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동구의회 의원들이 지난 4일 동구 방어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근에서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중소상인의 상생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제신문DB

- 업체, 법적문제 없어 영업 강행
- 지역상인, 시위·실력저지 나서
- 동구청장도 이례적 직접 단속
- 동구점 영업정지·고발 조치
- 홈플러스는 '표적단속' 항변

울산의 한 대형마트가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기습 개점한 것을 놓고 관할 구청과 마트 측이 열흘 이상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구의회와 지역 상인회까지 구청 편에 가세하면서 양측의 힘겨루기가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대형마트와 지역 상인과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울산에서는 그 정도가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상태다.

■발단

다국적 유통기업인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울산 동구 방어동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문을 열었다. 홈플러스는 개점 3일 전인 22일 동구청의 문의에 '출점 계획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지역 상인들은 홈플러스가 점포를 기습 개점했다며 반발했고,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구청에 이 사실을 통보했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영업을 강행했다.

이에 김종훈 동구청장은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홈플러스 가 '도둑고양이 담 넘어가듯' 구청과 주민을 속였다"고 홈플러스의 개점 통보 주장을 부인하면서 "모든 행정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과잉대응 논란

김 구청장은 자신의 발언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를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 하지만 적절성 여부가 논란을 가져왔다. 김 구청장은 회견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30여 명의 동구청 공무원을 대거 동원, 홈플러스에 대한 기습적이면서 파상적인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SSM인 방어동 익스프레스가 아니라 지역 본점 격인 홈플러스 동구점을 겨냥했다. 단속에는 이례적으로 구청장이 직접 참여했다.

이 때문에 개점의 정당성 여부는 뒤로 밀린 채 구청장과 구청이 지나친 표적 단속, 또는 감정적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단속은 명절 전후나 특별 점검 기간 때, 한두 명의 담당 공무원에 의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처럼 단체장이 직접 대규모 인원을 지휘해, '성동격서' 격으로 다른 점포를 단속한 전례가 없다.

■커지는 갈등

홈플러스 측은 구청의 이런 행보를 무시하듯 지난 1일부터 익스프레스에서 대규모 할인행사를 시작했다. 이에 지역 상인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이날부터 맞은편 인도에 천막농성장을 차려놓고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6일 현재 상인대책위는 1t 트럭(탑차) 6대를 동원해 SSM입구를 막고 손님들의 출입을 사실상 저지하고 있다.

동구청 역시 유통기한 경과제품 진열 등 총 12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한 결과를 근거로 지난 4일 홈플러스 동구점에 영업정지 및 과징금 부과를 사전통지했다. 이와 별도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방어점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인데도 제1종 근린생활시설인 소매점(슈퍼마켓)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동구의회도 지난 4일 익스프레스 방어점 입구에서 집회를 열고 익스프레스가 중소상인들과의 상생협약을 지킬것 을 촉구하는 등 구청 및 지역 상인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불법개점이 아닌데도 구청이 지역상인들 입장만 우선해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