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천문학적 액수의 돈 주인을 찾아나섰다. 10년 전 진행된 '현대 비자금 150억원 사건' 수사 때 압수된 121억원이 대상이지만, 사실상 주인이 없어 국고에 귀속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5일자 관보에 '압수물 환부 청구' 관련 공고를 냈다고 18일 밝혔다. 문제의 압수물은 현금과 수표, 채권 등으로 구성된 121억5337만4614원이다.

　

　이 가운데 현금은 36억5861만9430원 포함됐다. 10만원권에서 5억원권까지 액면가가 다양한 자기앞수표 71매는 43억6975만5184원어치이며, 500만원권과 1000만원권으로 구성된 주택채권 415매는 41억2500만원에 달했다.

　

　공고에는 이 돈이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이 '특가법위반(뇌물)'으로 수사받던 '2003년' 압수됐으며, 피환부(돌려받을) 대상자는 '불상'이라고 적시됐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팀 수사와 대검 중수부의 추가 수사 과정에서 압수된 돈이란 얘기다.

　

　검찰은 "이 압수물건을 환부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은 공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환부 청구하기 바란다"며 "공고기간 내 청구가 없을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486조제2항의 규정에 따라 국고로 귀속된다"고 밝혔다.

　

　대북송금 특검팀은 2003년, 3년전 남북정상회담 당시 현대 자금 4억5000만 달러가 북한에 불법 송금됐다는 수사 결과를 내고 박지원·임동원 등 정부 인사와 현대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했다. 특검 수사 막판에 불거진 현대비자금 의혹은 대북사업 대가로 현대 측이 박 의원에게 150억원의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박 의원은 이같은 혐의로 2003년 6월 구속기소됐다. 2003년 12월 1심에서 징역 12년에 추징금 147억여원, 2004년 6월 징역 12년에 추징금 128억여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한차례 파기환송심을 거쳐 2006년 9월 대법원에서 150억원 수수 혐의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다만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원이 확정됐다.

　

　현대비자금 의혹에서 '돈 배달자'로 지목된 사람은 무기중개상 김영완씨다. 그는 특검 수사중 미국으로 출국해 수사를 피했다가 2011년 말쯤 재출국을 조건으로 검찰 소환조사에 응한 바 있다. 김씨는 2003년 출국 초기 "150억원 중 일부는 박 의원을 주고, 일부는 내가 보관했다"면서 대리인을 통해 문제의 돈 121억여원을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그런데 검찰이 이 돈의 주인을 찾아나선 이유는 박 의원과 김씨 모두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대로 주인이 될 수 없다. 김씨 역시 "소유자는 박 의원"이라며 돈 제출 당시의 진술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돈의 환부를 포기하겠다"는 포기서까지 검찰에 낸 상태다.

　

　박 의원이나 김씨가 아닌 제3자가 주인을 자처하지 않는 한, 검찰의 공고대로 3개월이 지나면 이 돈은 국고에 귀속된다.

　

　검찰 관계자는 "만일 박 의원의 수뢰 혐의가 유죄 확정됐다면 추징됐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소유를 부인하는 김씨에게 돌려주는 것도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 돈을 하염없이 놔둘 수만은 없어 이같이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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