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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 인문학 뿌리와 현장 <7> 함께하는 연구모임

젊은 비평가도, 10대 청소년도, 그룹지어 '三多'(삼다·多聞多讀多商量) 삼매경에 들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2-19 19:14:32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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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석과 판단

- 30대 평론가들, 매년 비평집 발간

# 신생인문학연구소

- 詩 전문…생태·서정의 회복 추구

# 정세청세

- 청소년들, 독서 바탕 쌍방향 토론

# 부산문화연구회

- 매달 문학기행…메세나 성공사례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한다."(多聞多讀多商量)

중국 송(宋)나라의 문인 구양수가 글을 잘 짓는 비결로 밝힌 말이다. 이것은 또한 삶을 음미하는 비결이며, 인문학을 익히는 비결이 아닐지. 물론 혼자 해내기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구양수가 밝힌 삼다(三多)의 비결은 '붕당론'(朋黨論)과 짝을 이루는 듯하다. 구양수는 좋은 벗들과 '붕당'을 만들라고 한다.

■좋은 연구 모임

일반적으로 '붕당'은 나쁜 개념이며, 이기적인 이익 집단을 말한다. 하지만 구양수는 좋은 붕당과 나쁜 붕당을 나눈다. 좋은 붕당은 공공의 선(善)을 생각하는 모임. 그러면서 서로의 아름다움을 칭찬하고, 서로 밀어주고 자기 이익을 사양하는 모임. 실로 인문학을 익히기에 좋은 모임이 아닐까. 우리 곁에도 이처럼 좋은 붕당을 만들어 삼다를 실천하는 모임이 있다.

▶비평공동체 '해석과판단' = 신진 비평가의 요람

요즘 전국적으로 젊은 시인, 소설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현란한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순수문학'을 반기지 않기 때문일까. 부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산에는 젊은 문학 비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비평공동체 '해석과 판단'이 있다. 지난 2006년부터 30대 문학 평론가들이 모여 연구한 결과물을 해마다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고 있다. 해를 거듭하며 문학에서 문화로 주제를 넓혔다. 여기서 자라난 비평가는 문학잡지 '오늘의 문예비평'('오문비')에서 활동한다. 작은 나무가 자라 거목이 될 때까지. 신진 비평가 육성 체계의 모범이 됐다. 지난해부터 동래구 온천동 이주홍문학관에서 공개 토론회를 연다.

▶'신생인문학연구소' = 생태와 서정의 인문학

'신생인문학연구소'는 시(詩) 전문잡지 '신생'이 마련한 연구소. 2011년 부산 중구 동광동 백년어서원 3층에 터를 잡았다. '오문비'가 종합문학지라면, '신생'은 시 전문지. 또 '오문비'가 지역의 삶에 뿌리를 둔다면 '신생'은 생태와 서정의 회복을 추구한다. 그리고 '오문비'가 '고석규 비평문학상'을 만들고 젊은 문학 비평가의 요람인 '해석과 판단'을 마련했다면, '신생'은 '김준오 시학상'을 만들고 '신생인문학연구소'를 열었다.

신생연구소는 대중 취향에 맞추느라 인문학 본연의 깊이를 포기하진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럼에도, 연구 주제는 삶에 닿아 있고 구체적이다. 이번 달부터 진행하는 '수용소와 생존' 강좌도 요즘 아파트가 '감시와 처벌'의 기지로 바뀌는 현실을 주제로 삼는다. 앞으로 문고판 총서도 펴낼 예정이다.

