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영도조선소 내 이른바 '시신 농성'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협상이 22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진중공업지회 간부였던 최강서 씨의 시신이 조선소 내로 옮겨진 지 24일, 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두 달 만이다.

한진중공업 사측과 금속노조는 의견 차이가 컸던 158억 원 손해배상소송 문제와 고인 장례 문제 등 쟁점을 놓고 수차례 물밑 접촉을 벌인 끝에 이날 오후 5시께 농성 해제와 관련한 협상 타결을 공식선언했다. 노사 양측이 어떻게든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에 이번 농성 사태를 해결해야 실익과 명분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금주 내 타결 가능성은 점쳐졌었다. 양측은 농성을 푸는 데 뜻을 같이했지만, 조인서 문구 같은 각론을 조율하는 데 진통을 겪었다.

양측은 유족 지원 등 세부적인 합의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가장 큰 쟁점이었던 사측의 노조에 대한 158억 원 손배소 문제를 다음 달로 연기된 법원 판결 후 다시 논의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노조는 24일 영도조선소 밖으로 시신을 이동하고 당일 장례식을 치를 예정이다.

한진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회사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시신 농성이 계속돼 회사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노사 공존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측은 "늦은 감이 있지만 타결이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사측이 노조를 탄압하거나 업무복귀 시점 등에서 기업노조와 산별노조를 차별하면 안 된다"며 "합의내용과 정신이 잘 이행된다면 노조와 사측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30일 집회를 벌인 후 한진중공업 앞까지 행진했다가 최 씨의 시신을 영도조선소 안으로 옮겨 안치한 채 손배소 철회와 유족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왔다. 앞서 최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노조 사무실에서 손배소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경찰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등 이번 농성의 주도자 5명에 대해서는 신병을 확보해 이미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