공작소 개소식 장면. 김성효 기자

◇공유경제란

- 빈방·사용 않는 차·안 입는 옷 등
- 필요한 사람과 공유 '협력적 소비'
- 숙박시설 부족 여수엑스포서 위력

◇산복도로 일대 주목 이유

- 밤에 놀리는 공동체 공간 산재
- 3000여 가구 빈집 리모델링 땐
- 싸게 숙박 원하는 관광객 등 유치
- 마을 소득 올리는 아이템 될 수도

"지난 밤 세계 192개 국가 3만여 도시에서 4만여 명이 묵었다. 객실은 호텔이 아니라 개인들이 온라인으로 제공했다. 세계 도처의 빈집(빈방) 주인과 여행자는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연결됐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성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공유경제란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자산이나 정보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것을 뜻한다.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와 대비해 '협력적 소비'라고도 부른다.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했으며 2011년 타임지의 '세상을 바꾸는 10대 아이디어'에 선정됐다.

부산에서도 공유경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형 공유경제'의 모델로 원도심 산복도로의 자산을 활용하자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여수엑스포에서 싹 틔운 공유경제

	지난 7일 부산발전연구원에서 '공유경제 기반의 개인여행 플랫폼'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비앤비히어로 민병무 부사장.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지난 7일 부산발전연구원(BDI) 강당.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소셜 커뮤니티인 비앤비히어로(BnBHero)의 민병무 부사장이 '공유경제 기반의 개인여행 플랫폼'을 주제로 초청강연을 했다. 부산에서 공유경제에 대한 첫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민 부사장은 국내 빈방 공유사업의 진원지로 여수를 꼽았다. 엑스포라는 국제행사를 치르기에는 숙박업소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지의 빈방을 공유하면 집주인은 돈을 벌어서 좋고 관광객은 저렴하게 숙소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였다. 여수에서 성공하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통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빈방을 수소문하는 민 부사장을 주민들은 사기꾼처럼 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빈방으로 용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자 참가자도 하나 둘씩 늘었다. 엑스포 기간에 방 한 칸으로 300만 원 이상을 번 50대 주부의 경험담이 TV 전파를 타기도 했다. 결국 엑스포 기간 중 모두 1000박 이상의 민박이 이뤄졌다. 민 부사장은 "국내에서 매년 600여 개의 축제가 열린다. 빈방 공유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빈방 공유는 이미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비앤비히어로나 에어비앤비 사이트에서 'Buasn'으로 검색하면 100개가 넘는 빈방 소개 글이 올라온다.

■산복도로에 공유경제를

부산형 공유경제 모델로 주목받는 곳은 도시재생 사업장이다. 현재 원도심에는 산복도로 르네상스와 행복마을·희망마을 만들기 거점시설이 70여 곳에 달한다. 공동체 공간인 행복센터만 해도 12개가 완공돼 청소년공부방이나 경로당·마을공동작업장으로 운영 중이다. 야간에는 활용 빈도가 낮고 빈 공간도 많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이 가능하다. 3000가구가 넘는 산복도로 일대 빈집도 리모델링만 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김영환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은 "저렴한 숙박시설을 원하는 관광객 유치는 물론 마을의 소득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걸림돌은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일반 주택이나 건물의 '빈방 공유'가 금지돼 있다는 점이다.

김 본부장은 "대안으로 거점시설을 운영하는 주민협의회가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된다"고 말했다. 빈방을 사용하길 원하는 관광객이 숙박료 대신 협동조합 가입비를 내고 회원이 되면 '내 건물에서 내가 자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이다.

부산시가 오는 13일 서구청에서 산복도로 활동가·주민협의회 대표들을 대상으로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설립 교육을 하는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 있다.

BDI 김형균 선임 연구위원도 "부산다움을 살리는 공유경제의 모델로 도시재생 사업장이 가장 적합하다"면서 "민간은 숙박시설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자치단체는 홈페이지 구축이나 홍보를 도와주면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경제의 영역은 다양하다. 눈 깜짝할 새 훌쩍 커버리는 아이 옷을 나눠 쓰거나 엄마들이 전공을 살려 돌아가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카셰어링(Car-Sharing)도 확대되는 추세다.

"남자라면 누구나 전동 드릴 한 개쯤은 갖길 원합니다. 그런데 평생 전동 드릴을 사용하는 시간은 12분 내외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필요할 때 전동 드릴로 구멍을 내고 나머지 시간에는 나눠 쓰는 것이 협력적 소비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동드릴이 아니라 구멍이니까요." 민 부사장의 공유경제론이다.


# 공유경제 활성화 팔 걷은 서울시, 공유단체·기업 지원조례도 제정

- 주민 책 돌려보는 '마을책꽂이' 확대
- 카셰어링 위해 차 폐기 땐 회비 면제
- 정보 모은 온라인 사이트 구축 준비
- 생활 밀접한 20개 공유사업도 추진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이 지난 1월 30일 오후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글로벌 숙박 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인 조 게비아와 만나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를 행정에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서울시이다. 지난해 9월 '공유도시(Sharing City) 서울'을 선언하고 공유촉진정책 추진근거와 공유단체·기업 지원을 담은 조례도 제정했다.

지난 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강좌는 특히 인기가 높다. 소셜벤처 기업 대표 14명이 빈 사무실부터 여행경험이나 아이 옷·면접용 정장·승용차를 나눠 쓰는 사례까지 다양한 주제를 들려준다.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선임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강연을 듣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공유경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분리됐던 생산수단과 노동이 다시 결합한다는 의미도 가진다"고 말했다.

걸음마 단계였던 공유경제도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1월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끼리 책을 돌려보는 '마을책꽂이 1호점'이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삼성래미안 아파트에 문을 열었다. 마을책꽂이는 공동체 활성화의 거점 역할도 맡고 있다. 2014년까지 마을책꽂이를 50곳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지난달부터는 서울시가 지정한 카셰어링 업체를 통해 차량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30분당 3000원대. 유류비는 별도로 1㎞당 190원이다. 하루 종일 빌려야 하는 렌터카와는 다르다. 1~2시간 정도 단거리를 이동할 때 특히 유용하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자가용 이용이 줄어들어 교통체증 해소와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셰어링을 위해 자가용 승용차를 팔거나 폐차한 회원은 연회비를 면제받는다.

공유도시 정책을 자문하고 심의·지원할 '서울시 공유촉진위원회'도 지난달 출범했다. 외부 위원으로는 김지현 NHN 이사와 문효은 다음세대재단 이사장, 윤영각 파인 스트리트(PINE STREET) 회장,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 부소장 등이 참가해 자문역을 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공유정보를 한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하고 비영리 민간단체·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주차장이나 자동차, 빈방, 책, 사진, 공구, 의료장비 등 생활과 밀접한 20개 공유사업도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약 14만 면의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중 낮 시간에 비는 공간을 이웃과 공유하는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공유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자전거나 우산같은 생활물품을 수리하고 여행용 가방처럼 가끔 쓰는 물건을 대여해 주는 '동네공방'도 내년까지 25개 자치구에 설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