■독서 인문학

스마트 기기와 정보기술의 시대이다. 그러나 인류 문명의 유산이 입체 영상으로 모두 전달될 수 있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책을 통해서만, 오직 독서를 통한 추론과 상상력으로만 익힐 수 있는 지식도 많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보살피는 공간이 소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익법인 '정세청세' = 청소년 쌍방향 독서 인문학

인디고서원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청소년 인문학 서점.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저자와 대화하는 '주제와 변주'를 비롯해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정세청세'('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상과 소통하다'의 준말)는 이런 독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토론 마당. 참여자 모두가 개입해 쌍방향으로 진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2008년부터 격년으로 여는 '인디고 유스 북페어'는 책을 매개로 한 문화행사로 '인디고 스타일'의 결정체. 전국 17개 도시 청소년이 찾아올 만큼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부터 시민 후원으로 꾸리는 공익법인 '정세청세'를 따로 만들어 공공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부산문화연구회 = 기업메세나를 활용한 시민 인문학

부산문화연구회는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문화예술단체. 1996년부터 독서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다. 2001년부터 매달 진행하는 '문학기행'이 대표적이다. 작품의 무대나 작가의 고향을 찾아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맛보며, 작품의 '속살' 이야기를 듣는 행사. 이제 국내 최장수이자 '국가대표' 문학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더구나 이 행사가 돋보이는 건 기업 메세나(문화예술 지원) 행사란 것. 지금은 사라진 동보서적에 이어 롯데백화점 지원을 받고 있다. '함께하는 인문학'이 지속하려면 좋은 취지와 열정도 중요하고, 재정도 중요하다. 기업 메세나로 순수한 '공익' 프로그램이 안착한 사례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 서민과 문제적 청년을 위해

▶수이재 = 서민적 현장 인문학

수이재는 부산 중구 원도심의 문화창작 공간 '또따또가'에 자리 잡은 문학 창작실이자 시민인문학 공간. 서민적인 인문학과 현장 인문학을 추구한다. 서민적이란 말은 누구나 마음 편하게 찾아갈 수 있다는 말이며, 현장이란 말은 책상머리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문화인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토론하는 '주전한담'. 또 부산의 문학비, 사진비, 그림비를 탐방하는 '문화비 탐방' 등을 진행한다. 수이재는 부산의 숨결이 담긴 곳곳을 찾으며, 함께 느끼고 연구한다.

▶연구모임 '비상' = 진보적 청년 인문학

연구모임 '비상'은 젊은 인문학 연구자가 모인 공동체.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 깃들었다. '공간초록'은 2006년 지율 스님과 함께 가정집을 고쳐 만든 곳. 강연회, 영화제, 독서모임(산책), 음악회 등을 열고 있다. 연구모임 '비상'은 달콤한 위로보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려 한다. 종종 어렵고 딱딱한 철학 얘기도 오간다. 하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달콤하기만 한 서적에 싫증 난 청년이 있다면 '비상'을 찾아가보자.


# 책 읽는 아이와 어른을 위해

▶책과아이들 = 어린이 독서 인문학

'책과 아이들'은 어린이 전문서점.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교대 앞에 있다. 어린이 책을 중심으로 통합적인 기획이 펼쳐진다. '청소년 인문학 읽기'는 학부모와 함께 동서양 고전을 읽고 배우고 토론하는 장이며, '할머니 옛이야기 듣기'는 할머니와 아이들을 이어주는 세대 통합 마당이다. 또 그림책 읽기, 그림책 원화 보기, 그림책의 음악 표현 감상하기는 책과 그림과 음악을 통합하는 프로그램으로 돋보인다.

▶추리문학관 = '라이브 인문학'

   
'추리문학관'은 동아시아 유일의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이다. 한국 추리소설의 거장 김성종 작가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언덕에 세웠다. 올해로 벌써 21돌을 맞는다니, 정말 놀랍고도 고마운 일이다. '창작교실' '독서클럽' '추리여행'을 비롯해 문학, 예술, 철학이 어우러진 '철학축제'도 진행한다. 추리문학관은 문인들이 직접 연극무대에 서는 '문인극'을 공연해 왔다. 작가는 창작의 감성을 재충전하고, 시민 관객은 인문학을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라이브 인문학'. 추리문학관은 창작과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지훈 철학자·필로아트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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